흔히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니 독서의 계절이니 합니다. 풍요의 계절이라고도 하고 온갖 좋은 예찬이 다 들어있습니다.그 런데 저희 가정에는 온갖 아름다운 가을 예찬이 무색할 정도로 어려움들이 닥쳐왔습니다.
9월초 5년간 다닌 회사에서 9월말로 퇴사조치 됨을 선고받았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이무슨 날벼락인지....... 이유인즉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 어렵게 결정내린 조치라고 합니다.
제가 다닌 직장은 복지관 부설인 방과후 교실이었습니다. 1학년만 4년 정도 가르치다가 지난 해 6월부터 3학년 아동을 맡아 나름대로 공부를 가르치며 배우는 즐거움까지 더해가는 참으로 재미있게 다녔던 직장이었고 제 일이었습니다.
여러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사연도 많고 기억에 남는 아동들도 많고 방과후 교사로서 안타까운 일도 많았던 무척이나 애착이 가는 직업이었습니다. 아니 나의 삶이라고도 할 정도로 애착이 가는 일이었습니다.갑자기 내려진 결정에 순복할 수밖에 없었고 나름대로 쿨하게 멋진 추석 선물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결정 내리셨다고.......아아~ 그러나 당장 집에 오니 머리가 복잡해져옵니다. 심장이 뛰고 5년 동안 충성한 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하다니 너무나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그리고 며칠 후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회사 그만뒀어”분명 술에 취한 목소리로 전해오는 소리였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말 그대로 남편은 떡이 되어 누워서 자고 있더군요.다음날 술김이라 생각했지만 남편은 출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저의 부족함으로 믿지 않은 남편은 술을 곧잘 마시고 다니지요.이야기를 들어보니 함께 술을 마시다가 술이 취해 집으로 먼저 왔고 집에 들어와 누워 있었는데 함께 술 마신 오너로부터 전화가 왔으나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잠시 후 화장실이 급해 일어나니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직장 동료이자 오너의 조카가 “형님 그렇게 하려면 회사 나오지 마세요.”하더랍니다. 그러면서 전화상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술이 빚은 직장을 그만 두게 되어버린 사건이죠.
말로는 “잘 했어” 그러나 제 머릿속에는 온갖 걱정들로 줄줄줄 채워지게 되었습니다. 당장 급한 것은 재정적인 것들이었습니다. 집세며 각종 공과금과 아들 등록금이 제일 큰 걱정이었습니다. 등록금을 3개월 분납하여 8월달에 1차 내고 두 달 더 내야하는데.......
아아~ 당장 추석이 다가 오는데 시댁으로 추석은 어떻게 쇠러 가야하나, 차 기름 값은 어떻게 하고....... 부랴부랴 여러 가지 사정 상 동생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일부를 빌리게 되었습니다. 급한 세금과 밀린 집세 일부를 내게 되었죠. 다행히 동생이 추석 쇠라며 따로 얼마정도 함께 보내줘 추석을 쇠러 시골 시댁으로 갈 수 있었고요.
남편이나 저나 둘 다 계약직이라 상여금도 퇴직금도 없답니다.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시댁에 추석 쇠러 다녀왔고 그간 (몇 년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시어머니께 말씀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장사를 하다 접은 일과 아파트 한 채를 날린 일, 아이들의 수업료를 내지 못해 많이 힘들었던 일, 교통비가 없어 걸어 다닌 일, 한겨울에 도시가스가 끊겨 냉방에서 지내며 산꼭대기에 살면서 온갖 벌레들과 동거한 일 등등을 울면서 시어머니께 고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어머니는 약간은 눈치를 채셨던 것 같았습니다. 작년에 시누이한테 이야기 한 것이 시어머님 귀어 들어갔었나 봅니다. 그간 믿지 못했었는데 이젠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하십니다.저희 시댁은 믿지 않은 집안이라 이런저런 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남편 형제들 중에 저희만 하나님을 믿고 다른 형제들은 믿지 않거든요. 그런데 사는 것은 저희만 이렇게 어렵게 삽니다.
정말 덕이 되지 않아 제 마음도 많이 속상합니다.하여간 너무 갑자기 저희 가정에 쏟아진 일이라 제 스스로 헤쳐 나가는 것이 어려워 처음으로 기도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부끄럽지만 안드레 목사님께 메일을 넣었었죠. 기도로 함께 해 주셨습니다.
추석 세고 남편은 새로운 직장 주야 2교대에 들어갔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 생산직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저에게 있었습니다. 지금껏 기도한다고 하면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제가 먼저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지난 몇 년간 저희 가정에 있었던 일들 하나하나 헤쳐 나온 것이 자랑스러운 간증이 되어 버렸습니다.
누구 손도 빌리지 않고 우리 힘으로 하나씩 잘 해결하면서 굳세게 살았노라고.......아뿔사~ 제게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습니다.하나님께서는 저의 이런 방법을 원하지 않으셨습니다.지난주에는 마음속에 금식에 대한 마음을 주셨습니다.
혹여 나의 생각 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 주저 했을 때 하나님께서 월~수요일까지 3일 금식을 마음속에 강하게 부어 주셨고 저는 그대로 순종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직장을 다니며 3일 금식은 어려울 수도 있었으나 하나님께서 순탄하게 인도하셨습니다.
금식을 하기 전 그저 9월이 빨리 지나가기 만을 바랬습니다. 5년 동안 열심히 일한 이곳이 나에게 이런 대우밖에 안 해주나 등등 마음은 너무 무거웠고 무기력해지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무관심해지고, 너무나도 나의 꼬라지는 심통 그 자체였습니다. 그만 두게 된 판에 업무는 계속 늘어나고 도대체 뭘 믿고 아이들을 지도하라고 하는지, 도대체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해야 할 이곳이 그 일을 잘 감당하고 있는지, 당장 먹고 살기 힘드니 새로운 직장도 빨리 구해야 하고, 머릿속에는 온갖 번잡함이 가득 찼습니다.
금식을 하면서 제게 평온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음식에 대한 욕구도 사라지면서 혼잡한 머릿속이 조금씩 비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3일 금식을 마치고 나니 나의 잘못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더군요. 주를 믿노라 하면서 주님께 믿고 맡긴 삶이 아니었고 제가 먼저 주님께 묻지 않고 스스로 일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먼저 일을 처리해 나가며 내가 먼저요. 주님은 나의 뒤를 따라오시는 분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주님은 낮은 곳에 저는 높은 곳에 있었던 것이었죠.너무나도 어리석었던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금식 후 아이들에 대한 사랑도 다시 생겼고 업무도 손에 잡혀 마무리를 잘해 주는 것이 저의 도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근심들도 사라지고 모든 일, 지금까지 먹이시고 입히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다시 고백합니다.
주님이 주인이십니다. 주님이 앞서 가시면 저는 뒤따르렵니다.주님이 이끄시는 대로 저는 그대로 순종하겠습니다. 주님! 저는 낮은 곳에 있겠습니다.
(요즘 저희 큰 아들은 신앙생활 아주 열심히 합니다. 많은 영혼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아들을 볼 때면 하나님은 살아계셔 역사하시는 분이심을 확실히 알게 됩니다.)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첫댓글 너무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글을 읽으며 주님 주님 이라는 말밖에 안 나오네요 저에게 주시는 말씀같아 눈물납니다 내려놓고 주님께 모든걸 맡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