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끝에 휴가 일정이 변경되면서,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오마님만 고생 잔뜩 하셨습니다. 할말 없심다... 크흑.
원래는 제가 번개용 음식을 해 갖고 가서 티모도 스위스 지부의 막강한 조직력을 과시하려고 했는데, 결국 제가 번개 당일날 휴가에서 돌아오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습죠. 환상적인 식사를 준비해주신 오마님과 뮌헨에서 이것저것 싸오신 임마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희 가족이 스위스에서 지난 5년간 여름에 가족휴가를 간 적이 거의 없습니다. 가 봤댔자 집에서 차로 한 두 시간 거리의 가까운 곳에나 갔지 이번처럼 장거리를 뛴 적은 없었는데, 여름휴가의 피크 기간에 떠난 죄로, 취리히 집 출발해서 휴가지까지 가는데 14시간 (평소 7시간의 거리...), 거기서 돌아올때는 10시간 걸렸슴다.
원래 예정했던 오후 7시를 훨씬 넘겨 온 가족이 땀에 찌든 몰골로 오마님 댁에 들어섰지요. 이미 저녁식사 시간을 훨씬 넘은 시각인데, 다들 저를 기다리시느라 그 시간까지 배를 곯고 계시더라는... ㅠ.ㅠ
오다가 맥도널드에서 저녁을 때운 남편과 아이들은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를 외친 후 집으로 갔고, 저만 남아서 맛있는 음식 잔뜩 먹고, 행복한 시간 가졌습니다. (참고: 저희 집은 콩가루 성향이 강해서, 부부가 각자 플레이 하는 걸 강력히 선호하는 편입니다. 아이들은 자동적으로 거기에 익숙해져서 엄마가 어디 가믄 가나부다, 아빠가 며칠 안 보이면 그런가부다... 하고 그냥 받아들입니다.)
이미 뵌 적이 있던 오마님과 임마님께 반갑게 인사를 드리고 나니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나오는군요. 전형적인 늘씬한 대구미인 테리 님 (왕 쎄련... -_- )과 안디 님의 모습을 보니 앞으로 몇 달 동안은 닭고기 먹을 때마다 생각날 듯... 긴 생머리에 (누가 막내 며느리 아니랠까봐) 애교만점인 막내며늘 님, 껑충한 키에 수줍은 미소가 인상적인 국밥소년 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재미있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짧았고, (남편이 출근해야 하는 관계루다) 일요일 저녁에 먼저 일어서려니 발걸음이 안 떨어지더군요. 시간이 화살같이 흐르던걸요... 흑.
아, 그 수많은 대화의 주제와 웃음과 음식,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 않으시고 깍두기(?)역할을 너무나도 충실하게 해 내시던 오마님의 부군(전형적인 학자풍... *_* ), 너무 의젓하고 보기 좋은 다 자란 두 아들, 순박한 미소의 아들 친구, 숲속의 모닥불과 꼬챙이 들고 구워 먹던 소시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동네가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운지요. 정원마다 창문마다 꽃이 가득한 마을은 둘째 치고, 꿈같이 펼쳐진 초원 길을 걸으며 <사운드 오브 뮤직>을 찍는 착각에 빠지기도... 테리 님과 안디 님이 뛰기만 하면 <자갸, 나 자바 바라...>의 영화가 나올 듯 했지만, 두 분, 안 뛰시더군요...
숲 속에서 돌아오는 길에 언덕에 앉아 옆마을 (부벤도르프)을 내려다보며 둘러보는 경치는 아무데나 걍 카메라 들이대면 그림엽서가 되는 상황.
다시 집에 와서 비빔밥으로 저녁을 먹고 (아, 정말 환상적인 먹거리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오마님... 고맙습니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취리히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국밥소년 님과 막내며늘님이 저희 집에 오셔서 다시 계속 이어지는 대화를 즐겁게 나누었죠. 제가 휴가 다녀온 후 집이 청소도 안 되어 있고, 엉망진창인 속에서 허겁지겁 대충 김치 버무리고 돼지고기 삶아서 밥을 먹었어요.
그날 저녁 밤기차로 막내며늘 님이 베른으로 떠나신 후, 국밥소년 님이 저희 집에서 이틀 더 머무시고 뮌헨으로 가셨죠. 아시다시피, 저희 집에 오시는 손님들은 무조건 성별에 따라 저희 아이들에게 이모 아니믄 삼촌이 됩니다. 결혼한 커플도 예외가 없기땀시, 이모와 삼촌 부부라는 촌수를 따지기 어려운 시츄에이션도 가끔 생깁니다만...
그래서 막내며늘 님은 우리 아이들에게, 똑부러지는 유창하기 그지없는 Queen's English를 하는 크리켓 좋아하는 재미있는 줄리아 이모로 기억됩니다. 국밥소년 님의 경우... 아이들이 너무 따라서 제가 <혹시 애들 먹는 우유에 약 탄 거 아니냐>고 놀렸어요. 아이들이 삼촌에게 그냥 열광하더군요... 고향이 같은데다, 제가 국밥소년 님의 세째 누나와 같은 나이여서, 아주 편한 분위기였습니다. 대화가 끊이질 않더라는...
솔직히 아직 번개 후유증이 좀 남아서, 마음 언저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밥소년 님께도 말했듯이, 전세계 각국에 글로벌 패밀리를 만든 듯 하여, 뿌듯하기 그지없습니다. 낼부터라도 계 하나 들어서 내년엔 꼭 한번 일본에 가 볼려고 합니다. 미래도 보고, 칭찬에 입이 마르던 착한 부인도 함 만나고, 스시도 먹으려구요. 우리 내년에 스시번개 함 하까요? 그 유명한 시체놀이도 해 가믄서... ^^
이상은 누텔라가 전해 드리는 유럽번개 소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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