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름없는 종
쓸모없는 밥버러지였다
부모는 노역중에 죽고 친척은 멀리 있어 맡아주지 못했다
어린 누이와 형은 애저녁에 죽고 어느새 털빠진 까마귀처럼 혼자서도 잘 울고 잘 먹었다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이 태양의 나라, 자비롭고 자애로운 왕중의 왕 신중의 신 파라오의 땅에서
내가 속한 이 족속은 가난한 뜨내기,더럽고 역한 이방인이었지만
얼마나 내가 나의 일을 보람으로 여겼던가
그런데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감독자의 눈을 피해 수군거렸다
모세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
내 조상의 하나님-무엇이었더라... 나는 고아였기 때문에 아무도 나에게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나는 내가 딛고 선 이땅이 내 무덤이 되리란 걸 알았기에
비록 그것이 파라오의 안식처였건만 나는 내 불쌍한 부모와 형제를 위한 것이기도 하리라고 믿었다
그들은 여기서 태어나고 고통받고 흙이 되었다
인생이란 필멸의 것 그러나 사막에서 사람의 몸이 영원하게 되는 것을 보아 왔다
고양이도 사막에서는 썩지 않고 신이 되었다
내 다부진 어깨에 매어 온 것은 내 조상들의 모든 주검이었다
채찍에 다루어진 몸은 찟어지고 부릅텄지만
스스로 낫고 저절로 회복된 것은 아직 다 하지 못한 이 대 공사의 운명이 나를 붙잡고 있어서 였다
조상들의 길을 나는 걷고 있었다
양을 치는 늙은이가 파라오의 앞에 섰다
신들의 이름을 땅바닥에 내리쳤다
왕의 화관을 장식하던 코브라도 먹히고,위대한 나일강의 여신도 피로 물들었다
온갖 벌레와 개구리, 소, 양 모든 형상을 한 것들이 신의 자리에서 본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갔다
해와 별과 바람과 구름을 다스린다던 그 신화의 주인들은 어디에 있느냐
인간이었다가 신이 되었다던 먼 고대의 왕들은 어디서 이 재앙을 피하느냐
땅을 주관하고 풍요를 약속하던 것들과 모든 절기의 기쁨을 노래하던 것들아 어디에 있느냐
처음으로 나는 두려웠다
온 어둠의 날이 지나고 나는 민중의 회의 변두리에서
선지자가 외치는 것을 들었다
여호와의 날이다
민중이 두 손을 하늘높이 치켜 들며 얼싸안는 것을 보았다
나도 이름을 알 수 없지만 나를 닮은 남자와 함께 소리를 질렀다
여호와를 찬양하여라 그지 없이 높으신 분
곧 파멸의 시간이 닥쳤다
모두 옷을 입은채 서둘러서 어린 양을 구워 먹었다
거기에 빵을 곁들였다- 절대 누룩이 들어 있어서는 안된다
피가 우리의 문설주에 흘렀다
그것은 또한 나를 대신해 그 생명을 그 주인에게 되돌리는 것이었다
내가 할 수 만 있다면 그의 이름을 위해 피를 흘리는 것을 마다하랴
개가 그 주인을 알아보고 꼬리치는 것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여기는 개마저 신이 되는 나라
나는 내 소중한 생명을 바치고 싶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온 이집트를 뒤덥고 사람들에게 전쟁,온역,기근,폭정,음란,거짓숭배의 맛을 보여주었다
내 삶이 가치있다고 여겼던 불멸의 피라미드와 모든 별점과 그 절대의 왕권과 제도가 허물어지는 것을 알고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내가 가야할 나라에 내 피를 바치고 싶었다
내 피를 뿌리며 그것이 꽃으로 피어나게 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온 나라가 낙원이 되게 하고 싶었다
나의 환상은 나의 것 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이 기막힌 현실에 얼굴 표정이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한무리는 벌써 짐을 꾸렸고 한무리는 아직도 미련이 남아 심통해 했다
그러나 소문은 삽시간에 온 이집트를 돌고 돌았다
귀한 옷차림의 이집트인과 피부색이 다르지만 고결한 모습의 사람이 우리에게 동참했다
이 기쁜 소식을 전하는 미리암의 무리가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그 여인들은 선지자와 함께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있었다
여호와를 찬양하여라 온 우주의 창조자 우리의 구원자
모든 것들을 이끌고 사람들은 백주 대낮에 서둘러 떠났다
관리들과 병사들은 얼이 빠져 도대체 무슨 일인가 내 평생에 이런일은 처음이라며 의아해 했다
사제들은 그들의 신들을 위해 제 자식을 바치며 간구했지만 오랜 징벌에 신들은 목이 매였다
인간이며 신인 왕은 떠나는 자들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나는 누구인가 내가 신이 아닌가 내가 신이었지 않았는가 그럼 저들은 왜나를 경배하지 않는가
어린 자식조차 구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며 슬픔에 잠겨 광인이 되었다
여호와가 무엇이냐 명령한다 나의 친위대- 가장 정예부대, 가장 날쌔고 무쌍한 자들
가라 여호와의 이름을 땅에 떨어뜨려라 전쟁이다 학살이다 그 이름을 부르던 자들을 도말하리라
노예를 부리던 자들- 학대하며 착취하던 자들이
추격을 요청하던 자들- 인간을 재산으로 다루던 자들이
군수를 대고 말을 지원하며 파라오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사제들은 거만하던 자신들의 창고마저 열어 이 불명예를 씻으려 안달했다
상인들은 이미 새 노예의 가격과 공급을 계산하며 수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전리품은 병사들의 몫이다
병사들은 아무 죄없는 자들을 죽이고 그들의 처녀와 아이들을 팔아 넘길 것이다
그들의 소와 양떼 그리고 그들의 귀중품은 큰 횡재가 된다
이리떼가 양떼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때 갈대바다앞에 가로 막혔다
민중은 스스로 분열되었다
자기의 당을 위해 무엇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동하기에 짐이 너무 무거운 자도 많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이방신의 드라빔-혹은 우상을 고이 간직한 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나라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용기있는자- 니므롯과 같은 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나는 그토록 그 나라에 가고싶었는데
이대로 우리는 갈갈이 찟기어 저 야수떼의 먹이가 되고
소수의 이탈민으로 또 다른 나라의 변두리에서 비천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가
내가 꾼 이상을 잊어 버리고 옛 습관과 전통으로 돌아 가야 하는가
목전에 닥친 강철군단을 무엇으로 막을 것인지 알 수 조차 없었다
여자들과 아이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울부 짖었다
노인들과 병자들은 하늘을 올려다 보며 눈물을 흘렸다
잘난 남자들이라고 별 수 없었다
모세는 말이 없었다
그는 원래 말수가 적었다
그는 고독했으며 칭찬보다는 원망을 듣는데 익숙했다
가진것은 지팡이와 그의 아들같은 여호수아, 그리고 유다지파의 충실한 친구뿐 그의 편은 없었다
그의 형제마저 곤혹스러워 했다
민중은 파도와 같이 이리갔다 저리갔다 했다
도대체 이 물의 장벽- 죽음앞에 무슨 해결책을 내 온단 말이냐
미리암과 아론도 몰랐다
나도 몰랐다
아마 모세도 몰랐을 것이다
나는 그 때 물이 솟구치는 것을 들었다
물이 울리는 소리는 북소리와도 같고
큰물이 내는 음성은 천둥과도 같았다
모세가 두 팔을 높이 쳐 들고 있었다
우리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저 바다 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여호와를 찬양하여라 그지없이 높으신 분
파라오의 병마와 병사를 이 바다에 쳐 넣으신 분
물보라가 치고 바람이 불며 보이지 않는 힘이 우리를 감싸고 있음을 알았다
어째서 우리가 살아있고 우리가 가고 있는지 몰랐다
늑대의 울부짖음이 멎을 때까지 우리는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조차 몰랐다
여자들은 소고와 피리 북과 징을 들고 찬송을 하였다
그 강하신 두 팔로 우리의 원수를 목전에서 해치우셨네
사망이 우리를 쫓지 못하고 세상의 권세가 한순간에 무너졌네
남자들이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너희의 하나님은 오직 한분이신 하나님 여호와 시다
걸어갈 때나 쉴 때 일어설 때나 누울 때 너희는 이 것을 너희 자녀에게 가르쳐라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나는 이름이 없었다
그러나...
그분은 내 이름을 불러 주시리라
첫댓글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말씀하시고자하는 주된 메시지가 무엇인지요?
고대 이스라엘인들이 출애굽의 체험을 통해 하느님을 알게 되었듯이 저또한 그렇게 체험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