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새벽 미명 아파트 입구에서 팔순 어르신을 만나
아침이 밝아오는 새벽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어르신은 만나자마자 어제 일을 말씀하시면서
자제분과 식사를 하고 현풍장에 갔는데
공연을 보는 중에 주차턱에 걸려 넘어졌다고 하였습니다.
자제분들이 병원 가자는 것을 괜찮다며 고사하였는데
오늘 새벽 허리에 복대를 하고 무릎에 테이핑을 하였습니다.
어르신은 자제분들과 내일 새벽은 산행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하였지만
어르신의 새벽 정신은 복대와 테이핑이었습니다.
오늘은 5천보 정도 가볍게 다녀오자며 길 떠났는데
포산중학교를 둘러서 비슬고등학교 사이를 경유해서
디지스트 캠퍼스로 가는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낙상사고 후유증을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산행을 하였는데
어르신은 울퉁불퉁한 보도블럭을 지날 때면 넘어지지 않도록
오하려 저를 배려하였습니다.
그 만큼 어르신은 자상하고 배려심이 깊고
이웃 주민과 인사를 할 때도 45도로 몸을 숙여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어제는 포산 중학교를 경유하였는데
오늘은 포산 중학교를 돌아가는 코스였습니다.
포산중학교와 연결된 공원은 친환경 야생의 숲이었는데
집 가까운 곳에 이렇게 이상적이 공원이 있다는 사살에 새삼놀랐습니다.
어르신은 경치 좋은 곳을 경유해서 목적지를 향하는
절대미각의 산행을 하였습니다.
어르신은 가는 곳 마다 숲이 좋고 숲의 향기가 좋고
공기가 너무 맑고 좋다는 말씀을 끝없이 되풀이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의 숲을 향하여 탄성하는 어르신은
자연과 마음의 주파수가 하나되어 숲의 행복을 느끼는 소녀감성으로 가득 넘쳤습니다.
아직 날이 새지 않았는데 전화벨이 울렸고
새째 며느리가 새벽 기도를 마치고 어제 낙상사고로 염려되어 안부를 물었습니다.
어르신은 괜찮다며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으니 염려말라고 하시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어르신은 전화를 끊고
새째 며느리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였습니다.
이윽고 디지스트 입구에 도착하였는데
다리를 건너자마자 어느 곳을 가르키며 여기가 내 아지트다고 말씀하였습니다.
곧 바로 어르신이 말씀하시는 곳에 올라 갔는데
아름드리 소나무 적송이 10여그루 심겨져 있고 대나무 숲이 병풍처럼 둘러쳐졌습니다.
서쪽의 햇빛을 큰 산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울창한 대나무 숲과 소나무 향기로 가득넘치고 현풍천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었습니다.
어르신은 폭염을 피해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마다하고
낮에는 간식거리를 준비해서 돗자리를 들고 최적의 피서지를 찾았습니다.
어르신은 두 팔을 벌리고 크게 숨을 들이 마시며
울창한 대무 숲과 솔향이 너무 좋다며 감탄하고 탄성을 발하였습니다.
이렇게 어르신과 함께 숲을 걷는 아름다운 동행을 하는 동안 집 앞에 도착하엿고
어르신은 스마트폰을 보며 오늘도 7천보를 걸었다고 말씀하였습니다.
잠시 벤치에 않아 쉬면서
어르신께 폭염을 피하는 저의 아지트는 건너 온 저 다리라고 하였습니다.
컴퓨터 영상 작업을 마치고
밤 12시에 박스 하나들고 다리에 오면 에어콘보다 더 시원한 비슬산 골바람이 분다고 하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날마다 폭염의 불바다를 이룬 지난 여름
밤마다 이곳 다리를 찾아 바람멍 때리다가 집에 가면
냉풍기와 선풍기 바람을 피해 부채 하나로 더위를 견뎌냈습니다.
어느 때는 저녁에 영상 작업을 하다가 너무 더워 작업을 중단하고
초저녁부터 다리를 찾아 시원한 바람을 맞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