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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의 폭격
오종락
올가을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왔다. 저만치 떠나간 여름의 뒷모습은 올림픽에서 세계 랭킹 1위 선수가 막판에 패하고 쓸쓸히 자취를 감춘 모습처럼 느껴진다. 올여름의 폭염과 열대야는 골프 경기의 18홀처럼 길고 지루하게만 느껴졌고, 순식간에 찾아온 가을의 모습은 한판승으로 시합에 이긴 유도 챔피언의 모습과 흡사하다. 폭염으로 이어진 성하의 터널 구간은 정말로 길고 힘들었다. 그런 만큼 가을을 맞으며 선선해진 날씨가 주는 감흥은 예년과 달리 더욱 달콤하게 다가온다. 베란다 창문 너머로 저 멀리 앞산 위에 떠있는 흰구름 사이로 속살을 내보이는 파란 가을 하늘이 한없이 반갑고 무척이나 높게 보인다.
며칠 전만 해도 성하의 터널 속에서 농어민들의 애타는 한숨소리를 자주 듣곤 했다. 아침 산책길에 만나는 나무와 풀들은 폭염과 가뭄으로 사투를 벌이며 물 한 모금을 구걸하며 아우성을 치는 것만 같았다. 인간이나 동식물 할 것 없이 모두 얼마나 폭염과 가뭄에 고통스러웠을까. 모두에게 너무 고생했다고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은 성하의 터널 구간을 지나왔다. 하루 밤사이 추계 터널로 깊숙이 접어들었다. 순식간에 확 바뀐 계절이 ‘도깨비놀음’ 같기도 하고 그동안 무더위에 지친 몸을 일시에 보상해 주려는 듯하다. 지난여름은 리우 올림픽의 열기로 인해 내 몸도 더욱 뜨겁게 달구어져 밤잠도 여러 날 설치게 했다.
올림픽의 영향 탓인지, 심술쟁이 폭염팀과 찬공기팀의 기후 시합에서 찬공기팀이 ‘한판승’으로 폭염을 일순간에 물리쳐버린 형국이다. 속 시원하게 한판승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유도처럼 자연현상에서도 이런 승부가 일어날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정말로 신통방통한 기상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제법 날씨가 선선해진 지금도 며칠 전까지 들었던 폭염으로 인한 아우성들이 내 귓전에 들려오는 듯하다. “이런 찜통더위는 난생처음이야”, “올여름은 소나기도 한번 내리지 않아”, “냉방 전기료가 너무 무서워”, “올해 과수농사는 완전히 망쳤어”, “양식 물고기가 떼죽음 했어” 등 하소연 종류도 참으로 다양했다. 가뭄과 고온현상에 농사를 망쳐버린 농어민들의 한숨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그분들은 결실의 가을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처럼 폭염이 남기고 간 엄청난 상처가 트라우마로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폭염 같은 기후변화도 결국은 우리 인간들이 불러온 자업자득의 현상이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화석연료를 남용하여 지구온난화 현상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매년 조금씩 오르는 현상인 지구온난화를 가볍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사람들은 석탄, 석유,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때 발생된 온실가스가 지구를 온실처럼 감싸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극의 빙하도 녹고 그린란드 빙붕 붕괴 등으로 해수면이 점점 올라가게 된다. 빙하의 소멸은 지구로 오는 태양열을 반사해주는 반사경이 없어지는 것과 같기 때문에 온실효과를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 참가한 키리바시공화국의 카토아타우(32)란 역도선수가 경기를 끝낸 직후 지구온난화로 자기 나라가 바닷물에 잠겨 사라질 위기에 처했음을 세계인에게 알리는 춤을 추어 화재가 되었다. 그는 “나는 역도와 내 춤을 통해 키리바시의 상황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와 집이 바닷물에 잠길 처지 된다면 얼마나 심각하겠는가. 비슷한 처지이며 지구온난화 피해국 1호인 투발루는 대통령이 이미 국토 표기를 선언했고 세계적인 휴양지 인도양의 몰디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전 세계 폭염 발생빈도는 해마다 증가하고 사상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20일 인도는 기온이 51도까지 치솟아 3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폭염도 알고 보면 결국 지구의 신음소리의 하나다. 기후전문가들은 폭염을 태풍, 가뭄, 폭우 등 다른 기상재해보다 더 심각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했다. 가장 무서운 침묵의 살인자, 폭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해마다 폭염은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왔고 농작물이나 산업현장에 큰 영향을 끼치고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문제는 이런 폭염 현상이 앞으로 갈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데 있다.
기후변화가 몰고 올 암울한 미래를 생각하며 대비책을 강구하며 살아가야 하겠다. 역사 속에서 명멸했던 문명의 흥망성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기후’라는 학계의 주장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오늘날 세계를 흔히 하나의 지구촌이라고 부른다. 나는 기후 현상에 비추어 ‘지구 비닐하우스’라고 명명하고 싶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주 공간 위에 쳐진 거대한 ‘온실가스 하우스’ 속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즉 ‘지구 비닐하우스’ 속의 온도가 점점 오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는 2007년 영국의 '가디언'지에 기고한 ‘지옥으로 가는 6단계’란 글에서 2100년에는 현재보다 지구의 기온이 섭씨 6도가 상승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지구는 현존하는 생물종의 95%가 멸종하게 된다고 한다. 경제가 아무리 성장하여 GDP가 높아지고 100세 시대가 오고 있다고 한들 기후환경이 악화되어 임계점에 이르면 ‘지푸라기 한 줌이 당나귀를 쓰러뜨리듯’ 지구가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재앙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지구의 온난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올여름 극심한 폭염 속에서도 처서가 지나면 곧 가을이 다가온다는 희망 속에서 견뎌냈다. 앞으로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 가을이 사라진다면 무슨 희망으로 폭염을 견뎌낼 수 있을까? 하고 은근히 걱정된다. 이런 일은 결코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최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발표한 제5차 평가보고서는, 대기권의 온실가스 농도가 지난 80만 년 중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며 이미 ‘탄소 비만’에 걸려 있다. 아내와 나는 지난 8.22. 에너지 날에 “불을 끄고 별을 켜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수성못 행사장에 참석하여 ‘탄소 다이어트’ 캠페인을 벌이며 시민들에게 지구 환경의 소중함을 홍보하기도 했다.
폭염에 시달릴수록 저탄소 생활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40%가 가정, 상업, 수송 등 비산업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빠르게 진행되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은 바로 저탄소 생활 실천이다. 꼭 필요한 저탄소 생활은 풍요로운 우리의 삶을 지속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며 우리의 자손을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생활문화이다.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절전, 물 절약, 대중교통 이용하기, 쓰레기 분리배출 등을 생활화하여야 하며 국민 모두가 지구환경 지킴이가 되어 온실가스 감축으로 폭염 예방에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6.9.2.)
첫댓글 공감가는 글 잘읽었습니다. 인간이 불러온 지구의 신음소리가 막 들리는 것 같습니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생활의 지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폭염 원인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온난화와 엘리뇨 현상으로 추정됩니다.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자연재해도 인간의 노력의따라 개선 될 수 있다는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 점점 기온이 올라간다면! 편리한 만큽 재앙을 받는다는 것을 각성해야 겠습니다.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읽어갈수록 눈이 번쩍 뜨이고 시야가 더 넓어지고 깊어졌습니다.
눈 온 산의 양달 토끼는 굶어죽어도 응달 토끼는 산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적자생존이라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공룡꼴이 되겠지요. 자업자득이니 어쩌겠습니까? 의미있는 글 공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9.03 12:41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식견이 대단합니다. 읽는 재미도 좋고 많은 지식을 얻게 되었습니다. 환경보존에 대한 경각심을 잘 일깨워 주는 것 같습니다.
구구절절 맞는 말씀 입니다.폭염과 하늘을 원망하기전에 사람들이 만든 자업자득 임을 한번쯤 뒤돌아 볼때가 된것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