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이 1년 사이 3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현금서비스 잔액은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카드론의 대출 기간이 현금서비스보다 길고, 금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수요가 더 몰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카드사 연체율 역시 개선되면서 수익 증가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올 하반기 재산정될 가맹점 수수료율이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카드론 잔액 1년 사이 9.5% 증가
업계 "1금융권 대출 규제 풍선효과"
올해 1분기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33조1787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년 전 30조3047억 원보다 9.5%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시중은행 등 1금융권의 대출 규제로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넘어왔다는 분석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여전히 높지만 현금서비스나 저축은행 등 다른 대출에 비해 금리가 비교적 낮은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1금융권 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로 지난해 10월부터는 고신용자 유입도 늘어난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현금서비스는 1년 전보다 8.5% 감소
카드론보다 상대적으로 금리 높아
하지만 이런 '풍선효과'가 카드사의 모든 대출 상품에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2년 전 만해도 증감을 반복하던 현금서비스 잔액은 지난해부터 다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7개 전업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잔액은 지난해 1분기 5조7165억 원이었는데, 올해 1분기 5조2274억 원으로 5천억 원 가까이 줄었습니다.
지난해 4분기 5조2178억 원보다는 90억 원 넘게 소폭 늘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감소했습니다.
현금서비스의 잔액이 줄어든 것은 카드론에 비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은 대부분 금리가 20% 이하이고, 7~8등급 이하의 차주의 경우 간혹 20% 안팎의 금리를 적용 받는다"며 "하지만 현금서비스는 5등급 차주라도 20% 가까운 금리가 책정되는 만큼 고객 입장에서도 카드론을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카드론 늘고 연체율은 줄어
수익성도 개선?…업계 "착시효과"
현금서비스는 단기 대출인 반면 카드론은 장기 대출입니다.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도 현금서비스 이용 고객은 카드론 이용 고객에 비해 리스크가 더 큽니다.
카드론 잔액은 2년째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리스크가 비교적 적은 카드론 잔액이 늘면서 카드사의 연체율도 개선됐습니다. 올해 1분기 카드사 연체율은 0.26~1.52% 수준입니다.
카드론 잔액이 늘고 카드사 연체율이 개선된 만큼 카드사의 '사정'도 더 나아졌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를 두고 '착시 효과'라고 이야기합니다.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라 정부가 원금 상환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을 시행하면서 연체율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숫자로만 보면 연체율이 더 좋아진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정확한 연체율 수준은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된 이후에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 1분기 순이익 38.6% 증가
실적 개선 전망에 수수료율 인하 무게
여전히 카드사들의 '숫자'는 양호합니다. 올해 1분기 7개 카드사의 순이익은 723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8.6%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완화에 따른 '보복소비' 효과에 1분기 호실적을 거둔 것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처럼 '양호한 숫자'가 업계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서 기존 대출 고객에게도 연 20% 금리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며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올 하반기 가맹점 수수료율이 산정되는데 표면적으로 데이터가 모두 좋다보니 전망이 좋지만은 않다"며 "오히려 수수료율 인하에 명분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3년 만에 다시 산정되는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위한 수수료 인하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 수수료율은 시장경제에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정부가 강제적으로 규정하다보니 업계 안에서도 이야기가 많다"며 "내년 대통령 선거 등도 앞두고 있는 만큼 정치권에선 수수료율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수수료율은 낮아지더라도 카드업계의 수익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봤습니다.
김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지면 더 많은 고객들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대출 상품을 이용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업계 실적 등은 더 개선될 것"이라며 "카드사들도 더 이상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 https://biz.sbs.co.kr/article/20000020942?division=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