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의 효용성(效用性)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김천 8경을 둘러볼 양 도시를 탈출했다. 오봉 저수지를 한 바퀴 돌고 사명대사의 평화공원에 있는 ‘평화의 탑’으로 갔다. 그동안 코로나를 극복하고 봄나들이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봄의 향기를 맡으며 표정이 밝아 보였다. 봄 내음과 함께 상큼하고 신선한 공기를 폐부 깊숙하게 마셨더니 기분이 상쾌했다.
부항댐으로 갔다. 댐은 단순히 수위 조절과 발전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부수적으로 주변 환경을 아름답게 꾸며 놓아 관광객을 부르고 있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며, 짚라인이 설치되어 넓은 호수를 가로지르며 신나게 하늘을 나는듯한 체험을 하는 장면도 목격했다.
그 광경을 보면서 옛날 보병학교에서 유격훈련을 받던 기억이 떠올랐다. 강 양쪽에 와이어를 설치하여 도르래를 이용하여 강을 도하했던 장면과 10m 높이에서 수직으로 하강하여 물에 떨어지는 훈련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나는 그 훈련이 재미있었다. 중학 시절에 낙동강에서 수영하여 강을 건넜으며, 언덕바지에서 강으로 다이빙을 했기에 무섭거나 겁나지 않았다.
부항댐을 보면서 옛일이 떠오른다. 우리나라가 비가 연중 많이 오는데도 물 부족 국가라고 한다. 비가 여름에 집중적으로 오기도 하지만, 그 비를 저장하지 않고 강으로 바다로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지금은 곳곳마다 계곡의 물이나 강물을 저장하기 위해 둑을 쌓아 댐이나 보(洑)를 만들어 물을 저장하고 조절하여 흘려보낸다.
나는 중학 시절까지 낙동강 중류의 시골에서 살면서 여름이면 낙동강의 물이 범람하여 마을 앞에까지 넘실거리는 것을 보았다. 물이 한꺼번에 내려오기에 집채가 떠내려오기도 하고 가축이며 살림살이 가재도구가 떠내려오는 것을 봤다. 당시에는 안동댐이 없었기에 물의 저장은 고사하고 홍수로 인한 농가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낙동강을 따라 곳곳에 보(洑)를 만들어 수량을 보존하고 있다. 그 강을 따라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져 있다. 봄날에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우리의 강과 산의 아름다움과 들녘에 핀 풀꽃의 신비로움도 만끽할 수 있다. 보의 수위 조절로 강이 마르지 않고 물이 넉넉히 흐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의 강도 넉넉히 흘러 기쁨과 행복을 자아내게 하니 말이다.
일상에서 하루쯤 안식(쉼)은 삶의 충전으로 필요하다. ‘안식’의 의미는 ‘중지하다’이다. 하던 일을 중지함은 또 다른 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운을 받아 다음의 일을 기쁘고 즐겁게 하기 위한 것이다. 댐과 보가 물을 충전하여 생명의 젖줄이 되고 있다. 우리 삶의 에너지는 어떻게 충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