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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생활이 쉽지가 않은데, 그러면서도 시사프로그램이나 라디오 생방송은 꼬박꼬박 챙겨듣고 있습니다.
특히 운동할 때 들으니까 나름 괜찮더라구요.
저번에는 뭐 수학올림피아드 3등을 두고 김현정의 뉴스쇼에사 수학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걸 들었는데,
발언을 하는 당사자가 수학에 천부적 재능이 있는 건지, 아니면 노력의 결과인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인하대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올림피아드 출전하는 학생들을 리드하는 사람이면 뭐 ...
물론 이 글을 쓰는데, 고민을 엄청 많이 했습니다.
스노비즘을 병적으로 혐오하기 때문에, 특히 뭣도 모르면서 인터넷에서 날뛰는 사람들 (설**, 강** 등등)을 왕왕 씹어대곤 해서
제 스스로가 숏도 모르면서 개똥같은 소리 지껄인다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많이 들었거든요.
다시 돌아가서, 인터뷰 당사자가 하는 주장을 추려보면
1. 수포자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 : 그 단어가 포함하고 있는 부정적 의미에 사람이 영향을 많이 받는다.
2. 수준별 교육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
3. 수학을 배워야 하는 취지를 학부모, 선생들과 학생들이 이해해야 한다. : 오답여부를 따지지 말고 문제풀이 자체를 보자..
수포자 1인으로써 수학을 포기하게 된 원인은, 어느 한순간 벼락처럼 떨어진게 아니라
그냥 제가 "탈진"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너무 지쳐서 나가 떨어졌거든요.
(고교졸업을 09년에 했으니.. 몇차교육과정인지는 기억이 잘 안나네요)
고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선방했습니다. 중학교 때 쌓아놓은 실력으로 평균정도는 유지했습니다.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특출나게 못하는 것도 아닌 수준.
다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수열이나 삼각함수 등 복잡한 과정을 접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이 그렇게 빠른 편이 아니기 때문에, 남들 너덧문제 풀 시간에 한두문제 간신히 푸는데
그것조차도 중간에 일어난 작은 실수 때문에 몇시간 투자해놓고도 본전도 못 찾곤 했습니다.
오죽하면 찍어서 24점 맞은 친구보다, 뭣빠지게 풀었는데도 12점을 맞았을 때의 충격은 꽤 신선하더라구요.
물론 그대로 나가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쎈 (SSen)이나 해법, 정석 구해다가 읽고 또 읽고 했는데 - 막상 시험만 접하면 그대로 나가 떨어지더라구요.
죽자살자 매달려서 12점에서 최대한 올려본 점수가 60이었습니다. (고2, 1학기 기말고사)
부모님 또한 가정교사를 고용해보고, 잘 가르친다는 학원에다가 보내기까지 했는데도
수학만큼은 잘 해봐야 양, 보통은 가를 받았습니다.
가정교사나 학원 선생들도 늘 하는 말이 - 하려는 의지가 없는것 같다, 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제딴에는 어떻게든 한 문제 제대로 풀어보겠다고 매달리는데 20분 30분 걸리니 다른 학생에 비해 효율이 바닥을 기는게 당연지사.
물론 학원이나 학교에서도 동기부여를 한다고, 일반적으로는 매질이었는데; 뭐 먹히기는 커녕 제 머리에 뿔만 두개 났더라구요.
잔도 불태워버린 위연의 심정처럼 학원 창문을 다 때려부수고, 학원 원장 낮짝에다가 재떨이 집어 던지고 욕지거리를 하는 바람에
학원에서 제대로 쫓겨난 적도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교사들이 할 줄 아는거 별로 없더라구요.
조금 잔인한 소리일지도 모르겠는데, 학교에서는 부진한 학생들을 철저하게 버리려는 것 같았습니다.
잘하는 학생은 철저하게 밀어줘서 어데 대회같은데 내보내곤 하고 (그래야 학교 명성, 교사의 성과에 영향을 주니까?)
못하는 학생은 하던지 말던지, 그냥 못 풀면 나와서 엉덩이 먼지나 털어주는게 전부였으니.
1. 교사들부터가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을 어떻게 리드해야 하는지 하나도 모른다.
솔직히 이건 교사들을 비난하기 미안한 감이 좀 있긴 합니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교사의 실적은 학생들 성적의 표준편차를 올리는거 보다는, 얼마나 많은 우수한 학생을 뽑아내느냐 - 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전자의 경우 NO ONE LEFT BEHIND - 라면/ 후자의 경우 적자생존, 자연선택 뭐 그런 생각이었던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해줘야 하는가 - 에 대한 깊은 고민보다는
매질로 동기를 부여하는게 오히려 더 편하고 단순했으니까요.
2. 시간이 촉박하다.
학생들도 애초부터 수학을 던지기 보다는 부진한 성적을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고 백방으로 했을겁니다.
다만 3년이라는 시간이 수학을 "더럽게" 못하는 학생들에게 그렇게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개개인마다 같은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죠.
같은 시간 안에 어떤 학생은 빠르게 풀고 재검토하고 답안지 뒤집는 반면에,
다른 학생은 문제 이해부터 못해서 한참을 끙끙대다가 결국에는 못 풀고 빈 답안지를 내고
또 다른 학생은 어찌 풀긴 했는데, 중간에서 생긴 실수 하나로 문제풀이를 어그러트러 버리거나.
같은 수학개념이래도 누구는 쉽게 이해 및 응용하는 학생이 있고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응용에도 약하고 정석적인 문제만 강한 학생이 있고
개념조차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기 마련이니까...
첫번째 학생은 3년이라는 시간 안에 고등수학을 철저하게 이해하고도 남겠지만
나머지 두 학생의 경우 3년 안에 고등수학을 능수능란하게 이해하고 응용할거라 생각하는건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백 보 양보해서 두번째 학생은 죽자살자 굴러서 간신히 삼각함수와 미적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세번째 학생은 3년 시간 투자해서 수열, 무한급수만 간신히 떼었다면.... 으음...
3. 지나치게 효율을 따지다 보니까, 포기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위에 언급된 상황을 접하고 있는 - 수학을 못하는 학생의 경우, 최종적으로 포기하는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하게됩니다.
학교에서는 못하는 학생들에게 관심이 없거나, 동기부여를 이유로 매타작을 하는게 일상이고
특수반을 따로 만들어도, 특수반은 성적 상위클래스들을 위한 그들만의 "스카이캐슬"이지,
부진한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자니, 안되는 머리로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시작할것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볼 중간고사, 기말고사는 어떻게하고 수능은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결국에는; 더 이상 수학에다가 투자해서 나머지 다른 성적도 다 말아먹느니 깔끔하게 던지고
다른 쪽에서 성적과 실적을 챙겨서 대학을 지원하는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뭐.... 저는 정시가 아니라 수시로 비비고 비벼서 대학에 간 경우라)
그렇다고 유급 먹는 상황은 또 거의 없으니, 부진한 성적 그대로 끌어안고 졸업해야 하는 절망적 상황이 펼쳐지죠.
유급을 한다면 적어도 (너무 희망적인가) 부진한 성적을 만회할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겠지만
- 한국 정서상, 유급은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하거나, 정신병 진단이나, 미투 당한것 만큼 주홍글씨라.
이제 인터뷰 대상자의 생각에 대해 따지고 들어보면은,
1. 수포자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
- 수포자라는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의미가, 부진한 학생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인데,
수포자라는 단어를 대체할, 수학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을 지칭하는 단어는 수레에 차고도 넘칠텐데, 굳이 그 단어를 쓰고 안 쓰고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수포자가 나타나는건 교육 시스템의 문제지,
단어의 부정적의미가 어쩌고 저쩌고를 왈가왈부하는건 너무 비겁한 변명이라고 생각합니다.
2. 수준별 교육의 활성화
- 물론 효율을 따지자면, 학생들을 나눠서 가르치는게 최선의 방법입니다만. 교사들의 자질이 문제겠지요.
잘 하는 학생들은 내버려 두고, 가끔 관리만 조금 해주면 알아서 잘 합니다. 엇나가지만 않게 해주면 무탈합니다.
그러나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을 어떻게 "구제"해주는지, 교육 시스템은 그 구체적인 방법을 내놓지 못합니다.
그 전까지는 두들겨 패면서 - 볼기짝에 피멍나기 싫으면 공부해야한다고 동기 같지도 않은 동기를 부여하긴 했는데...
그래도 그걸 끝까지 버티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바로 본인)
너는 때려라, 나는 혀깨물고 뒈져도 못하겠다 - 라고 버티면 뭐 교사도 별 수 없지요.
그리고 암만 숏빠지게 노력해도 성적 더럽게 안나오는 과목, 뭐하러 노력하느냐 - 는 무력감에 빠져있기도 하구요.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에 대한 반발심 + 학습된 무력감에 빠져버려있고
교사는 그런 학생들을 어떻게 끌어올려줄 방법을 모르고,
시간은 흘러가서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능시즌이 다가오니 뭐... 총체적 난국
3. 수학을 배워야 하는 취지부터 교육자와 학생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공부를 하는 이유부터가 - 학생의 경우, 대학을 가서 입신양명하겠다는 생각이 태반이고,
얼마나 많은 학생을 명문대로 보내느냐 - 그것이 교사의 성과로 직결되는 시스템 아래서
수학을 해야하는 이유를 아무리 설명해줘 봤자, 그냥 내신성적 중요해요 - 라고 강조하는게 훨씬 잘 먹힙니다.
오답유무를 가리는것보다 문제풀이를 보자 - 는 주장도 듣기엔 그럴싸 합니다만
그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겠지요.
10점 만점 문제에서 7점짜리 오답, 5점짜리 오답 이것을 정하는 기준이 모호할테니까..
그렇다고 그걸 교사의 재량에 맡기는 것 또한 공정성이 의심되구요.
"시도는 좋았다"라고 속 빈 말로 달래주는거야 아무나 가능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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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꼭대기에 앉은 곤륜산 신선들이, 구름 아래의 백정의 삶을 알 리가 있을까 - 라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합니다.
인터뷰 당사자가 수학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수학을 포기한 사람의 입장에서 현 상황을 보지 못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댓글 저는 이공계박사까지 하고 있지만 정작 고등학교 당시에 수학을 썩 잘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잘 하지못하고요. 하지만 항상 수학을 사용하는 일을 하고있지요. 지금 고등학교 때를 돌아보면 왜 그때는 수학에 이런의미들이 있단걸 몰랐을까하는게 후회됩니다. 당시에 조금 더 실력을 갖춰 두었으면 지금 요긴하게 쓸수있을테니까요.
@Sampras 문제는 고교 수준에서는 수학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정말 쉽지 않다는게...ㅋㅋㅋㅋ
그렇다고 지금 현재 엄청난 수학실력이 필요한건 아닙니다. 다만 몇몇일들을 좀더 심도있게 다루려면 아주 조금 스킬이 더 있었으면 하는거죠. 수학과라면 모를까 이공계라도 수학적 스킬이 아주 뛰어날 필요는 없는것같습니다. 요즘은 컴퓨터가 많은 부분을 대신 해주기도 하죠. 요는 무작정 배우라할게 아니라 전체적인 걸 조망해가면서 배워야 수학의 의미나 배우는 요령을 잘 캐치할수있는건데...
고교과정은 너무 답답하게 과정이 짜여있는거 같아요. 학생들이 다 수학자가 될것도 아닌데 문제를 그렇게 잘 풀필요가 있을까요. 그보다 전체적인 시야를 주입시켜주면 더 잘할수있을것 같은데 말입니다.
공부도 재능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체능은 재능 여부를 거리낌없이 얘기하면서 공부는 왜 안 그러는지 말입니다
진짜 안 해서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해당 학문 습득이 너무 어려운 사람도 있습니다
교사님들 옹호를 하자면 사실 많이 뒤쳐지는 학생들은 어차피 안 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분들이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습니다 얘기를 나눠보면 아무리 가르치려해도 안 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겁니다 해당 과목에 취약한 학생들이 특정하게 있어요
새로운 언어 배우는 것과 수학은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수포자라는 말이 하도 쉽게 쓰이다보니 학교에서 중1들도 자기는 수포자라고 하는 학생들이 많더군요. 그런 애들도 데리고 진도 구애받지 않고 개별적 코칭, 또래교수학습 같이 쓰면서 방정식 지도해 봤는데 다 따라오고 결국 스스로 해내긴합니다. 근데 학교에서 진도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이해했는지 여부로 다음 단계로 나간다는게 현실적으로 어렵고... 중학교에서 보니 이미 초등학교에서부터 학습결손이 누적된 아이들은 정말 많은 개별지도가 필요한데 현 시스템에서 교사1명이 이를 어찌해야할지...
교사는 늘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배움이 일어나게 할까 고민해야하는건 맞는데 지금의 수포자 문제가 단지 교사의 무능때문인지는..
아직도 기억하는건 중1 수학시간에 선생이 잘하는 친구에게 심화문제 풀게하고 이해한지 확인한뒤 넘긴거에요. 그당시 학원을 안다녔는데 이해도 못하고 후딱 넘기더군요. 그런게 쌓이다 보니 나중가서는 감당이 안되요
수학은 교육 과정의 문제라기 보다는, 자기 머리회전과 동기부여 그리고 시간과 노력의 문제입니다.
수학공부라는 건 시간들여서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기존지식과 결합하고 조직화해서 수학적 사고를 구축하는 과정입니다.
근데 이건 누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게 아니에요.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며 많은 시간동안 머리아픈 짓을 십수년간 해내는 것, 이게 재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