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여 년 됐을까요?
서울서 대단한 전시회가 있다해서
지역의 화가 분들과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군 복무중인 아들이
당시는 중학생.
같이 태우고 제가 운전하며 고속도로를 비행(?)하는데
마침 그 때가 이맘때 쯤이지
배롱나무 백일홍 현란하게 흐트러지는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서울 번화가 그 복잡한 도심에
한 치의 오차없이 전시장에 도착했습니다.
동승한 예술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감탄했습니다.
'운전이 예술'이라고 ㅎㅎ
약간 전에 서울 톨게이트, 만남의 광장이라고 할겁니다.
옆에 앉은 아들에게 맆서비스 겸,
"아따, 니 온다고 에드벌룬 뜨ㅣ어 놓았네?:"
아들 말이 더 걸작입니다.
"아빠. 헬리콥터도 마중 나왔어요!"
마침, 오늘의 교통상황 취재를 나온 팀들이
팔랑개비 오랑캐 잠자리를 띄워 놓았겠지만...
이렇게 눙치는데 가만 있을 작가는 예술인이 아니겠지요.
"아빠만 (과대망상) 환자인 줄 알았더니,
오늘 보니 유전이네여~" ㅋㅋㅋ
뒤에 모신 작가들의 일침이었습니다.
이제 '보리수학교' 출신인 아들도 군입대 복무로 멀리 떠나있고
그 때 눈이 시리도록 공부했던 그 멤버들도 가뭇하고
오늘 성주사는 더웠지만 여름캠프로 분주했습니다.
한 세대를 이어가는 의미를 애써 살리려 찍고 적어 보지만
이런 소회는 어김없이 난도 당합니다.
다음 '불교신ㅁ문'에는 어떻게 결말이 나올지 요령부득이지만
그렇다고 데스크에 고분고분 따를 인사는 더더욱 아닙니다.
이런저런 핑계로 한 병 소주 마시고
다시 야밤에 홀로 깨어 더하기 한 병이 모자라
입가심 한 병 맥주를 마시며
오늘 그 일보다는 망연히 바라만 보았던
성주사 그 연밭 백련을
심청이 그 여인과 함께 되뇌입니다.
그건 꼭 그렇습디다.
그거는 못 속이나 봅니다.
하얀 연꽃을 보고
왜놈들의 '하이쿠'는 세계문학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초`중`종 장의 완벽한 구조를 갖춘 우리 시조는 폐기될 운명에 처하고,
우리 시조의 종장 쯤으로도 히트상품을 만들어
세계로 수출하여 종주국 위치는 너끈히 확보하는
왜놈들의 그 뱃심이 부럽습니다.
아들 태몽이 백련의 계절에 같이 피는
배롱나무 꽃입니다.
꽃 꿈은 딸이라지만 낳고보니 아들인걸
누군들 어쩌겠습니까만
이런 걸 아쉬워 시조 율격에 맞춘다면
그 때 그 진단이 정확할 수밖에요.ㅊㅊㅊ
그래도 혹시 모릅니다.
내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응모할런지도,,,
성주사 백련
청초한 심청아씨 용궁서 봉긋 솟아
한 세상 어화 둥둥 다소곳 합장배례
안심료 죽비소리에 한줄 바람 화들짝
진실한 분타리카 고귀한 하얀 연꽃
일불승 회삼귀일 가르침 나투시어
법화경 비유품으로 설하시네 찬연히
화택유(火宅喩) 아이들은 노는데 정신팔려
불타는 집안에서 도대체 갈팡지팡
아비는 보배수레로 구사일생 살리네
궁자유(窮子喩) 방랑하는 무가내 친아들을
재산을 물려주려 갖가지 방법으로
미욱한 자식일망정 끝끝내는 밝혔다
약초유(藥草喩) 같은 비도 제각기 받기 따라
하나는 쑥쑥 자라 뭇사람 그늘 되고
또 다른 소질 따라서 환자에게 약초 돼
화성유(化城喩) 온갖 보물 제각각 찾아 헤매
험난한 길을 찾아 무리는 지쳐가고
길잡이 신통을 부려 다시 길을 보이네
의주유(衣珠喩) 가난 친구 옷소매 보석 달아
술 취한 그 친구는 깨고도 방황하네
우연히 다시 만나서 그때 사연 이른들
계주유(髻珠喩) 안락행품 전쟁 중 전륜성왕
공 세운 병사들은 푸짐한 논공행상
하지만 상툿속 보배 진정 무공 장수 몫
의자유(醫子喩) 자식들이 실수로 독약 먹어
의사는 혼미해진 아들을 살려 내네
번뇌에 사로잡혀서 의심하는 놈까지
일면불 천팔백세 월면불 하루 낮밤
시공을 초월하는 성주사 백련 연못
진흙 밭 연못 속에서 솟아오른 저 하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