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일단 끝내는게 마음이 편해서 계속 이어 써보겠습니다. 자 이번에는 강제 징용 문제입니다. 글이 너무 길면 읽는데 지치니까 짤막하게 쓸게요.
1. 강제징용은 국제법적 쟁점이 크게 보았을 때에 2가지가 걸려있습니다.
하나는 국가면제라는 법리요, 하나는 국가책임이라는 법리입니다.
(1) 국가면제란?
간단하게 얘기해서 "국가의 행위와 그 재산은 타국의 재판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며 타국은 면제를 부여할 의무를 진다."입니다.
이는 현재의 국제 사회는 국가라는 단위를 뛰어넘고, 국가를 제재하고 행동을 관리하는 중앙집권적 단위가 존재하질 않는다는 사고에서 출발합니다.
이 사고 하에서 국가들과 국가들 간의 관계는 서로 동일, 평등한 관계이며, 서로의 영토적 관할권을 존중한다는 ["주권평등원칙"]과
그 영토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대내적 문제)에 대해 타국의 간섭 없이 전적으로 그 국가가 처리한다는 주권을 인정한다는["국내문제불간섭원칙"]이 나오게 됩니다.
이 두가지 기본 원칙은 헌장 2조 1항과 헌장 2조 7항에 아예 박혀져있어서 UN 회원국이라면 지켜야하는 법칙으로 발전되었고 이 법칙이 더 응용된 법리가 바로 국가면제입니다.
(2) 국가책임이란?
국가가 스스로의 국제위법행위에 대해 다른 국가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그 국가에 대해 부담하는 국제법상의 책임을 말합니다.
요 2가지 법리를 잘 이해하는 것이 강제징용문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2. 자 그러면 강제 노동 혹은 강제 징용의 문제로 가봅시다. 일본의 행위였던 강제 노동, 징용은 불법이었을까요?
ㅇㅇ 불법 맞습니다. 이건 식민지배가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떠난 문제입니다.
왜?
(1)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면 일본은 자신의 전쟁수행에 대해 한국인을 수족처럼 부리는 권리를 아예 갖지를 못하므로 불법입니다.
(2) 설령 식민지배가 합법에 의한 병합이었어도
https://www.ilo.org/dyn/normlex/en/f?p=NORMLEXPUB:12100:0::NO::P12100_ILO_CODE:C029
이미 ILO에 의해 1930년 자국민에 대한 강제 노동, 강제 징용에 관해서 금지하는 협약이 있었고 일본은 이 당사국이었거든요. 그래서 불법행위입니다.ㅇㅇ
1930년 협약 2조. (강제 노동 정의) 강제 노동이란 처벌의 위협 하에 강요되고,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은 모든 노동과 서비스를 가리킨다.
강제 노동이 불법인건 자명하죠? 근데 또 여기서 65년 협정이 등장하게 됩니다. 박정희 정부의 개였던 김종필이 체결한 조약이죠.
3. 제가 위안부 합의 글에서 말했다싶이 65년 한일협정에는 개인과 개인 그리고 국가와 국가 간의 청구권을 이 협정으로 소멸시킨다라는 문구가 있었고
https://www.archives.go.kr/next/search/listSubjectDescription.do?id=002808&sitePage=
요거는 이제 대일청구권 8개 요강에 들어갑니다.
와 이건 빼도박도 못하겠네요.. 사실 많이 힘듭니다. 애초에 저렇게 합의를 하면 안되는데..
근데 국제법적으로 방법이 없는건 아니예요. 일단 그거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단 주의하실 점은 제가 지금부터 소개하고자하는 법리는 다수가 아닌 소수 의견입니다.
3. 자 강제징용이 식민지배가 합법이든 불법이든 엄연히 위법행위로 분류될 수 있으니 저 피해자들은 일본 법원에 제소하여 당시 그 주체들이 행한 강제 징용에 대해 배상을 요구합니다.
이는 강제 징용, 노동에 관한 자료가 대개 일본 국내에 있으며 그 증인들도 일본에 있기 때문에 한국 법원을 이용하는 것보다 일본 법원을 이용하는게 절차도 빠르고, 배상도 잘 받아낼 수 있다는 이유가 있어서 그래요.
근데 기록을 보면 일본 법원이 거부를 했다네요. 한일협정을 체결한 이상 당신들의 배상 문제는 이제 한국이 해결할 사안으로 넘겨졌다는게 그 이유랍니다.ㅇㅇ
근데 좀 억울하죠. 그래서 피해자들은 일본 법원의 절차를 다 밟은 후 한국 법원을 찾았습니다.
4. 한국 법원으로 왔는데 사소해보이지만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1) 강제 노동으로 이득을 본 미쓰비시 제철과 강제 노동을 주도한 일본 제국을 하나의 주체로 보느냐,
(2) 아니면 각기 다른 사기업과 국가로 나누어서 보느냐
이 두가지에 따라 적용해야할 법리가 달라지게 돼요.
5. 일단 미쓰비시와 일본제국을 하나의 주체, 몸뚱아리로 바라봅시다.
[1 - 1] 미쓰비시와 일본을 하나로 보게 될 경우, 한국 법원이 강제징용에 대해 다루려면 넘어야할 산이 2개가 있습니다.
바로 국가면제와 국가책임이죠.
국가면제는 위에서 서술했다싶이 "국가의 행위와 그 재산은 타국의 재판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며 타국은 면제를 부여할 의무를 진다."라는 법리입니다.
국가면제를 강제 징용 사건에 적용하면 일본과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동등한 국가이며
한국이 일본을 지배하는 상국이 아닌 이상 일본의 행위에 대해 한국은 재판할 권리를 가지고있지 않으며 또한 한국은 면제를 부여할 의무를 진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 - 2]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은 국가면제라는 법리가 무조건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가면제가 제한되는 여러 사례들이 있는데 지금 소개해드릴 것은 "강행규범과 관련될 경우 국가면제는 제한된다."라는 법리입니다.
[1 - 3] 강행규범이란?
https://ko.m.wikipedia.org/wiki/%EA%B0%95%ED%96%89%EB%B2%95%EA%B7%9C
어떠한 일탈도 허용되지 않는 국제법상의 최고 규범을 의미합니다. 강행규범 일탈은 무조건 금지됩니다.
이 규범들의 사례: 제노사이드 금지, 무력사용금지, 강제노동 금지, 노예 금지 등등
일본 제국의 강제노동행위는 강행규범의 일탈에 해당되므로 이에 대해 국가면제를 부여하는 것은 국제법상 무조건 금지되는 강행규범 일탈행위에 해당된다는 거죠.
----> 따라서 국가면제 법리를 한국법원이 위 사건에 적용하지 않아도 OK
[2 - 1] 국가면제는 피했으니 이제 국가책임이 남았네요.
국가가 스스로의 국제위법행위로 인해 다른 국가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그 국가에 대해 부담하는 국제법상의 책임을 말합니다.
국제위법행위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조약상의 의무를 어긴다던가, 국가기관인 공무원에게 피해를 입힌다든가, 타국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해친다던가, 무력을 사용한다던가 기타 등등등등
[2 - 2] 어 뭔가 이상하네요? 국가의 부속 기관인 공무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민은 국가가 아니잖아요.
얼핏 보면 다른 존재인데 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해치는데 그 국가는 자신의 피해로 간주해서 "가해국"에게 국가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요?
라는 의문점이 생기실 수 있습니다.
[2 - 3] 이 의문은 간단히 풀립니다.
역사상 국민은 세금도 내고, 국가를 위해 대신 싸워주고, 국가를 발전시키는 국가의 "인적 자원", "재산"이기 때문입니다.
즉 국민 = 국가 재산이기 때문에 이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착취하는 것은 국가 재산에 대한 침해이며 따라서 국가는 가해국에 대해 국가책임을 추궁할 권리를 갖게 됩니다.
이를 외교적 보호권이라고 불러요.
[2 - 4]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의 행사는 다양합니다. 자신의 사법 기관을 이용해서 처벌하든가, 외교 보호를 하든가, 항의 메세지를 내던가 기타 등등
단 "국가의 권리"이기 때문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도 되고 국가와 국가간의 조약을 통해 국가 자신이 특정국과의 관계에서 외교적 보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처분할 수도 있어요.
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바로 이 사례에 해당되겠군요.
[2 - 5] 단 이도 아예 해결이 불가능한건 아니예요.
(i) 가해국에 의해 피해를 입은건 개인이고 그 개인은 자신의 국적국에 의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ii) 개인은 국가와 동일시되는 개체가 아닌 분리될 수 있는 개체이므로
(iii) 따라서 국가 마음대로 피해를 구제받을 개인의 권리를 처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라는 국제법적 법리가 있습니다.
이 법리를 통해 국가책임이라는 장애물 또한 넘을 수 있습니다.
어휴 길다..
6. 그럼 미쓰비시와 일본제국을 서로 다른 사기업과 국가로 분리하여 강제징용사건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이 경우 재판은 사인 VS 사기업이라는 민사재판의 성격을가지며
국가면제 장애물을 대번에 건너뛸 수 있습니다.
국가책임도 위에 소개해드린 것(외교적 보호권 = 개인의 권리)처럼 건너뛸 수 있죠.
※ 5와 6중 무엇이 더 좋을지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야죠.
7. 자 이제 법리를 다 소개해드렸네요.
어휴 길기도 하다.
물론 이 법리는 아직 다수의 학자가 지지하는 법리는 아니라는 점(한 40%의 지지를 받고있습니다.)
제가 위안부 게시글에서도 얘기한 시간의 문제가 걸려있으므로 현실적인 방안은 아닙니다.
다만 곽달호 대위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국제법적 법리상 아예 방법이 없는건 아닙니다.
어우 길다 길어.
얘기해야할 주 내용은 다 얘기했지만 아직 남은 얘기(지금 윤석열 정부의 강제 징용 협상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등)가 있네요.ㅇㅇ
지금은 일단 여기서 끊고 나머지는 후편에서 짤막하게 이어나가겠습니다.ㅇㅇ
덧. 너무 어려워요~~ ---> 죄송합니다.ㅠㅠ 이게 제 한계네요. 나중에 제 친구가 운영하는 글쓰기 연습 좀 참여해야겠어요.ㅠㅠ
첫댓글 정리 감사합니다
2-5 iii에 나오다시피 강행규범에 어긋나는 잘못으로 인해 생긴 권리를 국가맘대로 없애는게 말이되느냐와, 일본에서 소구권을 무시하는 방향으로 해석방향 바꾼게 최근이라는점을 얘기해봤는데
약속안지키는 양아치니 뭐니하는국제정치를 뭘로배운건지 의심스러운 이상한 소리가 나오고, 그뒤로는 문재인 조국 등등 별 이상한대로 튀니까 논쟁이 제대로 진행이 안되네요
우파 커뮤니티에서 하는 말 그대로 가지고 와서 앵무새처럼 반복한 것 뿐이죠. 그쪽에선 그게 정당하고 정확한 논리라고 할 거고 그 반대 의견에 대해선 기껏해야 대깨문 소리나 나왔으려나요.
정리 감사합니다. 많이 공부가 됐네요.
코로나 직전까지 법률사무원으로 아주 잠깐 일했는데 그때 들은 것들이 다시 떠오르네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65년과 박근혜 정권때의 우리정부측 행동)이라던지, 결국은 누가 신의칙을 깼느냐를 국제사회에 입증해내느냐의 싸움이라던지, 입증책임이 누구애게 지워지느냐가 승패의 큰 관건이라던지요.
여담으로 2-5부분을 보니 카슈끄지의 약혼녀와 시민단체들이 미 연방법원을 통해 빈살만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한게 생각나네요. 미 국무부가 빈살만에게 주권면제sovereign immunity를 인정하는 의견을 판사에게 제시하였고 판사가 사건을 각하하며 끝났고요.
그 사건을 가능케한 법리들이 저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미 연방법원 외의 다른 법원은 없었을까라는 의구심은 남아있지만요(바이든이 후보시절 parish라는 표현까지 쓰긴 했지만)
잘 읽었습니다. 위에 회원님도 말씀하셨지만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게시판 상단 고정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