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이상)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 또는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상태.절대적인 지성이나 감정의 최고형태로 실현 가능한 상대적 이상과
도달 불가능한 절대적 이상으로 구별할 수 있다.' 돼 있다.
한편 '현실'은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나 상태','실제로 존재하는 사실', '사유의 대상인 객관적,
구체적 존재'로 정의돼 있다.
금일 조선일보 만물상 타이틀로 '마르크스 경제학의 퇴장'이란 기사가 실렸다. 여기서 '정치경제학'이라고도
불린 마르크스 경제학은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주류경제(시장경제)학과 달리 노동이 모든 가치를
결정한다고 믿었다. 자본가가 노동이 만든 잉여가치를 착취하고 이에 따라 잉여이익율이 떨어져 불황이 거듭되면서
자본주의가 붕괴한다고 했다. 마르크스 앵겔스 이론은 공산주의의 토대를 이루게 되었고 일제 암흑시기에
신학문을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간 유학생들은 '다 함께 노력해서 모두 다 잘 살수 있는 사회'란 솔깃한
'공산주의' 유혹에 빠져 많은 이들이 뺄갱이가 되었다. '공산주의'이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나 허울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나 역시 군사정권시절을 겪어면서 대학실습때 일본 책방에서 아주 예쁘게 꾸며진 마르크스 책에 호감이 갔으나
금서였으므로 구입하지 못했다. 책을 보다가 들키거나 아니 갖고만 있어도 사상범으로 잡혀가 콩밥을 먹어야
했으므로 이론의 신봉여부는 고사하고라도 우리집 식구들의 희망을 포기하고서까지 탐독하고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이후에는 운동권에서는 필독서가 됐고 대학에서는 정식 강좌개설 요구가 빗발쳐 1989년
서울대에서 김수행교수가 강의를 처음 시작했다.예상대로 수강생들은 강의실이 넘쳐날 정도로 초만원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90년 구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이 붕괴되면서 마르크스 경제학은 된서리를 맞았다. 운동권식 이념투쟁의
퇴조와 함께 취업중심의 실용주의 바람도 서서히 일기 시작하면서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수강생이 줄어 서울대는
올 2학기부터 마르크스 경제학을 폐강하기로 했다고 한다.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므로 마르크스 경제학도
하나의 학문이므로 없애기보다는 유지했으면 하는 바램이나 수강생이 4명 정도로 급격히 줄어 최소 강의개설 인원을
채우지 못한다니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나는 학교에서 1980년대 보직을 맡으면서 운동권과 치열한 전쟁을 겪었다. 운동권 학생들이 교문을 막아 교직원들이
출근과 퇴근을 하지 못했던 때도 다반사였고 병신같던 영삼이는 데모하다 제적된 학생들을 복학시키는 선처를 베풀기도
하였다. 그 이후로 데모만 일삼던 놈들이 지금도 국회에 들어와 나라를 망치고 있는 실정이다.
나는 영국에 출장 나갔다가 마르크스가 영국 유학중에 자주 들렀다고 하는 술집도 가보았고, 베르린에서는 공원에 서 있는
맑스앵겔스 동상도 둘러 보았다. 그러나 그들이 선량한 시민을 잘못 인도한 역사의 죄는 씻을 수는 없다. 그들이 간과한
것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몰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