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동기 친구들 몇이서 만든 토요등산반에서 어제 지하철2호선 동백역에서 10시반에 만나
장산 옥녀봉으로 향했다. 옥녀봉으로 정한 것은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노출되는 시간이 가장
짧기 때문이다. 동백역에서는 4번 출구에서 나와 산행 들머리까지는 100여m에 불과하다.
부산시내의 황령산이나 금정산에 가려고 해도 지하철역에서 그늘이 있는 숲속까지는 아스팔트길을
제법 걸어야 한다. 산에 오르기 위해서 차를 타고 몇시간 가야하는 외국에 비하면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산에 오를 수 있는 부산에 산다는 것은 얼마나 복받은 일인가?
나무가 우거진 숲길이라해도 워낙 날씨가 덥고 바람이 없으니 산길을 오르니 온몸에서는 팥죽같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길가에 약간 넓적한 돌팍만 눈에 띄여도 그냥 주저 앉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다른 일행에
폐가 될까봐 억지로 한발짝 한발짝 떼어 도마뱀 꼬리는 면했다. 옥녀봉 아래 세갈래 길 앞에서 선두그룹
네명이 뒤따라 오는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직진하면 옥녀봉으로 바로 올라가는 코스인데 도중에
너덜바위가 있고 경사가 약간 심해 나이든 사람에겐 무리가 될 것으로 생각되어 옆으로 난 둘레길을 택했다.
장산 옥녀봉에 대한 유래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으나 옥녀봉이란 이름은 고성,마산 등지에도 있는 친근한
봉우리 이름이다. 우리 일행은 둘레길을 돌아 체육시설이 돼 있는 옥녀봉 고개 한켠에 자리를 잡아 각자
준비해 온 먹거리를 꺼냈다. 산대장은 충무김밥을 사기 위해 일찍 출발하여 좌동 충무김밥집까지 가서 사 왔다.
본래 충무김밥은 오래전 충무에서 부산 가는 배편 손님들을 위해 김밥과 반찬을 따로 따로 해서 팔던 김밥이었다.
어제 벡스코 세계주류박람회에서 구입한 외포 막걸리 3통을 밤새 김치냉장고에 넣어 히야시를 했더니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친구들이 빙 둘러 앉아 막걸리를 한잔씩 하고 김밥을 먹고 있는데 검은 호랑나비 한마리가 우리 주변을 훨훨
날아샀더니 하필이면 나한테 와서 살짝 내려 앉았다. 잠시 날개짓을 몇번 하더니 다시 날아서 주위를 한바퀴
돌다가는 내게로 와 내 상의인 울긋불긋한 티 위에 앉았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오장로가 한마디 거들었다.
"옥녀의 혼이 나비가 되어 우리 일행중에 제일 미남인 OO한테 찾아왔다"고. 그 말을 듣고 있던 한 친구는
나비가 붉은 색을 좋아한다나? 어쨌거나 나비가 내게로 와서 잠시라도 친구가 되어 준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말이 있다. 이는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츠(Lorenz,E.N.)가 사용한 용어로 초기조건의
사소한 변화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복잡계의 특성을 이르는 말이다. 이는 수치해석에서 파생된
용어로, 나비의 날개짓으로 비유될 정도의 작은 초기조건 변화가 일정시간이 흐른 후 수치해석의 해에서는
토네이도(폭풍)로 비유되는 큰 결과값의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날개짓의 연쇄반응이 토네이도를
일으킬 확률은 0에 수렴하지만 모델의 근사에서는 그것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이는 모델 안에서의 일로 실제 현상과는
관련이 없으며 모델이 현실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