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지리산 대원사 계곡을 가기 위해 12시에 진주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진주에 사는 허선생님과
약속을 했으므로 지하철2호선을 타고 사상터미널로 향하였다. 차가 있을 때는 느긋하게 출발하면 됐으나
차를 막내가 필요하다해서 주고 나니 나들이 할 때가 좀 불편하다. 사상역에서 하차하여 시외버스 터미널
창구로 가서 진주행 티켙을 달라고 하니 일번 버스는 10시50분에 출발하고 우등은 곧 출발한다고 했다.
우등이 스페이스가 조금 넓어 안락하나 요금이 조금 비싸다고 했다. 일단 12시까지 진주에 도착해야 하므로
10시50분차는 너무 늦어서 할 수 없이 우등을 타야했다. 요금은 1인당 12000원이었다.
12시에 진주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허선생님이 차를 갖고 마중을 나오셨다. 얼른 차를 타고 중앙시장
안에 있는 제일식당으로 갔다. 진주비빕밥으로 유명하단다. 다른 친구들도 제일식당으로 오라고 하여 같이
비빔밥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마산에서 오는 안사장은 시간을 잘못 알 고 한 시간가량 늦어서 정회장님이
픽업해서 대원사계곡 제일 윗쪽에 있는 산꾼의 쉼터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우리는 단성IC에서 나와 성철스님
생가를 잠시 둘러보고 가기로 하였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로 유명한 성철스님은 사후 아무런
추모사업을 하지 말라고 유언을 하셨다는데 제자들이 이를 어기고 생가를 새로 단장하고 기념관도 거창하게
마련했다고 한다. 돌아가시고 얼마 안돼서는 전국에서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왔다는데 지금은 뜸해졌다고 한다.
전시관 내부에 들어가니 출생과 출가에 관한 사항을 설명한 설명문과 함께 누더기 옷 한벌이 전시돼 있었다.
생가 기념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출가하시기 전에 낳은 딸인 불필스님이 거처했던 집도 총무가 알려주었다.
대원사를 지나면 울창한 숲속에 좁은 아스팔트 길이 계곡을 따라 기어올라간다. 차가 한대 겨우 지나갈만한데
맞은 편에서 오는 차가 있으면 야간 폭이 넓은 곳에서 비켜가야 한다. 지금은 폐교가 되었지만 한 20여년전에 왔을
때만 해도 가랑잎 초등학교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구절양장 같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마지막 닿는 곳이
산재마을이다. 예전엔 몇 가구 살았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집들을 리모델링해서 대부분 펜션으로 바꾸었다.
주차장 앞 개울가 집이 허총무를 진주 오빠라고 하는 '산꾼의 쉼터'집이다. 장사는 50대중반으로 뵈는 여자가 하고
남자는 강이나 계곡에서 고기잡이와 봅철에는 산나물을 뜯고 한여름철이 지나면 송이버섯을 채취한단다.
우리 일행은 2시쯤 주차장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잠시 앉아 쉬었다가 계곡으로 나가보았다. 계곡에는 가문 탓인지 수량은
그리많지 않았지만 발을 담그기에는 충분하였다. 5년 전에 왔던 작은 폭포가 있던 곳에는 다른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어 우리는 출렁다리 위로 올라갔다.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어디서 나왔는지 작은 물고기들이 나와 살갗을
간지럽혔다. 물은 생각보다 차지 않았다. 워낙 날이 더운 탓에 발목만 물에 넣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한시간 정도물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산꾼의 쉼터'로 돌아왔다. 숲속길을 지나는데 독사 한마리가 휙 지나간다. 그렇찮아도 등산로에 독사
출몰지역이라고 조심하라는 팻말도 붙여 놓았다. 폐가에는 말벌들이 집을 지어 분주히 드나들고 있었다. 저녁식사는 산채나물과
도토리묵 무침 그리고 민물메기탕으로 했는데 주인 아주머니의 솜씨가 좋아서 그런지 맛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