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주요 사건은 채털리 부인과 클리포드, 멜러스 이 세 인물들간의 삼각관계이다. 클리포드라는 인물은 영국의 귀족 집안이며, 어느 정도의 부와 지성을 갖추고 정신세계를 아주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남녀간의 사랑에 있어서도 정신적인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며 육체적인 행위는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그저 무의미한 행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하반신 마비의 장애자가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그의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서로간의 깊은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그 대화를 통하여 친밀해지고, 정이 쌓이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또한 클리포드가 사는 광산촌의 커다란 저택은 당시의 기계화된 물질문명을 의미한다. 반면, 멜러스는 아주 낮은 계급의 사람(산지기)이며, 군인 출신의 건강한 남자이다. 그리고, 그는 정신적 사랑과 더불어 육체적인 행위가 사랑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숲 속의 오두막집에 홀로 사는데, 그 오두막이라는 것은 자연과의 친화적인 관계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전혀 상반되는 두 인물이다. 그러한 인물들 사이에서 채털리 부인은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채털리부인의 사랑>은
작가가 살아있었을 때에나, 죽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설의 줄거리를
대충이라도 알고 있는 오늘날에나, 제대로 된 평가를 못받을 운명을 타고난 모양이다.
소설은, 인생은 여전히 허무하고 살 가치가 없는 것이고,
인간은, 특히 남자는 이기적이고 바보스러우며
신경쓰고 살 필요가 없는 존재이지만,
만약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멜러즈와 코니와 같이
서로 "동시에 절정에 이르는 기적과 같은 일을 행하는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코니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나를 귀부인으로, 귀족 가문의 현명하고 아름다운 안주인으로는
예의바르게 대했지만, 그들 중 아무도 나를
여자로서 귀중하게 생각해주지 않았다."
끝무렵에 가서야 말문을 트는 멜러즈를 제외하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시대의 모습을 뚜렷이 대변한다.
그들은 끝없이 대화하고 논쟁하고 생각한다.
코니의 불구 남편은 귀족에서 부르조아로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지배계급의 그것,
편협하고 비인간적이어서 빛을 낼 수 없는 지성을,
코니는 예술과 직관 없이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혐오하는 자유주의자를,
멜러즈는 그것이 계급과 시대를 초월한 아웃사이더를 대변한다.
정신적인 부부생활 밖에 할 수 없는 코니와 남편의 지적인 대화는
지루하고 억지스럽고 생기없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그럼에도 부부 사이에 먹고 사는 얘기 대신
그리스 신화와 싯귀를 인용한 말들로 인간과 세상을 논한다는 것은
어쨌든 조금 부러운 일이다.
오히려 코니와 멜러즈의 관계는, "사랑"이 다 그럴까, 통송적이고 어리숙해보였다.
그러나 코니를 통해 흘러나온 사랑과 인생에 대한 진지하고 순수한 고민과 탐구는,
고전이 가져다 주는 현학에의 욕구에 나를 몰아넣기에 충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