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익악기 김종섭(金鍾燮. 56) 회장은 요즘 가는 곳마다 악기를 예찬하고 다닌다.
만나는 사람마다 "악기 하나쯤은 다룰줄 알아야 삶이 윤택해지는 것 아니냐"며 악기를 권하는 것은 물론, 본인도 직접 디지털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악기회사 회장이 됐다고 그러는 게 절대 아닙니다. 선진국에 가보면 나이들어 은퇴한 노인들이 모여 악기를 연주하고, 자녀에게도 악기 하나쯤은 꼭 가르칩니다. 악기를 인생의 필수품으로 여기는 것이지요. 우리도 이제 그럴 때가 됐다고 봅니다."
건설기계 회사 (주)스페코를 통해 돈을 모은 김 회장은 지난해 6월 법정관리 상태였던 삼익악기를 전격 인수했다.
김 회장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대한항공에 다니다가 지난 75년 스페코를 창업하면서 사업에 뛰어들었고, 99년에는 한라중공업의 플랜드 사업부문(현 스페코중공업)을 인수하기도 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그가 친한 기업가들과 공동 투자해 설립한 구조조정 전문회사에서 삼익악기 인수를 권했고, 국내외 시장조사를 해본 결과 미래가 밝다고 판단했기 때문.
김 회장은 가장 먼저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 인수 당시 1560명이었던 직원을 8개월 사이에 절반 수준인 760명으로 줄였다.
그는 "회사가 4년 동안 법정관리를 겪는 과정에서 노조도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잘 알고 협력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작년 말 독일의 저명한 피아노 회사인 '벡스타인'을 인수했다.
김 회장은 "피아노로 세계를 제패하려면 먼저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브랜드를 확봏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인수 배경을 밝혔다.
"한국의 가야금 명인이 외국산 가야금으로 연주하기를 꺼리듯, 서양의 저명한 피아니스트들이 한국산보다 독일산 유명 피아노를 선호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초고급품 가격이 1억 5000만원에 이르는 벡스타인 피아노를 판매하면서 벤츠 자동차의 마케팅 전략을 도입키로 했다.
그는 "독인 벤츠가 값비싼 S클래스급만 생산하다 저렴한 C클래스와 E클래스를 선보여 판매를 늘렸듯, 벡스타인도 보급형 모델을 선보여 대중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중국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인들이 명품 선호도가 높은데다 정부가 자녀를 하나만 갖도록 하고 있어 교육열이 강하고 자녀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는 전국 10곳에 '미니 콘서트홀'을 확보, 주기적으로 공연을 열어 지역 주민의 문화 욕구도 해소하고, 삼익악기에 대한 간접적인 홍보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