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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행일기
조현춘<경북대 심리학과 교수>
- 동사섭 수련 통해 학문적 갈등 극복 -
- 불교공부는‘생명의 빛’찾는 희열 -
나는 내가 정말 잘 났다고 생각해왔다. 초등학교시절에는 자타가 인정하는 효자였고, 중학교 시절에는 편도 14킬로미터, 왕복 28킬로미터를 구보로 힘들게 학교를 다니면서도 언제나 일등을 놓치지 않아 방송에서 천재소년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알아주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와 대학원 심리학과를 졸업한 나는 정말 내가 잘 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강아지 정도의 지능을 가진 청년의 해맑은 얼굴을 만나면서, 오만과 편견, 힘겨움과 짜증, 분노까지 깃들어 있는 내얼굴을 자각하게 됐다. 나는 그 청년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어쩌란 말이냐, 열심히 정말 열심히 살아왔는데 어쩌란 말이냐.
인간적 갈등 뿐만 아니라 학문적 갈등도 컸다.
교수가 된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되돌아본 나는 동양정신을 통합 하기는 커녕 서양심리학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실망하고 있었다. 한계를 느낀 나는 심리학 교수를 그만두고 차라리 막노동을 하는 것이 양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우연한 기회에 용타스님이 지도하는 5박6일의 동사섭법회에 참석하게 됐다. 동사섭법회에서 다른 사람보다 10배, 100배, 백천만억 나유타배 두꺼운 나의 업장이 무너지고 찢어졌다. 나의 업장은 너무 두꺼워 소멸시키거나 녹일 수는 없었고, 단지 깰 수 밖에 없었다.
깨어진 업장의 파편에 피를 흘려야 했고, 피흘림이 너무 아파 지리산 골짜기 백장암을 무던히도 올랐다. 그러나 깨어짐의 후련함, 찢어짐의 평화로움, 처절한 고통속에서 환희심이 돋았고 그 피어난 희열은 나를 절망에서 구하였다.
나는 다시 심리학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동사섭에서 얻은 기운으로 서양 상담심리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양정신이라는 내용을 서양과학이라는 그릇에 담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이를 행복훈련이라는 구체적 심리상담기법으로 발전시켰다.
첫 행복훈련에서 모든 참가자들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곳으로 갔다. 전원이 ‘자신이 살아있는 부처’임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행복훈련의 감격은 오래 지속되었으나 나 혼자만의 보물 단지에 불과했다. 다른 참석자들에게도 정말 감격스러운, 평생동안 처음겪는 경험이었지만, 그들에게는 한 번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했다. 내가 안내하는 극락세계는 꿈처럼, 바람처럼, 물거품처럼, 그림자처럼, 이슬처럼, 번개처럼 일순간만 보였다가 사라지는 환각의 나라에 불과했던 것이다.
나는 다시 외로워지고 마음이 황량해 졌다. 그럴때 임영환 후배로부터 김재웅법사님과 법사님의 책 <닦는 마음 밝은 마음>을 소개 받았다. 나는 법사님에게서, 금강경독송회에서, 법사님의 책에서 빛을 보았다. 그 빛은 행복훈련에서 잠시동안 강력하게 발산되었던 바로 그 빛이었다. 나와 모든 생명이 함께 하는 빛, 바로 생명의 빛이었다.
하루에 <금강경>을 7시간, 8시간씩 읽으면서 <금강경>의 의미를 새기던 어느날 나도 <금강경>으로 수행 좀 해보자 는 마음이 일어났고, 수행차원에서 보다 진지하게 <금강경>을 독송했다.
<금강경>을 독송하다보니 근원도 알 수 없는 나 자신의 저 깊고 깊은 곳에서 생명의 빛이 흘러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지혜가 한방울의 물이라면, 그 빛의 크기는 바다보다도 더 컸다. 수백번을 독송하는 동안 <금강경>은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청소시키고 정화시켜 주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이제서야 만난 것이 정말 억울했지만, 그렇게라도 만난 것이 다행스러울 뿐이었다.
-초등학생도 경전 독송 가능하게-
-화두삼아 금강경등 한글화 노력-
<금강경>을 독송하면서 나는 여러가지 신비한 체험을 했다. 내안으로 불어오는 법풍(法風)이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었고, 나는 계속 꾸준히 경전을 독송해 나갔다.
그러면서 차츰 한문으로 되었거나 고어로 풀이된 <금강경>을 도대체 사람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읽을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는 현대의 한글로 풀이된 <금강경>을 만들어야 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로부터 3주후 나는 내가 직접 초역을 하고 ‘화엄경과 화이트헤드를 공부하는 모임(대장 안형관교수)’에서 검토한 한글로 풀이한 <금강경> 원고를 들고 무비 스님을 찾아갔다. 스님을 찾아간 것은 스님의 <금강경 오가해>책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스님은 너무나 자상한 가르침을 주셨다. 내것을 보시더니 “그렇네요, 이렇게 번역하니까 훨씬 좋습니다. 절 냄새가 푹푹 나네요”하면서 너무 좋아하셨다. 처음에는 그저 격려 정도로 생각했다. 도가 높으신 어른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스님과의 만남이 계속되면서 오히려 약이 올랐다. 그래서 일부러 학생을 나무라듯 스님의 번역에 대해 흠을 잡았다. 불손한 나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3시간 40분 동안 한번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스님을 보면서 나는 완전히 기가 죽어 버렸다. ‘이 어른이 진짜 사람인가?’하는 놀라움 이었다.
두번째 찾아갔을 때에도 스님은 2시간 40분 동안 <금강경> 해석과 관련한 여러가지 사항에 대해 자상하게 가르쳐 주었다. 한글로 불경 번역을 하겠다고 나선 나에게 스님은 불경의 한글화를 위해 평생동안 작업해 온 모든 것을 내게 주겠다는 약속까지 하셨다. 나는 큰 감동을 받았고, 큰 힘이 되었다. 나무 무비보살 마하살! 나무 무비보살 마하살!
그런 스님의 자상한 가르침 덕분에 지난해 <한글세대를 위한 독송용 금강경>을 출간했다. 또 <금강경>외에 다른 몇가지의 경전도 번역하기 시작했다. 나는 동양과 서양을 대립적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동양의 정신문화가 없는 서양문명은 공허하고, 서양문명이 없는 동양문화는 산만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동양 사람들은 물론 서양의 많은 현인들도 정신문화는 동양에 있다고 보아왔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양문화의 핵심이 불교에 있다고 보며, 대부분의 불교인들은 <금강경>을 최고의 경전으로 본다.
심리학을 전공한 나는 <금강경>이 동서고금 유일무이의 교양서인 동시에 최고의 정신관련 전공서라 믿는다.
<금강경>은 한번 읽고 버리는 책이 아니다. 수지독송위타인설하는 경이다. 반복해서 읽어야 하며,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어야 한다.
종교에 관계 없이 초등학교에서부터 <금강경>을 독송하도록 하고, 모든 교육자들은 반드시 반복적으로 독송해야 한다고 믿는 내 주장은 너무 먼 미래의 일일까!
경전은 그 시대 대중들의 언어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나는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내 연구실에서 ‘<금강경>독송모임’을 연다. <금강경> 독송도 하고, <한글세대를 위한 독송용 금강경>(2차역)을 위한 낱자 수정도 하고 있다. 또 화화모임과 한국동서정신과학회에서는 <화엄경>과 동서양 고전을 현대어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직 많은 부분이 부족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할 계획이다. 그리고 내게 이런 수행의 길을 열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불교를 믿는 모든 분들이 부처님 가르침따라 항상 행복하길 발원한다.
<끝>
현대불교신문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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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불광(佛光)
오늘을 밝히는 등불 / 경북대 심리학과 조현춘 교수
현대 한글로 된 금강경 만들기
글·김명환
조현춘(경북대학교 심리학과, 51세) 교수는 잘 웃는다. 웃기가 쉽지 않은 요즘이라는데 그는 쉽게 웃을 줄 안다. 그러다가는 느닷없이 심각해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온다. 제법 심각한 이야기 중간중간에 웃음이 터지는 게 또 다반사다. 그의 이야기 속엔 교수라는 일반적인 권위의식 같은 것을 찾기 힘들다. 오히려 더 투박하고 덜 걸러진 말(?)도 쉽게 나온다. 그런 그의 너스레와 숨김없음이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웃을 수 있도록 한다. 마치 사람들을 대할 때는 웃음을 적절히 섞어 이야기해야 함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별칭이 '행복'이다. 물론 그가 관련하고 있는 행복훈련원 때문에 그런 별칭이 붙은 것이지만 말이다. 여하튼 그의 화두는 '행복'이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여기, 이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 또는 문득문득 생각해 보았을 그 문제를 그는 나이 지천명을 넘긴 지금까지, 심리학을 공부해온 30년 동안 놓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는 30년 가까운 세월의 끝에서 금강경을 만났다고 한다. '행복'과 '금강경', 과연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한번은 서울시립정신병원의 임상심리사로 심리치료를 하던 어느 날 지능이 아주 낮은 청년을 만나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 청년의 얼굴은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밝고 평화스럽고 온유하였으며 기쁨과 흐뭇함을 띠고 있었습니다. 남부러울 것이 없는 저는 힘겨움과 짜증으로 찌든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제 자신의 오만과 편견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조교수였기에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인지,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을 공부한 심리학과 교수로서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부분이었다고 한다.
그후 교수로서 평상시처럼 살다가도 그런 생각이 또 파도처럼 밀려오면 더없이 허탈해졌다. 심리학 교수로서, 심리치료자로서 무척 실망하고 한계를 느꼈다. 그때 대학과 대학원의 지도교수님이셨던 이장호 교수님의 말씀이 되살아났다.
"일단 나의 것을 배우고 다음으로 프로이트보다 더 프로이트답게... 하고 마지막으로 동양의 정신유산을 합해서 각자 자기 나름대로 심리상담을 해야 한다."
비로소 동양의 사상을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정방자 교수님의 권유로 용타 스님께서 지도하시는 동사섭 법회에 참석해보았다.
그 동안 열심히 생활해온 현실과 학문에 고집스러운 그였기에 처음 스님과의 대면, 스님과의 이야기는 그를 물러설 수 없게 하는 생각과 생각의 맞부딪침이었다. 스님과 교수 사이의 대화라고는 할 수 없을 험한 말들까지 오갔다. 그러는 사이 그는 자신의 억척스러운 고집과 상이 깨지는 것을 느꼈다.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길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서양의 학문인 심리학을 서양의 시각으로 공부해온 그 자신이지만 이제는 동양적인 시각을 담아 심리학, 인간의 행동에 적용시켜 나가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먼저 국내외의 상담기법을 우리의 정서에 맞도록 새로운 방법의 상담기법으로 만들어보았다. 4박 5일간의 과정으로 집단상담 프로그램으로 그 틀이 만들어졌다. 지난 '92년 1월, 9명이 이 과정에 참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참가자들 모두가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정말 많이 웃었고 이렇게 맛있는 웃음은 처음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줄 처음 알았다." 등등의 반응이었는데 조교수 자신도 참여자들의 반응에 무척 놀랐다. 그래서 이 과정의 이름도 심리학이 인간의 삶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결국은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미로 '행복훈련'이라고 불러 보았다.
남의 심정을 잘 받아들이고 나의 심정을 잘 표현하는 방법과 능력을 배양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익히는 행복훈련은 지금까지 36차에 걸쳐 360여명에 이르는 그야말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가해 왔다.
그런데 조교수는 이 결과들을 체계적인 이론으로 정리하면서 한 가지 욕심이 생겼다. 이러한 감격과 경험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는 없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잠시의 치료가 아닌 영원토록 행복할 수는 없는 것인가.
그 생각에 집착할수록 그는 다시 외롭고 황량해졌다고 실토한다. 그런 고민에 휩싸여 있을 때 한 후배로부터 [닦는 마음 밝은 마음]이라는 책을 선물받았다. 책의 내용이 좋아 여러 번 읽게 되었고 그 자신도 주변사람들에게 선물하면서 금강경을 수지 독송하라는 책의 주된 내용에 관심이 갔다. 온통 서양것 투성이의 세상에서 상담심리학, 심리치료를 30여 년간 공부해온 그 자신, 그 즈음 단 한 권의 동양서만이라도 정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시중에 나와있는 금강경을 몇 권 샀다. 수백 번 읽고 독송하는 동안 그 의미가 다가오고 자신을 다르게 만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솔직히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는 제가 한글로 풀이된 금강경이 영 낯설었다면 일반인들은 어떻겠습니까? 오히려 한문을 주섬주섬 해석하는 것보다 한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웠으니까요. 그래서 좀 제대로 읽기 위해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 금강경을 죄다 사서 읽어보았지만 모두다 비슷비슷한 해설 일색이었습니다. 적어도 100년, 50년 전의 글투에다 어떤 낱말은 한문 그대로이니 그 의미가 확연히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지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왜 현재의 우리 언어로 된 한글 금강경은 없는 것일까.' 조교수는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의 고집스러움이 발동했다. 금강경을 제대로 한번 읽고 싶었다. 그래야만 30여 년 동안 공부해온 서양학문인 심리학을 우리 정서에 맞게 연구해낼 수 있고 행복훈련의 결과도 제대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었다.
처음에는 혼자 금강경을 읽고 앞뒤말을 연결하면서 글로 적으며 읽어나가는 형식이었다. 영어 금강경과 산스크리트어 금강경도 구하였고 산스크리트어 사전도 구해 영어와 한자 금강경을 번역하였다. 그리고 한자본과 대조하면서 다시 번역하였다.
그러기를 얼마, 마침 화화화 모임(화엄경과 화이트헤드를 공부하는 화요일 모임)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신이 생각하고 이해한 부분만이라도 검증을 해보고 싶었다. 타종교인과 심리학 전공자를 비롯해서 다양한 전공 영역을 가지고 있는 화화화 회원들은 싫은 표정도 없이 4개월에 걸쳐 금강경 원고를 읽고 함께 독해해 나갔다. 회원들은 많은 부분들을 지적해 주었고 또 같이 고민도 하면서 힘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무비 스님의 [금강경 오가해]를 참고하면서 나름대로 금강경을 현대어로 바꾼 뒤에 스님을 찾아뵙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나서야 몇십 번을 고치고 고친 금강경 번역본을 스님께 전해 드릴 수 있었다. 그리고 3주 후 불안한 마음으로 스님을 찾아뵈었을 때 스님은 너무도 친절히 금강경을 사이에 두고 가르침을 주셨다. 스님의 번역에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스님은 뜻밖에도 좋아하시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금강경을 영어로 번역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말씀까지 해주셨다. 이렇게 크나큰 격려가 어디 있을까.
조교수는 무비 스님을 만났던 과정을 화화화 모임에 보고하는 자리에서 회원들의 격려에 힘입어 금강경을 영어로 번역할 것을 결심하였고 스페인어 번역도 같은 화화화 모임의 강태진(효성카톨릭대학교) 교수가 맡아주기로 했다. 다행히 무비스님의 감수를 마친 지송용 한글 금강경은 불광출판부에서 출판될 예정이다.
조현춘 교수는 2년 여 동안 그렇게 금강경을 현대 한글로 번역하기 위해 최소한 천번을 읽었다. 하루 7,8시간을 금강경과 씨름해왔다. 그리고 하루는 번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암송할 목적으로 하루종일 금강경 32분 중 1분에서 5분까지 반복해서 읽었다. 다시 단순한 암송보다는 수행차원에서 암송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하루 종일 뜻을 깊이 생각하면서 반복해서 읽었다.
"수보리야, 보살 마하살이 되려면, '모든 중생들 - 알로 생긴 중생이나, 태로 생긴 중생이나, 습기로 생긴 중생이나, 변화하여 생긴 중생이나, 형상이 있는 중생이나, 형상이 없는 중생이나, 생각이 있는 중생이나, 생각이 없는 중생이나, 생각이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 중생들, 이 모든 중생들의 모든 고통을 내가 다 없애 주고, 이 모든 중생들을 모두 완전한 기쁨의 세상으로 모시겠다. 이렇게 하여 한량없이 많고, 셀 수 없이 많고, 가이없이 많은 중생들을 제도하되, 중생을 제도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조현춘 교수는 이 부분을 암송해 나가는 순간 지구보다도 더 두꺼운 자신의 업장이 녹아 없어지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 기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제 조교수는 보현행원품과 관음경 번역과 함께 화엄경까지 현대 한글로 제대로 한번 번역해 내고자 한다. 그제밤도 새벽 네 시까지 금강경을 영어로 번역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한 그다.
조교수가 회장일은 맡고 있는 화화화 모임은 지난 '96년 시작 이후 그 동안 서양사상과 화엄사상의 비교서적을 검토하는 데에만 2년이 넘는 시간을 할애했다. 매주 화요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계속되는 공부였으니 그 진지함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제서야 화엄경을 책상 위에 펴놓고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나가며 그 뜻을 밝혀나가고 있다. 그래서 더욱 화화화 모임이, 조현춘 교수가 내놓을 성과가 더없이 값지게만 여겨진다.
그 결과물은 분명 부처님 오신 날의 이 봄 한국 불교계에, 그리고 우리들의 불교 공부에 다시 한 번 신선한 자극이 되어줄 것이다.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권창선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
월간불광 1998년 5월호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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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많은 교수님들이 참석하여 불교 발전을 위해 같이 연구할 수 있는 법륜불자교수회가 됐으면 합니다.”
7월 24일부터 25일까지 경주 남산 천룡사에서 열린 제33차 법륜불자교수회 하계수련회 및 정기총회에서 제9대 회장에 선출된 조현춘 교수(경북대학교 심리학과)는 불자교수들의 활발한 참여를 통한 교수회 운영을 다짐했다.
“불교에 관심을 두고 주변에 머물러 있는 잠정적 불자교수들을 발굴하는데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또 신입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참여하는 불자로 신행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습니다.”
조 교수는 특히 회원 교수들이 각 재적사찰 신도회의 주축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우수 모범사례를 찾을 계획이다. 이들 사례를 통해 영남 지역 불교발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한편, 향후 포교전략 구축을 위한 기본 데이터로 활용할 방침이다.
“불교는 너무나 크고 빈틈없는 진리입니다. 제가 92년에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한 ‘행복훈련’이란 심리프로그램을 만들고, 한글세대를 위한 독송용 금강경, 아미타경, 보현행원품, 관음경, 지장경, 불유경 등을 출간한 것도 바로 이런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불법을 만나 스스로를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조 교수. 지금도 영어 금강경과 우리말로 풀어쓴 천수경, 초발심자경문 등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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