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입니다.
2월을 며칠 남겨두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하는 오늘은 햇살은 맑지만 아직은 날이 많이 찹니다.
며칠 전 남편이 마당 나무들의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오일장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남편 눈에 장꾼의 손에 들린 전동전지가위가 보였나 봅니다.
덕분에 매년 힘으로 해오던 일을 크게 힘 안 들이고 반나절 만에 전지를 다 했습니다.
잘린 가지들을 주워 모으다보니 산수유와 명자나무 등은 벌써 꽃봉오리들을 달고 있어 반갑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긴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 오는 게 눈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 바람재 카페에 정가네님이 손녀와 함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은 이야기를 올리셨습니다.
초등 1학년인 이쁜 손녀는 그 책을 읽고는 “뭔 책이 이렇게 슬퍼요?”라고 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지요.
그 글을 읽고 생각했습니다.
‘암탉의 이름도 줄거리도 완전 낯이 서네.
아마 너무 유명한 책이라서 어느 순간 안 읽고도 읽었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래서 도립도서관 가는 길에 어린이 열람실에 들러 빌려왔습니다.
군데군데 눈물까지 글썽이며 읽고선 정말 안 읽었음을 확인했지요.
그리곤 습관대로 독서 공책에 간단히 몇 자 적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말이 마음에 짠하게 들어왔지요.
‘나는 괜찮아. 아주 많은 걸 기억하고 있어서 외롭지 않을 거야.’
그 며칠 후 다시 독서공책을 펼치다가 우연히 앞장을 열었습니다.
카페와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손글씨를 쓰는 일이 많이 줄어 아주 오래 전에 시작한 공책이지요.
오랜만에 보니 더러더러 읽었다고 적어둔 책 제목도, 옮겨놓은 문장들도 생경스러운 것들이 많았습니다.
‘햇살이 목이 메이도록 화창한 날입니다.’
(최명희 문학관을 다녀와서 옮겨 놓은 문장이라고...
작가의 생생한 표현에 오히려 목이 메이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만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지음, 사계절 펴냄)’
공책을 넘기다보니 딱 이렇게 적힌 페이지가 나온 것입니다.
2010년 1월에 읽었다고 이리 적혀 있다니...
11년 전이라고 해도 어쩜 그렇게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을 뿐더러 완전히 낯설 수가 있을까요?
이번에 읽을 때 ‘많은 걸 기억하고 있어서 외롭지 않을 거야.’ 라는 문장이 마음에 들어 왔었는데
전 반대로 많은 걸 까먹어가고 있나 봅니다.
황당해서 혼자 웃었지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며칠 전엔 아들이 퇴근길에 전화하면서 다음날 1시간 일찍 출근할 일이 있다고 엄마가 깨면 모닝콜 함 해달라고 했지요.
그 이야기 끝에 다른 이야기까지 실컷 주고받은 덕분에 깨워달란 말은 까맣게 잊었습니다.
다행히 제때 일어나서 ‘열일 중’이라고 해서 웃었지만요.
그러고보니 더 황당했던 일도 있습니다.
친구들과 여행을 간 중국 운남성의 푸타춰 공원에서 있었던 일이지요.
서너 시간의 자유시간 끝에 거의 마지막으로 셔틀버스를 타고서도 우린 떠들고 웃느라 바빴지요.
그런데 그 순간 일행 중 세 자매가 온 팀의 막내가 혼자서 급하게 올라타더니 "우리 언니 봤나요?" 라고 묻곤
"아뇨."란 말에 다시 버스를 내렸다고 했지요(?).
우리가 꼴찌로 전용버스로 돌아오니 막내 혼자서 아직 오지 않았다고 다들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함께 걱정을 했지요.
그런데 나중에 그 세 자매가 우리를, 그것도 특히나 저를 원망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아까 그 셔틀버스에서 막내가 우리를 만난 후 언니들을 찾으러 도로 내렸는데도 보았다는 말을 안 했냐구요.
그제서야 우린 그 순간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친구들은 "맞아, 뭔가가 우리를 스쳐 지나가긴 한 것 같아." 라고...
그런데 정작 그 단말마같은 대답을 해주었다는 저는 아무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고의가 아니라 우리끼리 떠드느라 정신이 없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났다고 사과 아닌 사과를 했지요.
얼마나 깔깔대느라 그랬을까 하고 즐거운 에피소드로 남아있지만 사실은 이해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래도 그땐 옆의 두 친구도 기억을 못 했으니 덜 황당했지요.
이제 마음에 크게 와닿지 않았거나, 머리에 한 번 더 각인시키지 않은 일은 그냥 스치듯이 지나가네요.
이러다 누군가 들려준 우스개 이야기처럼 어느 날 애국가를 들으며 “어? 우리 학교 교가네!” 라고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읽은 것, 공부한 것을 다 기억할 수도 없고, 더러는 잊어버리는 것이 좋은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맑은 정신으로, 또 좀 더 따뜻하고 넓은 마음으로 나이 들어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따뜻한 봄이 오고 있습니다.
미세 먼지 없이 목이 메일만큼 화창한 봄날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021년 3월 초하루에 가을하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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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들은 '우리풀 우리나무방'에 올라온 사진들을 날짜순으로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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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 / 안여사 님 (2.3)
변산바람꽃 / 산들꽃 님 (2.7)
납월홍매 / 산들꽃 님 (2.8)
변산바람꽃 / 파란하늘꿈 님 (2.16)
붉은대극 / 산들꽃 님(2.21)
노루귀 / 파란하늘꿈 님 (2.24)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봄 향기가 물신 나네요
고맙습니다.
봄날을 행복하게 맞이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벌써 3월이네요. 봄마중 준비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현에스티님은 산에서 이미 이른 봄을 만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고맙습니다.
마흔 중반 쯤에 동화 '인어공주'를 읽고 펑펑 울고요,
어른이 이래도 되나 싶어 멀리 했다가 일전에 다시 읽습니다.
허구라는 것이 확실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엔 절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문장들이
이제서야 눈에 띄기도 합니다.
좀 다른 주제이긴 하지만 건망증에 대해서 위안 많이 받습니다.
어젯밤에도 양치를 했는지 안 했는지 몰라서 다시 했는데 사실은 2번을 연거퍼 한 격이었습니다.
칫솔이 젖은 상태였는데 치약을 발라서 칫솔질을 시작한 후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하하 , 치매 안 결려야 하는데요!
더구나 해외살이하는 사람들은 그 걱정을 많이 합니다.
가능하늘님의 아름다운 편지와 멋진 사진들 감사히 보았습니다.
오, 마흔 넘어 '인어공주'를 읽고 펑펑 우셨다구요?
인어공주는 저도 읽긴 했겠지요? ㅎ
왜요님의 댓글을 읽고 반은 안심이 됩니다.
가끔 이틀에 한 번 머리 감고, 이틀에 한 번 청소하고... 등등의 원칙에서 어제 아침에 감았나? 오늘이 청소하는 날인가? 등등
헷갈려서 생각하다가 에이, 그냥 해버리자.. 할 때가 있지요.
그러게요. 우리 모두 치매는 안 걸려야 할텐데요.
왜요님은 절대 안 걸릴 것입니다.(이건 ㄴㅁㄲ이 늘 제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무 근거는 못 내놓으면서두요. ㅎ)
몇 번이나 와서 가을하늘님 글과 댓글들을 읽습니다.
물론 멋진 들꽃 사진도 보고요.
가을하늘님을 썼음에도 오자가 난 제 글도 보고요.
치매 안 걸릴거란 두분 말씀, 성경처럼 믿겠습니다요 하하
기억을 잃으면 제일 먼저 외국어 능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교민노인분들의 고민을
언제부턴가 저의 우려로 가져온 터였습니다.
이 달에도 애 많이 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마당을 나온...' 영화도 보세요. 영화도 제법 예뻐요.^^
이젠 뭣이든 잊고 지낼 수밖에 없나 봅니다.
저는 지난 주에 여수에 다녀왔는데 처음 간다고 간 곳마다 이상하게도 데자뷰 현상이 생겼어요.
그런데요. 알고 보니 곳곳이 불과 2년 전에 다른 사람들과 다녀온 곳이었습니다.
너무 황당했어요. 이제 그냥 그러려니 한답니다.
ㅎㅎ 정가네님은 여수에서 얼마나 황당하셨을까요?
위의 왜요님에게서 반을, 그리고 정가네님의 댓글에서 나머지 반을 안심합니다.
그 데자뷰 현상은 마당을 나온 암탉을 기억 못하는 제게 큰 위로가 되네요.
그러려니... 그리 편하게 생각해야겠습니다. 저도!
늘 기다려지는초하루 꽃편지에 아름다운 글들이 좋습니다.
저또한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웃음이 납니다. 아직은 젊은 나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전화기를 열다가 누구한테 하려고 했더라 합니다.
바쁜 탓도 있겠지만 깜박깜박 합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우리지역이 배경이라 더 반가운것 같습니다.
영화도 이쁩니다.
시내 갈 때마다 이젠 아예 적어서 다녀야 하지요.
냉장고 문 열고도 뭘 꺼내려고 하지? 그럴 때도 있구요.
치매하곤 달리 나이 들면 그런 현상 정도는 당연한 거겠지요?
방금 영화를 보았습니다. 어찌 그리 예쁘게 그렸을까요?
특히 청둥오리인 '나그네'를 아주 멋있게 그려 놓았네요. 고맙습니다.
@가을하늘 네, ㅎㅎㅎ일상 다반사 입니다.
나그네라는 표현도 멋지고요. ㅎ
삼일절 맞으며 꽃편지 즐겁게 살핍니다.
봄기운이 따사하게 느껴지는 모습을 느끼고 갑니다.^^
제주큰동산님 사진은 이상하게 카페에서 보는 사이즈보다 메일로 보내면 더 커져서 어쩔 수 없이 넣을 수가 없었습니다.
산으로님과 두 분 사진은 왜 그런 현상이 생기는지...
열심히 찍고 올려주신 사진을 넣을 수가 없어 아쉽습니다.
남쪽의 꽃소식을 올려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가을하늘 원래 사진 용량을 무척 크게 찍어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거의 8~10M 정도 됩니다.
확대해도 모습이 흐트러지지 않아서 원래 용량을 그대로 올린답니다.
많은 관심과 배려심에 더욱 감사를 드립니다.^^
사물이름이나 단어 기억이 더러 헷갈리고 기억 나지 않아 애먹기도 했습니다.
그러려니 하기에는 조금 짜증스럽기도 했지만
더하지 않기 위해 책도 가까이 할려고 노력하고
좋은 글귀는 볼펜으로 천천히 따라 적기도 해 본답니다.
예쁜 꽃봉오리처럼 화사함이 깃든 3월편지
잘 읽었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봄날 되세요♡
그러게요. 책이나 신문 등의 독서가 좋은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그렇다면 좋겠습니다.
코로나도 물러가고 온전한 일상과 함께 봄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 그러고 산다고 하기엔
좀 심해서 저도 살짝 걱정입니다
특히나 사람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납니다 ㅠ
책도 예전에 읽은 책은 긴가민가 싶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안 그럼 스트레스 받습니다 ㅎ
매달 꽃편지 쓰시는거 쉬운일 아닌데 정말 고맙습니다
늘 평안 하소서
사람 이름, 어떤 단어... 그런 게 딱 필요할 때 떠오르질 않아 답답할 때가 자꾸 생기지요.
그래서 그거 뭐야? 하고 친구에게 전화할 때가 있습니다. ^^
다른 분들도 그렇다니 걱정 안해야겠습니다.
콜라맘님도 평안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기쁜 마음으로 맞은 새아침에 초하루편지를 찾아
감사히 읽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닭 동화 책은 아직 못 읽었는데
꼭 읽어보겠습니다.
메모하는 습관 정말 본 받고싶네요.
책을 읽고 좋은 글귀 적어두는 것 나도 했었는데.
이제 기억 나네요. ㅎ
기억 창고 관리 잘해야겠어요.
누구보다 좋은 추억 많다고 자부하고 살았지만
언제 털릴지 몰라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맞아요. 낭개님껜 행복한 기억이 아주아주 많을 듯 합니다.
아마 낭개님도 기억을 털리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 기억들을 늘 나누어 주고 있으니까요.
아, 그런데 초하루꽃편지에 낭개님 댓글을 너무 오랫만에 봅니다.
자주 오셔서 그 행복들을 나누어 주셔요. (근데 저부터도 자꾸 게으름입니다.)
아구 반갑버라요.
안그래도 안 보이셔서 궁금해서
물어 볼려고 했습니다.
새봄에 이리 뵈니 더 반갑습니다.
@파란하늘꿈 파란하늘꿈님 반갑습니다.넘 보고파요^^
요즘 지나간 블로그글을 다시 보는 시간들이 있었는데
언제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지? 하고 생소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어요 .
정신줄 잡고 사는 일이 큰일이 되다니... ㅎㅎ
그러련 하기도 하다가 놀라기도 해요.
봄꽃 피어 세상이 열렸으니 마음가짐 정심가짐 새롭게 해야겠어요.
고맙습니다.
보았던 영화를 TV 올레에서 돈 내고 보다가 보면 이미 본 것이기도...
그러기도... 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래도 다들 그런 기억들을 가지고 계시다니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주이님도 늘 씩씩하셔서 특별히 염려할 일은 아마도 전혀 없을 듯합니다.
고맙습니다.
너무도좋은글에
초하루날
이쁜꽃과
함께3일절을
맞이합니다
잘보고갑니다
고맙습니다. 땅콩님.
어쩜 닉이 이렇게 이쁠 수가요. ㅎ
좋은 글이라시니 기쁩니다.
가을하늘 님 덕분에
정말 포근하고 활기찬
3월 시작합니다
정신줄을 가끔 놓아버리는 친정엄마를 뵈면서
아팠던 마음들을
치유의 시간으로
채우고 싶네요.
세월에 이기는 장사가 없으니...
감사드려요♡
제 덕분에? ㅎ 감사합니다.
다 기억하고 살 순 없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잊어버리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없기를요.
그래도 우리 모두 나이들어가지요. 고맙습니다.
3월은 늘 기대하게 합니다.
세상이 꽃으로 환하게 열리는 세상.
새싹이 꽃만치 아름다울 세상.
3월 꽃편지 통해 마음 촉촉해지는 오늘.
여기는 봄비가 옵니다.
종일 봄비가 내려 좋다 했더니 강원도 속초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얼어붙어 8시간씩 차 속에 있다네요.
모두들 길이 뚫려서 무사히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성탄목님도 여지껏처럼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길요.
'마당을 나온 암탉'이란 책, 읽고 싶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독서하면서 가슴을 울리는 명구를 작은 공책에
깨알같이 적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는 삶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쓰는 시간 대신 붉은 색연필로 굵게 줄을 좌악 긋고,
그 부분은 책귀를 접어두는 것으로 독서습관이 바뀌었습니다.
독서 메모를 하지 않으니 그나마 손글씨 쓰는 것이 뜸해져서
악필이 더욱 굳어졌네요.
물론 예전에 읽었던 책인줄 모르고 다시 구입해서 읽은 책도 있고요,
어느 시점에 읽었던 책을 재독하다가 예전에 느끼지 못한 곳에서
진한 감동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읽는대로 보는대로 다 기억한다면 뇌세포에 부하가 걸려서 폭발한다고 해요.
그래서 잠이 든 사이에 뇌세포에서 중요한 것은 장기기억으로 넘기고
대부분의 기억은 지운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삶의 중요한 전략이라고요.
읽고 감동하고 기억하고 잊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이지만,
이제는 개의치 않고 묵묵히 걸아가는 것으로~
별꽃님은 진짜 안 읽으셨나요?
오늘 애니메이션 영화를 내용은 알아서 조금씩 감으면서 보았습니다.
참 예쁘게 그려졌네요.
다 기억하고 살 수 없지만 모두들 염려하는 바는 같겠지요.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길 바랄 뿐이지요.
봄이니 별꽃님이나 저나 마당 가꾸기란 행복한 과제를 앞에 두고 있네요. 전 아직 발 때문에 올핸 좀 게을러야 하는데 어떨지...ㅎ
3월의 첫날은 3, 1절이기도 하네요
한세기 전의 선조들의 독립만세를 기억하려합니다
첫날의 편지는 언제나 반가움입니다
봄비가 내리는 날
땅속 생명들이 움틀 준비에 바쁠것 같습니다.
기억을 붇들고 있으려하건만
어쩔 수 없이 나이탓을 하며 살아가는 요즘입니다
늘 고맙습니다~~~
선조들의 그 희생으로 우린 편히 사는데 이런 날마저도 제대로 기리지 않고 보내네요.
뉴스를 통해서만 봅니다.
봄이 되면 안여사님도 열심히 들꽃 만나러 다니시겠지요?
좋은 사진 또 열심히 담아오셔서 보여 주세요.
이번의 꽃편지는 서글프면서도 웃음이 납니다.
제얘기 같아서요.
저는 예전에 읽었던 책들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금방 읽은 책들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구요.
아직은 일을 해야하니 일적으로는 정신줄 놓으면 안되기에
마지막 발악같이 버팅기는 중이구요.
제 나이를 자꾸 인식시키며 살고있는 중입니다.^^*
겨울땅을 뚫고 피어나는 애기애기한 꽃들이 너무 예쁩니다.
어린것들은 뭐든 다 이쁘지만 요 아이들 특히 더 이쁘네요.
이쁜걸 보고 이쁘다 할 수 있고
감동적인걸 보고 느끼며 공감할 수 있고요.
웃음이나 잃지않고 살았음 좋겠습니다.^^*
맞아요.
어제 메르세데스 소사와 존 바에즈가 함께 부른 '인생이여 고마워요'를 듣고는 눈물이 글썽했지요.
얼마나 많은 걸 누리고 있는지... 근데도 또 걱정을 미리 하며 사네요.
읽고 쓰고 느끼고 나누고 걷고 ... 그럴 수 있음 되지요.
3월의 편지와 댓글을 보면서 공감하고
고개도 끄덕이고 위로 같은 안도감도 느낍니다.
젤 문제는 매일 먹는 약과 눈에 하루 두 번 넣은 안약을
헷갈려서 정말 황당해 할 때가 많습니다.
단어도 이름도 머리에서만 뱅뱅 돌고
제가 생각하는 말만 하고
기억도 안 나고 ...ㅎㅎ
새싹 돋고 여기저기 꽃소식 터지겠지요.
자연의 이 아름다운 선물을 만끽하며
감사히 누리는 3월을 바람합니다.
아. 다들 그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니 정말 위안이 됩니다.
그러려니....
그 마음으로 평화로이 지내어야겠습니다.
전 요즘 내가 뭘 하지? 라는 생각을 ...
그 답을 못 얻고 있네요.
그래도 내가 너무나 많은 걸 누리고 있음은 알지요.
건강 잘 챙기시고 그 예쁜 이야기 가득한 사진을 열심히 담으시길요.
어째 저가 느끼는걸 이렇게 공통점을 갖고 표현해주실수가 있겠습니까?
올려주신 사진도 감사하고요
댓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손녀와 함게한 이야기' ' 독서공책' 등 일상에서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아침마다 건강보조식품이라곤하지만 한줌씩 챙겨 먹는걸 보면 옛어른들이 생각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말발도리님도 같은 걸 느끼신다니..
그러게요. 영양제 이런 걸 안 먹었는데 주위에서들 자꾸만 얘기도 하고해서 어느 날부터 먹게 되네요.
기억 안 나는 거, 깜박하는 거, 그 정도는 치매와 무관한 정상이야.
나이가 가져온 훈장이야! 그래야겠어요...
어느새
/고증식
오늘도 화제는 결국 그리로 돌아갔다
대학에서 독신으로 늙어온 선배가
평생 홀어머니 모시고 산 얘기를 한다
아흔 넘어 이젠 치매까지
수십 년 간병으로 일흔을 바라보는 선배
어느 날은 똥 묻은 기저귀 숨기는 엄마
자기도 모르게 그 머리통 쥐어박고는
밤새 잠 못 들고 울었다는
사슴 같은 눈망울 금세 또 물드는 그녀
갑자기 엄마 정신줄 반짝 돌아와
'너무 그러지 마라고, 나름 내 너한테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 아냐고'
그 말 듣고 밤새 또 가슴 쳐댔다는 그녀
그때 누군가 불쑥
그건 그래도 낫다고
구십 넘긴 우리 양친 너무도 정정하여
세금 끝다리까지 일일이 따지고 산다고
같이 늙어가는 아들 며느리 제쳐두고
얼마나 고역인 줄 아냐고,
살다 살다 세상에 나 같은 혈혈단신이
부럽단 소릴 다 들어보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창밖엔 밤하늘 내리고
어느새 한 발 한 발
우리 그 자리 다가서고 있다는 사실만
어둠 속에 또럿이 빛날 뿐
ㅡ 『공정한시인의사회』(2021. 03)
방금 읽은 신작시입니다.
@왜요 우와..
방금 올리신 듯 따끈따끈한...
눈물이, 나누는 정경이, 또 한 발 한 발 다가서고 있음이 그대로 와닿습니다.
자려고 누워 왜요님을 잠깐 글 속에서 만납니다.
반갑습니다.
이러다 꿈길에서 다시 만나는 건 아닐까요?
@가을하늘 가을하늘님,
우리 꽃편지를 쓰시느라 한 달 주기 변하는 정서로 사실 것도 같습니다.
청탁을 드리지는 않았지만,
매달 월말에 어김없이 원고 마감이 들이닥치는........
하지만 그것으로써 우리 가을하늘님 개인에게도 활력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앉아서 받기만 하는게
송구스럽긴 하죠,
고맙습니다 가을하늘님.
@왜요 왜요님이 쓰시는 '우리'란 말이 얼마나 정겨웁게 들려 제 맘이 저기 위에까지 올라갔습니다.
왜요님이 딱 맞히셨습니다.
글이 부담되고 한 달의 절반이 지나는 순간부터 날이 가는 게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힘이, 제 존재의 보람으로 다가오기도 하지요.
아마 초하루편지를 쓰지 않았으면 퇴직 후의 시간들에 대해 좀더 회의가 컸을 듯요.
늘 따뜻하게 응원해 주시는 왜요님에게서 받는 에너지도 아주 크답니다.
전 핸드폰으로 카페를 들락거리다가 보면 본의아니게 댓글이 늦어지는 일이 다반사네요
근데 3월 꽃편지
3번 읽었네요
댓글 쓰려고하면 핸드폰이라 전화들어오고
담에 또 읽은게 기억이 없어서 다시읽고 ㅎㅎ
3번 읽었답니데이
기억 당연
이젠 기억창고가
자꾸 저장 메모리가
작동을 못하네요
세상 오늘도 삼성병원 가다가 일원역에 내리는데
금방지나서 다시 건너서 뒤돌아왔어요
금방금방 잊어버려
콩새가 된지 오래됐네요
전 그 최명희 혼불을
읽은지 장편 소설 10권인가 ?
그것도 기억이 없네요 30년 가까이 되는데 기억하는 단어가 참 없네요
다시읽으면 첨읽은 듯 할것 같을걸요
안 그래도 얼마 전에 누가 혼불 이야길 하는데 그 깊이 감동먹으며 읽은 내용이 별로 기억이 안 났지요.
다행히 전집이 있어 다시 읽을까 생각을 했지요.
콩새? 너무 재밌는 말입니다.
스트레스 안 받고 그냥 내 모습으로 봐주어야지....생각하려고 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