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저는 뉴논스톱을 연출하면서 '캐릭터 열전'을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연출가로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담은 헌사를 보내는 거지요.
러브하우스를 연출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좀 풀어볼까 합니다.
1편은 '박수홍의 러브하우스'의 주인공, 박수홍 씨 편이구요.
이후에는 '디자이너 열전'으로 제가 만난 디자이너들의 방송 뒷 얘기를 해보려합니다.
박수홍님 이야기를 하려면 짚어야 할 점이'러브하우스' 진행의 어려움입니다.
아시다시피 러브하우스는 어려운 이웃들이 살고있는 주거환경을 살펴보고
개조의 필요성을 짚어본 후, 새로운 집을 가족에게 선물하는 코너입니다.
그러다보면, 때로는 지금 현재 가족들이 살고있는 주거환경이
얼마나 열악한가를 필요이상으로 강조해야 할 때가 많지요.
(안그러면, 큰 돈 들어가는 집공사의 당위성이 흔들리게 되지요.)
또 때로는 가족들이 처한 어려운 지경, 혹은 가족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야할 때도 있답니다.
(안그러면, 어떤 시청자는 보고 '저 정도면 살만한데 왜 고쳐주지?' 그러겠지요.)
결국, '러브하우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면,
구석 구석 뒤져서, 비새는 천정도 들춰봐야하고,
가슴아픈 과거 이야기도 캐물어서 들어야하지요.
생각해보면, 사연의 주인공들에게는 참 죄송한 일이지만,
열악한 환경이나 어려운 경제여건에 대한 설명없이는
새로 지어진 러브하우스를 보며 반감을 느끼는 이도 있겠지요.
(다른 이의 불행에 아픔을 느끼는 정도는 사람에 따라 너무도 다르기에
때로 저희 제작진은 가족의 불행을 세세히 짚어야 한답니다. 참으로 죄송한 일이지요.)
'러브하우스'의 새로운 진행자를 생각할 때, 그렇다면 고려해야 할 점,
어려운 이웃들의 아픈 상처를 짚어내되 차가와 보이지 않을 사람,
아픔을 듣고 같이 아파하며 보듬을 줄 아는 사람...
저희가 박수홍님을 진행자로 모신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흔히들 '엄청 웃긴다'는 소리를 듣는 진행자나 코미디언을
연출자의 시선에서 새겨보면 의외로 상당히 공격적인 유머를 구사하거나,
때론 게스트나 일반인 상대로 놀려서 대중의 웃음을 끌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러브하우스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면...
보는 순간 웃기고 재미있긴 하지만 뒷맛이 씁쓸한 코미디가 되겠지요.
박수홍님이 코미디를 하는 방식은, 보다 훨씬 따뜻합니다.
인간적인 따뜻함을 갖고 있어 '개그계의 신사'로 불리는 수홍님은
어찌보면 코미디언으로서는 남을 공격하지 못하는 유한 성격이 약점이었을 겁니다.
그런 그가 요즘 '느낌표'에서 '아시아 아시아!'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외국인 노동자들의 아픔을 쓰다듬고,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박수홍의 러브하우스'를 통해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이웃을 찾아가 도움의 손길을 전하며
방송생활 13년 중 최고의 전성기를 펼쳐보이고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때,
남보다 더 잘할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할때, 더 빛나 보이는 법입니다.
남의 약점을 곯리며 사람을 웃기기는 쉬워도
어려운 이웃에게 웃음을 끌어내어 코미디를 만들기는 참으로 힘든 법입니다.
저는 요즘 '러브하우스'를 연출하며 매일 매일 즐겁습니다.
박수홍님의 따뜻한 진행이 점점 물이 오르는 걸 느끼니까요.
새 집을 둘러보며 감격한 할아버지의 눈물,
그 눈물 한 방울의 의미를 따뜻하게 끌어내는 MC의 한마디,
'러브하우스'의 부활이 박수홍님을 만나 가능했듯이
박수홍님은 '러브하우스'의 부활을 위해 준비된 MC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