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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부산 요금소를 빠져나가면 오른편에 흡사 삿갓을 엎어 놓은 것처럼 돋보이는 산세로 다가오는 철마산(鐵馬山·605m)을 볼 수 있다. 기장군 철마면 송정리와 임기리에 걸쳐 있는 이 산은 ‘쇠말’, ‘샛말’, ‘소멀미’ 등의 이름으로 불려왔으며, ‘철마’라는 지명도 여기서 유래하고 있다.
산행은 웅상 방면의 영천초교 시내버스 정류장에 내려 입석교를 건넌다. 제법 경사가 가팔라 보이는 철마산은 정면에 우뚝 버티고 솟아 있다. 마을버스가 다니는 도로를 건너 입석 마을로 들어서기 전 마을 어귀 왼편 넓은 밭 가운데에는 선돌이 있다.
선돌은 신석기 및 청동기시대에 길쭉한 자연석이나 그 일부를 가공한 큰 돌을 어떤 믿음의 대상물이나 특별한 목적으로 세운 돌기둥 유적이다. 입석(立石·menhir), 삿갓바위, 입암(立岩)이라고도 한다. 고인돌, 열석(列石) 등과는 직접 또는 간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지는 대표적인 거석문화(巨石文化)의 하나다.
부산 근교에서는 보기 드문 상고시대의 유적인 이 선돌은 높이 396cm, 폭 65cm의 비석처럼 생긴 자연석을 수직으로 세웠다. 땅바닥에는 직경 263cm의 넓적한 자연석 평석을 땅에 묻고, 이 평석 한가운데를 파낸 곳에 선돌을 박아 세웠단다. 이 선돌은 이 지역의 풍수지리설과 관련된 전설을 안고 철마산 기슭을 지키고 있으며 마을 이름도 입석이다.
선돌 뒤편의 우거진 노송숲을 왼편에 끼고 마을로 들어서면 마을회관이 있고, 그 왼편의 널찍한 도로를 따르면 묘법사로 통한다. 마을을 벗어날 즈음 길가 오른편 숲속에 무덤이 있고, 등산로를 알리는 리본이 달려 있다. 짙은 송림 사이로 오르는 길은 헷갈릴 염려가 없으며, 떨어진 낙엽으로 발밑의 감촉은 푹신해서 좋다. 쭉쭉 뻗은 이곳 소나무도 재선충의 피해를 당한 모양이다. 베어진 소나무가 비닐에 둘러싸인 채 무덤으로 변하고 있어 안타깝다.
짙은 소나무숲을 빠져나오면 계절의 변화와 함께 잎을 틔우는 참나무 사이로 오르게 된다. 가파른 산길은 낙엽으로 미끄럽기까지 하다. 마을에서 곧바로 40여 분 오르며 땀을 쏟고 나면 조망이 시원한 바위지대를 만난다. 정족산에서 천성산~운봉산~금정산으로 연결되는 낙동정맥이 물결을 이룬다. 그 산록에 자리 잡은 도시와 촌락들은 한가로이 졸고 있고, 시원하게 달리는 고속도로와 경부고속철도 공사장의 풍경은 바쁘기만 하다.
다시 20여 분이면 돌탑이 있는 봉우리에 닿게 된다. 그러나 정상은 동쪽 능선을 따라 10여 분 더 나아가야 한다. 산정에는 정상표석 2개가 자리하고 바닥에는 양산 26번 삼각점이 박혀 있다. 주변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양산을 비롯한 부산 근교의 모든 산들이 사방팔방 능선으로 잇닿아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특히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조망되는 기장군에는 부산의 산 절반 이상이 집중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산들이 올망졸망하다.
하산은 표석 뒤편에서 왼편으로 연결되는데 50m 정도 나아가면 갈림길이다. 여기서 다시 왼편으로 내려서면 임기천 상류인 의양골이다. 산행을 계속 하려면 멀리 능선 아래 임도가 보이는 곳으로 직진해 내려서야 한다. 임도까지는 20여 분이 소요되며, 임도에서 오른편으로는 거문산, 왼편으로는 망월산으로 이어진다.
의양골로 내려서는 초입은 능선이지만 얼마 안 가 계곡으로 떨어지면서 까다롭고 경사진 내리막이다. 내리막을 내려서서 계곡으로 접어들수록 너덜지대에 낙엽이 덮여 있어 발을 옮길 때마다 조심해야 한다. 햇빛이 들지 않는 짙은 숲은 계곡이 그만큼 깊다는 의미다.
30분 가량 내려가면 집터인 듯 돌담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을 지나면 널따란 반석과 풍부한 계곡물이 어울려 주변 경치가 아름답다. 계곡을 몇 차례 건너게 되는데 계곡에는 ‘임기마을 식수’라는 팻말이 붙은 줄을 쳐놓았다.
15분 정도면 계곡길이 끝나면서 임도에 닿고, 다시 10분 정도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걸으면 지장암 갈림길을 지나 임기 마을이다.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는 임기3호교를 지나서 웅상쪽에서 들어오는 시내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장까지 나오면 산행은 끝난다.
#산행길잡이
이 코스는 초입에서 올려다보는 모습과 같이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고 힘들다. 그러나 그다지 위험한 곳은 없다. 그렇지만 하산길은 까다롭고 가파른 경사 구간과 낙엽으로 살짝 덮여 있는 너덜지대가 있어 약간 조심해야 한다.
영천초교 시내버스정류장에서 입석 마을~무덤~정상~의양골~지장암 갈림길~임기 마을~임기 시내버스정류장까지 3시간이면 넉넉하게 마칠 수 있다.
#교통
지하철 1호선 노포동역에서 시내버스 37, 50, 147, 301, 347번을 이용, 영천초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산행 날머리인 임기 정류장에서 역시 같은 시내버스를 이용, 시내로 들어오면 된다. 마을버스는 자주 운행되지 못하는 관계로 조금 걷더라도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지하철 범어사역에서 가까운 풍년오리박사(051-508-4642)는 갖가지의 오리 요리로 유명한 식당이다.
글·사진= 황계복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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