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여섯 마리다!"
"난 세 마리다!"
"야, 이것 봐라! 나도 다섯 마리다! 아이쿠, 두 마리 놓쳤다!"
위 목소리는 임성영 지부장님, 박영주 벙개 회장님, 박병전 최고 단우님의 목소리다.
한 번 낚싯대를 던지면 최소한 세 마리씩은 매달려오는 피라미들 때문에, 제일 바쁜 것은 나와 장윤자 단우다.
연신 낚아올리는 피라미들을 손으로 떼서 그물망태에 집어 넣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 두 사람뿐만이랴.
김종탁 단우와 올해 초등 1학년 따님인 수민이도 왔다 갔다 하며, 피라미 건져 내느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양쪽 막대에 피라미 낚시 바늘을 20개 가까이나 매달아서 흐르는 물에 쳐 놓는 바람에 거기에 걸린 피라미들를 걷어 내느라 더 바쁘다.
돌돌 뭉친 떡밥 미끼를 풀어 넣어 두 개씩이나 준비한 통발에도 고기가 갇혀 있어 이것도 관리 해야 한다.
어제 낮 12시쯤 임성영 지부장님이 갑자기 전화 주셔서,
'낼 청송 물놀이 갈 사람 있겠나? 난 무조건 가는데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같이 가게 함 알아봐 줄래?'
라고 하셨다.
난 영남대학교에서 <왕발회> 축구 게임이 약속되어 있었지만, 흥사단이 항상 우선이므로 물놀이 벙개에 참석키로 하고, 단우님들께 급하게 멜을 날리고 대구 흥사단 카페에 소식을 올렸다.
잠시 후부터 소식이 올라왔다.
제일 먼저 박영주 벙개 회장님이 멜로
"참석"
이라는 문구로 보내 주시고,
허홍구 단우도 멜로
"연락 주셔서 고맙습니다. 함께 하지는 못 하지만 즐거운 시간 되기를 바랍니다."
김상경 부지부장은 SMS로
"우리 딸 우정이와 같이 참석하겠습니다."
박병전 최고 단우님은 흥사단 카페 벙개 공지문에 리플로
"벙개 참석할께요."
박철현 단우님도 리플에서
"잘 다녀 오세요. 매번 못가서 죄송 합니다."
류경순 부지부장님은 흥사단 카페 출석부 메모로
"지부징님 벙개요청 접수 못 하겠습니다. 토요일 내일 서울 결혼식이 있어서요. 지부장님 고향에서 고기 잡아 매운탕해 먹으면 정말 좋을 텐데, 발가벗고 목욕은 겁납니다. 잘 다녀오세요."
김종탁 단우님은 전화로
"우리 귀여운 딸과 함께 참석하겠습니다."
그리고 최재원 단우님은 벗씨를 통해
"나도 낼 친구들과 낚시 예약 되어 있지만 흥사단 벙개에 참석하겠습니다."
라며 호응을 해 오셨다.
너무 많이 참석해서 대구가 텅 비면 그것도 걱정이 될 것 같아서 이렇게만 진행하기로 했다.
낚시 도구나 돼지고기, 쌀, 수박 등 먹거리 준비는 지부장님이 하고, 과일, 음료수, 과자 등 간식과 반찬 일부는 멋진욱이 샀다.
차량봉사는 항상 준비된 자세로 나오시는 김종탁 단우와 지부장님이 했다.
두 시간 뒤에 참석한 최재원 단우님은 포도 한 박스를 사 오셨다.
이렇게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청송 물놀이 벙개는 물 맑고, 공기 좋고, 인심 좋기로 소문난 청송 읍내 앞 강가에 텐트를 치고, 낚시와 물놀이로 한 판 벌이게 된 것이다.
이 곳은 임성영 지부장님이 대구로 전학 오기 전 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녔던 곳이고 , 지금은 지부장님을 깍듯이 모시는 후배가 청송군수로 있는 곳이다.
"이것 봐라. 피라미가 이제까지 우릴 기다리고 있다가 막 낚여 주는 것 같다."
"이 미꾸라지(종개)는 1급수에서만 사는데, 반도를 대기만 해도 사발째 막 들어오네. 허허, 참!"
"저 쪽에다 반도 한 번 대 보이소. 저기가 더 많네요."
"아이고, 팔 아프다. 낚싯대에 이렇게 많이 걸리면 팔 떨어지잖아, 이거."
"오늘 매운탕해 먹고, 튀김해 먹고, 남으면 또 집으로 가지고 가고 푸짐하겠네."
"김상경이가 오늘 오기로 하고 못 왔는데, 이런 걸 안다면 미칠 낀데......"
모두들 좋아서 행복하고 기쁜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
최고 단우인 박병전 단우님도 낚시를 이렇게 해 본 적이 없다고 하고, 벙개 회장인 박영주 단우님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하고, 김종탁 단우님은 귀엽고 말 없는 따님과 직접 낚싯대를 잡고,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것에 푹 빠져, 감동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질 못 하고 있다.
낚시는 둘째가라 하면 서러울 정도이고, 반도를 잡았다 하면 고기가 어디 있는지 훤이 꿰뚫고 계시는 최재원 단우님은, 고기 잡을 반도와 잡은 고기 넣을 바케스를 혼자서 붙잡고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고 있다.
이러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어부라는 칭호를 얻어 버렸다.
11시부터 잡기 시작한 물고기 잡이 놀이는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끝났고, 텐트로 오자마자 돼지고기 삽겹살을 구워서 점심을 먹었다.
지부장 사모님과 윤춘기 단우는 텐트에 남아서 하얀 쌀밥으로 밥을 해 놓고 계셨다.
우린 허기진 배를 채우느라 날름날름 먹어치웠다.
그리곤 배딴 피라미 한 소쿠리와 미꾸라지 한 망태기를 가지고, 벙개 참석 못 한 사람들을 안타까워 하며, 튀기고, 튀기고, 또 튀겼다.
피라미를 밀가루에 살짝 묻힌 후, 펄펄 끓는 식용유에 쏙 집어 넣으면, 바싹바싹한 웰빙 튀김이 나온다.
모두들 굽기 바쁘게 젓가락으로 집어 먹어댔지만, 너무나 많아서, 필요한 사람들은 먹고 남은 튀김을 한 그릇씩 담아 보따리에 챙겼다.
지부장님은 '우리 딸내미 지금 임신했는데 줘야 된다.'고 하고, 박병전 단우님은 '종개 튀긴 것 가지고 가면 친구들한테 한 달 동안 공짜 술 얻어 먹겠다.'고 하고, 나도 괜히 욕심이 생겨서 한 냄비나 뒤로 꼬불치는 등, 각자 핑계를 대며 한 그릇씩 분배했는데도 남을 정도니, 오늘 벙개 행사는 심하게 푸짐한 것 같다.
매운탕은 저녁으로 대신하느라 두 냄비나 끓여서, 다 먹지를 못 해 반쯤은 또 내가 싸 가지고 왔다.
지부장님의 매운탕 끓이는 솜씨는 봄 수련회 때 염소개장 끓이는 솜씨 만큼이나 대단했고, 또한 박병전 단우님이 욕 얻어 먹어 가면서, 아니, 맞아 가면서 배웠다는 튀김 솜씨 덕분에, 우린 힘 안 들이고 배를 불룩하게 할 수 있었다.
이 증거를 남기려고 일부러 폼을 잡고 멋지게 사진을 찍었다.
이런 벙개를 핑계로 자주 만나는 것이 정의돈수 하기에 훨씬 쉬운 방법이라고 다짐도 해 보고, 못 온 사람들 약 올려서 다음부터는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맹세도 해 봤다.
이 소식을 나중에 들은 김상경 부지부장님 왈,
"내년 여름에는 "물에 산에 YKA"를 강으로 한 번 하자."
고 바로 결론까지 내려 버렸다.
저녁 8시쯤 달기 약수탕 들러 약수 한 말씩 담아서 집에 오니 벌써 밤 11시고, 땡볕에 타 버린 무릎과 팔은 따가워서 죽을 지경이다.
나와 장윤자 단우만 그렇다니 이 일을 어쩔꼬?
- 06년 8월 26일(토) 청송 물놀이 벙개를 다녀와서
2006년 8월 28일
멋진욱 김지욱 서.
<사진 붙입니다>
첫댓글 첨에 물고기를 낚시 바늘에서 꺼낼때 마음이 아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 기냥 그대로 보내버리고 싶었지만 후후..그러다 선수가 됐습니다. 몸통을 꽉 쥐고 바늘을 이리저리 돌려서 확 빼면 그대로 그물망으로 직행~! 물괴기야 미안하데이..
매운탕 색깔 쥐욱입니다.히히
이렇게 전리품이 많으면, 중간에 연락주시지요. 청송까지 특공대 조직해서 갈낀데....대장님! 참고해주세요...... 하기사 그렇게 많은 물고기 잡는 재미에 푹빠졌으니, 대구있는 회원들 생각이 났겠나? 이해는 됩니다. 내일 지부 임원회할때 튀김이라도 좀 갖고 오이소.....
우리 수민이가 언니야 많이 기다렸는데......
금요일 서울갔다 저녁12시 가까이 집에와서 토요일 늦게 멜 보고 벙개 놓쳤다,사진의 매운탕 보니 절로 침이꿀꺽 할수 없이,맥주 딱 한병 마쎠음.
즐거웠습니다. 우리 둘째 그날 즐거우면서도 조금 무서웠던가 봅니다. 잘 때 많이 보채더군요, 워낙 겁이 많아.... 근데 자고 일어나서는 또 가고 싶다네요, 허! 나 참 ~^^
박병전 단우님, 휴대폰은 새로 구입하셨습니까? 물에 빠지면 희한하게도 새 것이 나오더라고요.
벙개멍개 정말좋네요 그-- 매운탕하며 1급수 물고기 등등 배가---
도리뱅뱅으로 요리솜씨발휘 여러사람 즐겁게했읍니다. 다음에 또라는 예약도 받고....
에고 에고! 야 정말 재미있었겠다. 흥사단을 우선으로 한 사람은 진짜 복받은 기라. 그래도 먹고 사니라 바쁜 중생들 생각도 좀 해주시라요. 지부장님 감사드려요. 우리 부지부장님 애통해하는거 옆에서 못 봐주겠네요.ㅎㅎ
그런데 등산대장님 이러코롬 글을 잘 써도 되는 기라요. 너무 실감나서서리. 나중에 책 한 번 내입시더. 생각과느낌에서 말입니더. 물론 자비로 출판하시지만 말입니더.
한번 검토해볼 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