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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같은 추석연휴다. 대략 10일가량 휴일이 이어진다. 근처 대만에 여행갔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가고 나도 가 보고 싶어서 아내를 대만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 첫번째 목적은 옥산등반이었다. 옥산이 극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일본 후지산보다도 약 200미터가 더 높다. 대만 지형이 특이해서 우리처럼 국토의 약 70%가 산악지형이며 현지에서 만난 산악인의 말에 의하면 해발 3000미터가 넘는 봉우리가 268개나 된단다. 그러나 옥산은 배운산장에서 자야하며 약 45일 전까지 예약을 해야만한다. 내가 접속했을 때는 이미 거의 예약이 끝난 상태였다. 그래서 목적지를 급변경하여 검색해보니 설산에도 많이 간다고 한다. 대만 제2봉이며 높이는 3886미터. 옥산보다 더 경치가 좋고 아름다워 현지인들이 더 아낀다고 한다. 높이도 약 100미터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그러나 타이뻬이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가는 길이 쉽지가 않았다. 이리저리 알아보다 출발 이틀전에 겨우 정보를 입수하여 최종 일정을 확정할 수 있었다. 호텔, 비행기 등등을 예약하고 취소하고. 준비과정이 참 힘들었던 여행이다.
대만 산에 올라가려면 park entry permit과 mountain entry permit이 필요하다. 두 가지가 없으면 입산 자체가 허용이 안된다. 특히 인터넷으로 신청할 때 긴급연락처에 반드시 대만 현지에 사는 사람의 연락처와 이름을 적어야만 허가서를 받을 수 있다. 이 것이 잘 설명되어 있지도 않고 잘 몰라서 몇번을 헤매다 겨우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park entry permit 신청: https://npm.cpami.gov.tw - online application
mountain entry permit 신청: park entry permit 허가가 나오면 같은 사이트에서 직접 신청할 수 있다. 긴급상황에 대비한 준비물, 일정, 산장 등등을 아주 세세하게 적어야야만한다. 그렇지 않으면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 입산 불가. 참 까다로운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자로만 표시되어 있어 구글번역기를 아주 많이 사용해야 했고 정상이 어딘지 신청 방법도 잘 알 수가 없어서 무척 많이 헤맸다. 신청하고 취소하고를 대여섯번은 한 것 같다. 최종 신청한 것도 목적지가 동봉, 산장은 치카 산장(七卡-칠잡). 다른 사람 블로그를 보면 369산장에서 잤다는데 나는 그 산장을 선택할 수가 없었다. 치카 산장에 가서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설산 등반로는 무릉농장에서 출발, 치카산장 -> 동봉 -> 369산장 -> 정상 순서로 가야만한다. 그런데 최종 목적지를 동봉으로 했으니 369산장이 나올리가 있나. 참 어이없는 실수였다. 설산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한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는 너무 잘 됐다고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남의 속도 모르고 참나.
대만 여행기를 순서대로 적어본다. 9월 30일(토) 새벽에 일어나 니노이아키노 공항 2터미널로 갔다. 대만 도착하니 약 10시경. 입국 절차가 그리 까다롭지 않고 수월했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포켓 WIFI를 수령했다. 이민국을 통과하여 버스타는 곳으로 가기전에 있다. 이민국을 등지고 최고 오른쪽에 있다.
처음에는 아주 유용할 줄 알았다. 그러나 밧데리가 너무 쉽게 닳고 안터지는 곳이 너무 많았다. 대만은 버스를 비롯하여 무료 WIFI가 되는 곳이 많아서 그리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혹시 대만 간다면 이건 신청하지 말아야겠다.
도원(Taoyuan) 공항에서 타이뻬이 시내까지는 전철과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버스 정류장이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버스를 이용했다.
국광객운 1819번차. 5번 정류장. 대만에 참 흔한 버스회사가 국광버스회사다. Taipei main station으로 가는 버스다. 짐을 실으면 짐에도 표를 붙이고 같은 번호를 쥐어준다. 이 것을 잃어버리면 짐을 주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눈치였다. 차비는 125대만달러(한화로 약 5,000원). 태북차참이 Taipei main station이다. 각종 전철과 기차가 연결된다. 참고로 버스터미널은 운전참이며 태북차참 바로 옆에 있다. 전철역도 站(참).
타이뻬이 메인스테이션은 한 중간이 엄청 큰 공간으로 되어있다. 주변에 식당들이 배치되어 있고 매표소는 생각보다 작은 편이다.
예약한 호텔에 가기 전에 우선 메인스테이션에서 점심을 먹었다.
둘다 무슨 비빔밥 종류인데 전혀 거부감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따로 주는 국물은 영 입맛에 맞지가 않았다. 입맛에 맞지 않다기 보다는 맛이 없었다.
설산 산행은 내일 아침에 출발하기 때문에 첫 관광지는 국립고궁박물원. 택시로 이동하는데 택시비가 만만치 않다. 왕복 2만원이 넘는다. 온갖가지 전시물들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하다는 배추옥 주변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크기가 생각보다는 작은데 옥색깔과 모양이 아주 훌륭하게 어울리는 것이 유명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추위에는 여러마리의 곤충도 조각되어 있었다.
이틀째. 설산 산행이 시작되는 날이다. 설산으로 가는 교통편을 예약하기는 했는데 시작부터 긴장된다. 이 차를 놓친다면 이틀을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출발지점은 타이뻬이메인스테이션 동문3 밖. 시간은 7시 반. 내가 아는 것은 차 번호밖에 없다. 여유있게 나가서 아침도 먹고 기다리는데 차를 찾을 수가 없다. 15분전부터 부지런히 여기저기를 왔다갔다하는데 자꾸 불길한 생각이 든다. 출발 15분전까지만해도 여유가 있었는데 10분전쯤되니 이러저리 왔다갔다 차를 찾아도 없었다. 출발 5분전에 겨우 차를 만나 출발. 중국사람들 만만디라더니 여기도 그런가. 약간 화가 난다. 그러나 차를 만나니 휴 안심이 된다. 사실 설산등반에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차편을 찾아서 예약하는 것이었다. 대만의 서쪽에 있는 타이뻬이에서 동쪽으로 이동해야하는데 차편이 마땅치가 않았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대만 도착하여 바로 의란이라는 곳이로 이동하고 다음 날 아침에 무릉농장으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런 길을 택하지 않고 직접 가는 차편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쉬운 방법이 있었는데 어렵게 어렵게 마련한 차편이다.
참고로 무릉농장에 가는 방법을 무릉농장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http://www2.wuling-farm.com.tw
나는 대만 e-go 버스회사에서 예약해서 타이뻬이에서 직접 무릉농장으로 갔다.
무릉농장에 도착하니 이 호텔앞에 내려준다.
자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하나? 안내인에게 물어봐도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안내인없이 여행하는 것이 참 어렵다. 그러나 스스로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결국은 해내고말았다는 자부심도 있지 않은가? 하여튼 이리저리 헤매다 경찰서를 찾아 갔다. 히치하이킹을 하면 잘 세워준다더니 첫 번째 차부터 아주 친절하게 세워준다. 그러나 경찰서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여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와서 내려준다. 참 고맙기도 하지만 미안하기도 하였다. 경찰서에서 mountain entry permit을 발부받고 캐리어 짐도 맡기고 출발하였다. 또 히치하이킹을 하니 승용차가 친절하게 등산입구까지 데려다 준다. 자기들 가는 길도 아닌데 일부러 돌아서 가 준 것이다. 걸어야할 길이 약 7키로가 넘는다. 특히 마지막은 오르막을 약 2키로정도 걸어야한다. 차 덕분에 참 편하게 등산구까지 갔다.
처음 허가서 발부받을 때는 참 까다롭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직접 와서 겪어보니 대만사람들 엄청 친절하다. 이런 것들이 대만에 대한 인상을 참 좋게 만들었다. 나중에 한국에서 외국인 만나면 참 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등산구에 가면 비디오를 활용한 교육을 약 10분가량 한다. 별 의미는 없다. 실제로 전혀 위험한 산도 아니다. 여기에서 입산신고를 하고 나중에 하산할 때 하산신고도 해야한다.
여기에서 치카산장까지는 2키로. 거의 계속 오르막이며 평탄하고 잘 닦여진 길을 걷는다.
치카 산장에 도착하니 약 3시. 너무 일찍 와서 할 일이 없다. 원래 내가 머무르려 했던 곳은 369산장이기 때문에 관리사무소, 경찰서, 등산구에서 계속 369에서 자면 안되냐고 물었는데 대답은 모두 'No'였다. 할 수 없이 여기에서 자고 새벽에 일찍 출발하여 정상에 다녀오기로 했다. 산장비는 없고 취사가 가능하며 군대 내무반같은 침상에서 단체로 잠을 잔다. 침낭을 빌려주지 않고 자기 것은 스스로 지고 가야한다. 우리가 가스버너는 있는데 가스가 없다고 하였더니 관리하는 사람이 가스버너를 통채로 빌려준다. 이제 굶어 죽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다. 누룽지 등을 끓여먹으니 참 맛있다. 김치만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참고로 무릉농장 근처에 가면 가게가 없다. 모든 것을 시내에서 장만하여 가야한다. 타이뻬이 시내에서 사려했으나 새벽에 살 곳이 없었다.
셋째날. 12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출발하였다. 달빛이 있어 그리 어둡지는 않으나 계속 나무밑을 걸으니 달빛도 별로 들어오지 않는다. 길이 참 잘 닦여 있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는 거의 없었지만 초행이라 좀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동봉까지는 계속 오르막 3키로를 올라간다. 2시간 걸렸다. 새벽 2시. 높이가 벌써 3200이 넘는다.
여기에서 369산장까지는 놀고먹기다. 약간 내리막길이고 전체적으로 참 평탄한 길이다. 2키로 가는데 1시간. 동봉오를 때만해도 땀이 나더니 이제는 땀도 나지 않는다. 기온도 내려갔고 길도 평탄하기 때문이다. 온도가 영상 3도가 되지 않는다.
고산지역이라 과자봉지가 탱탱해졌다.
침낭을 빌려준다, 빌려주지 않는다 참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침낭 대여가 가능하다. 대여료도 없단다. 품질도 상당히 좋은 것 같다. 새벽에 잠깐 들어가보니 거의 자리가 꽉 찼다. 그런데 등하산할 때 보니 거의 사람을 보기가 어려웠다. 모두 여기서 자고 하산한 것 같다.
이 사진은 하산시 찍은 것이다. 이 산장을 보고 참 내가 바보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왜 이 산장 이름을 선택할 수 없었을까를 고민하지 않고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치카산장을 예약해 버렸으니 참. 좀더 신중하게 시간을 투자해서 추진할 일이다.
369산장을 지나면서부터는 이런 야광표시가 계속 이어진다. 처음에는 무엇인가하고 깜짝 놀랐는데 이것이 길 찾는데 아주 유용했다. 우리나라에도 도입해서 야간 산행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중간에 있는 샘물. 물맛이 참 좋았다. 기다리는 아내 주려고 물병에 담아서 올라갔다. 내려오다보니 또 참 바보같다는 생각. 내려오면서 떠와도 될 것을. 그 얘기를 했더니 생각보다는 마음이 우선돼서 그렇다나 어떻다나. 하여튼 부정적이지 않고 긍정적이어서 좋다.
정상 약 1키로 남았는데 이렇게 동이 터온다. 해 뜨는 모습을 보려 속도를 높였다. 내 심장이 가슴에 있지 않고 목 뒤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중간에 여유있게 걸은 것 때문에 이렇게 좀 늦어졌다. 나중에 느낀 건데 설산 일출은 그리 멋있지 않다. 높은 산들이 주위에 많이 있어서 가리기 때문에 멀리에서 떠오르는 해를 볼 수가 없다.
정상인줄 알았는데 다행히 정상은 아니었다. 저기를 어떻게 올라가는 참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 봉우리 왼쪽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정상에서 바라본 이 봉우리가 더 높아 보이는 것은 왜일까?
정상에 오른 시간이 6시. 이 맥주병은 내가 가져간게 아니고 한 커플이 들고 온 것을 잠시 빌렸다. 약 30분을 놀다 하산을 시작했다.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들. 이 여자 참 대단하다. 그 새벽에 기온도 참 차가웠는데.
올라갈때는 새벽이라 잘 보이지 않아 내려오면서 찍은 사진인데 이 모습이 보이면 정상에 거의 다 도착한 것이다. 마지막 피치만 올리면 정상에 도착하는데 막상 쉽지는 않다. 오목한 분지가 형성되어 있고 꼭 화산분화구 같은 모습이다.
대만산은 이렇게 100미터마다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이 것을 보면서 걸으면 훨씬 걷기가 수월한 것 같다. 막연히 얼마 남았는지도 모르고 걷다보면 지치고 짜증도 나는데 매 100미터마다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해 놓으면 좋을 것 같다.
울창한 침엽수들. 목재로 사용하기가 무척 좋을 것 같다.
산 여기저기에 이런 식으로 설명해 놓은 것이 꽤 있다. 자세히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그럴 여유가 없었다. 마지막 사진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길을 만들어서 자연을 훼손한다는 내용이다. 자연보호에도 철저한 사람들이다.
369산장 위에서 바라본 동봉 모습이다. 가운데쯤에 허연하게 보이는 곳이 동봉이다. 저런 능선을 타고 오니 별로 어렵지가 않다. 369산장 주변에는 나무가 없이 벌판인데 산불때문이란다. 안타깝다.
동봉과 369산장 갈림길이다. 멀리 하얗게 산장이 보인다. 아주 가까워 보이는데 실제 2키로나 된다.
하산시 주변 모습들.
치카 산장에 도착하니 아내가 걱정스런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약 11시 도착. 산행시간이 10시간 반 정도. 무척이나 오래 걸었다. 걸은 거리도 산장까지 18키로. 다시 등산구까지 2키로를 걷고 더 내려가야 한다. 등산구에서 한참을 내려가도 여기에서는 잘 차를 세워주지 않는다. 내려가는 차가 많지도 않았지만 차에 자리도 별로 없기도 했다. 거의 다 내려가서 하산하는 사람들 차를 얻어타고 경찰서가서 짐을 찾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라동(Luodong)가는 버스가 1시 40분. 이 버스를 놓치면 또 큰일이므로 하산하는 길을 무척 서둘렀다. 이차를 놓치면 화련으로 가서 다시 라동으로 이동해야한다. 다행히 여유있게 버스를 탈 수 있었고 약 3시간 걸려 라동에 도착했다. 호텔을 찾는데 시장 한 중간에 있나보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저렇게 가란다. 대충 방향을 잡고 가는데 이 사람이 쫓아 온다. 그러더니 오토바이 시동을 끄고 앞장서 간다. 그런데 길을 잘 모르나보다. 이리 저리 헤매는데 혹시 나쁜 사람이 아닐까라는 의심도 든다. 어쨌든 걱정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한참을 쫓아가는데 우리 숙소를 딱 찾아 준다. 의심했던 것이 미안하다. 다시 한 번 대만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는 순간이었다. 자기 시간을 쪼개서 스스로 그렇게까지 안내를 해 주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무척 힘든 하루였고 피곤하기도 하였으므로 소주가 마시고 싶었다. 숙소근처 한국식당을 검색하니 작은 식당이 있다.
처음보는 소주다. 자세히 보니 금복주에서 만든 소주. 가격이 만만치 않다. 300달러. 우리 돈으로 12000원. 두 개의 밥을 합친 것 보다 더 비싸다. 아내는 너무 비싸다고 심통이 났다. 자기도 뭐 시켜달라나. 내가 봐도 비싸기는 한데 그래도 그렇지. 고생한 나를 생각해서 좀 내버려두지 그래. 하여튼 맛있게 마시고 숙소에 돌아오면서 대만맥주를 사가지고 왔다. 대만맥주! 처음 마셔보는데 맛이 참 괜찮다. 오늘로 고생은 끝나고 관광만 하면 된다. 참 힘든하루였지만 보람찬 하루였다. 고생했다. 푹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