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7일 페이스북에 적었던 글을 갈무리하려고 옮긴다)
나는 승진에 뜻이 있다. 이를 애써 외면하지 않으려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언젠가 그 자리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반드시' 승진해서 학교를 바꾸겠다는 포부는 갖지 않는다. 교장이 되어 학교를 바꾸겠다는 생각만큼 위험한 발상은 없다. 학교를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자리가 아니라 마음가짐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 위치에서도 할 수 있는 변화의 요인들은 많다. 그래서 내가 인사철이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부장교사이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면서까지 이를 챙기려는 마음은 없다.)
나는 학폭유공교원가산점은 신청하지 않는 대신 부장교사는 기회가 닿으면 꼭 한다. 승진에 뜻이 있다면 이 둘을 모두 취해야 하는데 학폭가산점은 영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다.
이렇게 학폭가산점보다 한참 못한 점수를 덤으로 챙기며 부장교사를 꼭 하려는 이유가 있다. 부장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교육학책에 나오는 '중간관리자’라는 어정쩡한 말을 하자는 게 아니다.
학교의 일이란 것이 학교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많은 것 같아도 대부분이 부장교사의 머리와 손발에 의해 이루어진다. 학예행사 전반을 포함하여 학교 분위기 전반을 부장교사가 주도한다. 학교의 변화를 모색하려면 중요한 자리이다.
이런 자리인데 승진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여기다 보니 이를 멀리하는 교사들이 꽤 있다. 물론 부장교사 여부를 두고 동료교사와 갈등을 벌이는 교사보다 이런 일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학급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이니 훨씬 낫다.
그러나 교실에서만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민주적인 학교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교실은 그저 고립된 섬일 뿐이다. 비민주적인 학교일수록 권력 분산을 위해서라도 의식 있는 교사들이 보직교사와 학교운영위원을 맡는 것이 좋다.
다시 인사철이다. 교장이 되어 학교를 바꾸겠다는 야심으로 가산점을 챙기는 자를 경계하는 것도 학교의 변화를 모색하는 길이다. 동료성을 토대로 학교를 학교답게 만들겠다는 패기 있는 교사들이 그 자리를 꿰차고 당당한 권력을 행사했으면 좋겠다.
학교의 변화는 참으로 어렵고 더디지만 이런 작은 시도만으로도 학교는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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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직교사는 학교를 설레게 할 수 있다>
정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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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08 16:52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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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목 만으로도 너무너무 설레입니다. ^^
고맙습니다^^
같은 이유로 부장교사를 하고 있는 1인입니다. 선생님의 글 공감합니다.
공샘을 응원합니다.
첫 부장을 하는데 글을 읽고 마음가짐을 다잡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