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감기와 컴퓨터

[건강 지킴이]

사양이 낮은 컴퓨터로 게임을 오래 하다보면 점차 성능이 떨어지는데 디스크 정리 및 조각 맞추기로도 성이 차지 않을 경우 과감히 하드 포맷을 한다. 하드 포맷은 컴퓨터 작업 환경을 쾌적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물리적 결함이 아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게임을 위한 하드 포맷이 겸연쩍지만 원활한 게임 플레이뿐만 아니라 이전의 원인 모를 컴퓨터 오작동도 개선되므로 만족스럽다. 컴퓨터를 새 것으로 만드는 하드 포맷이 우리 인체에 적용되면 얼마나 좋을까. 인체에 쌓인 독을 말끔히 정화시키는 생리적인 포맷... 고맙게도 우리 인체엔 그러한 포맷 기능이 있다. 바로 감기, 몸살로 인한 고열(高熱) 말이다. 물론 감기에 자주 걸리는 문제는 치료 대상이나 일 년에 한, 두 번 걸리는, 후유증 없이 자연 치유되는 감기는 괜찮다. 목감기, 콧물감기, 기침감기 등 여러 감기 중에서 고열을 동반하는 열감기는 하드 포맷이 컴퓨터에 나타내는 성능 개선과 같은 효과를 우리 인체에 준다. 그 동안 필자는 지독한 열감기 이후 고질적인 질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으며 필자 역시 같은 경험을 했다. 필자의 목 부위에 잡혔던 지방 덩어리들이 열감기 이후 감쪽같이 사라졌으니 이는 열로 인해 지방이 분해된 것인 바, 이러한 직, 간접적인 경험들은 열감기 시에 나타나는 고열이 담음(痰飮), 어혈(瘀血), 독소(毒素)와 같은 노폐물을 태워 버림을 깨닫게 했으니 암 환자에게 고열의 증기를 가하는 온열요법이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리라. 그러나 찜질방, 사우나 등의 온열요법으로 열이 외부에서 가해지기보다 인체 스스로 내부에서 발현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내부의 열은 몸이 이겨낼 만큼, 병이 치유될 만큼 적당하게 만들어져서다. 고열로 이루어지는 인체의 포맷은 다음 두 가지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하나는 감기, 몸살의 고열은 병리현상이 아닌 치유과정이라는 점이다. 유독 소아 감기에서 고열이 자주 나타남은 빠른 성장을 위해 노폐물 해결의 필요성이 많아서이니 이에 열만 조금 있다고 해열제 쓰기 바빠서는 결코 안 된다. 설사 해열제로 열이 잡혀도 얼마 시간이 지나면 바로 다시 고열이 생기는데 이는 태워버려야 할 노폐물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감기를 달고 살아요... 특히 열감기로 고생이지요..." 이런 이야기는 인체 포맷의 원리를 알지 못하고 해열제만 반복해서 쓰는 부모에게서 자주 듣게 된다. 그러나 지나친 열은 해롭다. 백업 없이 포맷하다가 컴퓨터에 저장된 귀중한 자료를 다 날리듯이 고열의 인체 포맷 역시 자칫 몸을 더 병들게 만들 수 있어서다. 따라서 고열이 쉽게 잡히지 않을 경우에는 약의 도움을 받자. 물론 한의사는 한약을 권하는데 고열 감기에 양방 해열제 대신 한약을 쓰라는 것이 나머지 하나의 메시지다. 불을 끄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물을 확 부어서 끄는 것과 불길을 유도해서 서서히 꺼지게 하는 방법 말이다. 전자는 양방 해열제가 고열을 다스리는 법이고, 후자는 한방 감기약의 경우다. 한의학에서는 감기약을 가리켜 해표지제(解表之劑)라 부르는데 여기서 해표(解表)라 함은 감기의 열을 피부 밖으로 쫓아낸다는 뜻으로서 유도를 통해 불길이 자연스레 잡히도록 하여 물을 가지고 억지로 불을 끄려다가 홍수를 만드는 부작용이 없게 한다. 때문에 고열을 다스리는 한방치료는 인체의 열이 생리적인 포맷을 수행하면서도 그 임무가 일단 수행되면 서서히 열이 꺼지도록 만든다. 따라서 감기, 몸살에는 처음부터 한약을 쓰는 것이 좋다. 자연 치유되기를 기다리거나 양약으로 다스려지지 않을 때라야 비로소 한약을 찾는 현실이 인체 포맷을 어렵게 만들고, 감기 후유증을 야기한다. 감기, 몸살의 열이 인체 포맷을 한다는 사실이 항상 열을 지닌 사람에게 결코 위안이 될 수 없다. 몇 일, 몇 달을 포맷만 하는 컴퓨터가 어찌 올바르게 쓰이겠는가. 포맷은 몇 시간으로 충분하니 오랜 기간 인체 포맷을 수행 중인 분들은 가까운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길 바란다. 그리고 포맷을 하지 않아도 잘 사용되는 컴퓨터가 좋은 것이다. 정갈한 음식관리와 생활습관을 통해  몸에 담음(痰飮), 어혈(瘀血), 독소(毒素)와 같은 노폐물이 쌓이지 않는다면 애당초 고열의 감기, 몸살과 같은 인체 포맷이 일어나지도 않겠다                       **퍼온글입니다**                             -자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