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이야기 올린지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가는 듯...게으른 친구를 용서하기 빌면서...이튿날이야기를 올려본다.
11월22일, 일요일...전날 늦게까지 가다서다를 반복한 친구들이 잠을 깨기 전에 한옥과 연숙, 혜순은 인근 청량산 청량사 참배에 나섰다. 숙소가 안동 북부에 위치한 탓에 멀지 않은 길이었던 것...그리고 연숙이가 올린 사진에서 보았듯이 청량사의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이번 여행의 백미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늘 위에 떠 있는 듯한 탑의 모습은 마치 경주 남산 정상 용장사 터에 있는 신라시대 3층석탑(아래 사진)의 현대적 모습 같았다...
경주 남산 정상의 용장사지 3층석탑
청량산 청량사의 석탑
아침 식사 후 우리들은 박선배의 안내를 따라 박선배의 직장이기도 한 국학진흥원 부설 한국유학박물관을 관람했다. 친절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틈틈이 박선배의 보충 설명을 들으며 약 1시간 동안 우리나라 유학의 발전과정과 현재 모습, 특히 안동 인근 영남 북부지방 유림들의 현재모습에 대해서도 알 게 되었다...
10시쯤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한 후 안동시청 앞에서 우리들은 박선배와 헤어졌다. 사실..그날 박선배는 서울에서 친척의 결혼식이 있어서 전날 서울로 가야했는데...30년만에 안동으로 역사여행을 온다는 후배들을 위해 서울 가는 일정을 최대한 늦춰주신 것...그리고...우리들을 위해 1박 숙박비(호텔급으로 꽤 나왔을 듯...그리고 전주 중국출장길에 사온 중국명주 마오타이주와 한국 최고의 민속주 안동소주까지 제공해 주셨다...다시한번 심심한 감사인사 드립니다....언젠가 갚을 날 오겠지요...)
이후 우리의 일정은 봉정사로 발길을 옮겼다. 크지는 않지만 분위기만큼은 어느 절에 못지않은 봉정사...수년 전 영국 엘자베스여왕이 방문해 국제적 명성을 얻은 절...그러나 무엇보다 국내 최고의 목조건물인 극락전이 있음으로 그 가치가 높은 절...소박하지만 품격있는 절의 맛을 음미하고..가끔 열성적으로 해설하시는 할아버지들의 설명을 엿들으며...봉정사에서 가을을 만끽했다.
봉정사 방문을 마치고 그 앞 식당에서 점심...봉정사는 사하촌이 발달하지 못해...식당도 별로 없고...맛도 별로였던 것 같은 아쉬움..
봉정사에 이어서 하회마을로 향했다...마침 2시부터 하호탈춤 공연이 있었으므로 시간에 밪추기 위해 열심히 달려갔다. 시작 시간에 맞출 수 있었고....약간 쌀쌀한 날씨였지만...놀이마당을 가득 메운 관중 앞에서는 각시탈과 중노미가 한바탕 잡설을 늘어놓고 있었다...김동철 선생 말로는 연기가 아직 미숙하고 무르익지 못했다는 평...그러나 자주 접할 수 없던 전통탈놀이를 보았다는 점에 의미를...탈놀이 구경을 마치고...바로 병산서원으로 이동...귀경해야 하는 시간 관계상...하회마을을 직접 돌아보지는 못했다....
하회마을 보다는 병산서원 만대루에 서서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며...30년 전 서원답사를 추억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하회마을은 상전벽해의 변화를 보였지만...병산서원은 거의 바뀐 것이 없옸다. 가는길이 비포장인 점까지도 30년전과 다름이 없었다. 병산서원 앞에 널찍한 주차장이 마련되었다는 사실이 달라졌을까? 고색창연한 만대루와 병산서원 입교당의 모습도 그대로였다...
30년전 풋풋했던 아이들이 만나 이제는 50줄을 갓넘은 초로가 되었어도...그 우정이 여전한, 변함없음의 아름다움을 병산서원에서 새삼 만날 수 있었다...
벌써 오후 4시 경..늦은 가을 일요일 오후 귀경길의 아득함을 걱정하며...병산서원 주차장에서 우리 일행은 헤어졌다. 혜순이는 부산으로... 한옥이는 남기 형 모시고 안동으로....그리고 항선, 동철, 연숙, 시열과 항선이 아들은 서울로...
여행 팁 하나...
이번 답사에서는 참가한 친구들의 활발한 기부로 인해 회 비 없이 진행되었다....
박 선배님은 숙박비와 술을 기부하셨고...
연숙이는 서울서 내려가는 길에 간식을 준비했고. 그리고 오는날 서울에서 마지막 저녁을 쏘았다.
상욱이는 순천서 오시는 만기형을 픽업해 모셔왔고...첫날 저녁을 쏘았고...
동철이는 이튿날 아침(고스톱을 통해 기부함)과 점심을...
그리고 나는 첫날 점심과 저녁 안주거리를 쏘니...나머지는 돈 들일이 없었다.
물론, 한옥와 항선이는 자기차를 제공해 서울서 안동을 왕복하는 교통비를 전담했고...
혜순이는 부산서 홀로 외롭게 올라왔고...이틀동안 길거리 주전부리를 책임졌다...
그러다보니 회비를 받을 일이 없었던 것...
아, 남기형은 우리가 전라도 땅만 밟으면 모든 것을 책임지므로 전라도를 벗어나면...돈쓸일 없는 분.
물론 여성동지들에게는 앞으로도 모든 회비를 받지 않는다는 전통을 지켜나갈 것임을 공지하는 바이다...
(명순, 종옥, 경미, 상녕이도 다음에는 함께 해서 이런 호사 누려보기를...)
첫댓글 회장님의 자상한 답사 후기에 다시 한 번 일정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어보는 시간을 갖게 되네요...
부처님 앞에 선 연숙이 모습이 소녀처럼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