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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갑산
*산행일자:2008. 8. 6일(수)
*소재지 :경기광주
*산높이 :무갑산578m, 관산555m, 소리봉615m
*산행코스:무갑리무갑사입구-무갑사-무갑산-관산/앵자봉갈림길-소리봉
-관산/앵자봉갈림길-관산-무갑리계곡입구
*산행시간:9시35분-17시15분(7시간40분)
*동행 :나홀로
올 여름 끝물 더위가 마지막 극성을 부려 하루 산행이 힘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천천히 걸었어도 이틀 후면 물러날 복 중 더위를 피해 갈 수는 없었습니다. 이 정도의 찜통더위라면 시내에서는 사람들과 눈길조차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러울 텐데 산에서는 달랐습니다. 저는 이번 무갑산 산행에서 만난 몇 분들에게서 훈훈한 인정을 듬뿍 느꼈습니다.
가족을 이끌고 산 나들이를 나선 한 분은 혼자 오른 저를 보고 닉네임을 물어왔습니다.
이 무더위에 혼자서 산을 오를 정도이면 닉네임으로 산 사이트에 산행기를 올릴 것으로 생각했다 합니다. 시내에서 오가는 사람을 붙잡고 인터넷에 올리는 닉네임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정신 나간 사람으로 치부될 것입니다만, 산에서는 정성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제 별명을 확인한 이 분이 제 산행기를 몇 번 읽었다며 반가워하는 모습에서 이 분의 사람사랑과 산 사랑이 대단함을 함께 읽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무갑리계곡을 건너며 멱을 감고 있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더우신데 시원하게 드시라며 물에 담근 얼음냉수를 얼른 꺼내다 따라주어 정말 시원하게 잘 들었습니다. 청년들이 따라준 얼음냉수는 그 속에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녹아 있어 더욱 시원했을 것입니다. 산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빈번하게 오가는 차들에 길을 내주랴 좁은 찻길 가로 걸어가는 데 어떤 한 분이 몰고 가던 차를 세워 저를 버스정류장까지 태워주었습니다. 태워달라고 손을 흔들어도 그냥 지나는 차들이 거의 다인데 우정 차를 세우고 행선지를 확인 한 후 차를 태워주는 것은 마음 씀이 웬만큼 넉넉하지 않고서야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훅훅 달아오르는 지열에 시달리면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은 것은 이분들이 내보여준 온정덕분입니다. 기온과 습도는 불쾌지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기온이 계속 올라 연중최고치를 갱신하는 요즈음 불쾌함에서 벗어나는 길은 북적거리는 시내에서 벗어나 산을 찾는 것입니다. 산을 오르내리며 진땀을 흘린 후 하산 길에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쉬노라면 천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에다 산객들을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며 정을 주고받노라면 한 여름의 찌는 더위도 잠시 뒷전으로 물러나 길을 비켜주는데 이는 어질고 어진 산이 사람뿐만 아니라 더위도 어질게 변화시키기 때문인 것입니다.
불 볕 더위에 금남호남정맥의 남은 두 구간 연속 종주산행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겠다 싶어 산행지를 집에서 멀지않은 경기도 광주의 무갑산으로 바꾸었습니다. 무갑산은 8년 전 봄에 저 혼자서 한번 올랐던 산이고 그 아래 무갑리는 1976년 광주중학교에서 2학년담임을 맡았을 때 가정방문차 찾았던 동네여서 낯선 곳은 아닙니다. 강변 역 출발 1시간이 채 못 되어 광주시 구터미널정류장에 도착해서 10분 남짓 기다렸다가 아침9시에 무갑리 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지월리를 지나고 무갑리입구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다리를 건너 해공 신익희선생이 태어난 서하리를 들렀다가 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4-5분후 다다른 무갑사입구에 하차했습니다.
9시35분 무갑사 입구에서 하루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오른 쪽으로 몇 걸음 가다가 종로학원이 갈리는 삼거리에서 왼쪽 차도를 따라 올라갔습니다. 2000년 봄 처음 지났을 때는 보지 못했던 전원주택과 물류센타들이 많이 눈에 띄어 조금은 어수선해 보였습니다. 15분을 걸어 다다른 무갑사에서 왼쪽 아래로 오른 쪽 계곡을 끼고 오르는 넓은 길이 나있었습니다. 5-6분을 걸어 만난 지계곡을 건너 왼쪽으로 올라가다 다시 한 번 지계곡을 건넌 후 로프 길을 지나 능선삼거리에 올라섰습니다. 계곡 길로 들어서자마자 모기떼들이 무섭게 덤벼들어 손수건을 머리에 걸쳐 양 볼을 가리고 산행을 계속 했습니다. 산행시작 50분 만에 다다른 능선삼거리에서 5-6분간 가만히 의자에 앉아 땀을 식혔습니다.
11시11분 해발578m의 무갑산을 올랐습니다.
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라 올라 무갑산 정상에 다다르기까지 고도를 250m 가량 높이느라 몇 번이고 멈춰 서서 숨을 골랐습니다. 작렬하는 햇빛이 그대로 내리쬐는 묘지를 지날 때는 화끈 달아오르는 지열로 숨이 막힐 것 같았습니다. 오른쪽으로 신광사 길이 갈리는 무인관측소 앞 능선삼거리에서 왼쪽으로 1-2분을 더 가 돌탑이 세워진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사방이 탁 트여 전망은 일품인데 후딱 사진 몇 장을 찍은 후 불볕더위에 밀려 그늘진 곳으로 내려가 쉬었습니다. 앵자봉과 관산이 잘 보였고 태화산-정광산-백마산 산줄기도 희미하나마 눈에 잡혔습니다. 비가 막 그친 후면 머리 위를 낮게 날 던 잠자리들이 구름이 가시고 하늘이 높아지자 제 세상을 만난 듯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 날아 마치 전투기들이 곡예비행을 하는 듯 했습니다. 20분 남짓 푹 쉰 후 자리에서 일어나 로프를 잡고 남쪽으로 내려가다 감로사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진행했습니다. 좁은 공터의 헬기장을 지나고 다시 로프 길을 내려가 12시 정각에 열미재터로 표시된 웃고개에 도착했습니다. 왼쪽으로 무갑리계곡 길이, 또 오른 쪽으로 학동리 길이 갈리는 십자안부 웃고개에서 모자를 벗고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하루살이와 모기들이 호기를 맞았다고 얼굴을 공격해와 곧바로 자리를 떠야 했습니다.
13시22분 관산/앵자봉 갈림길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웃고개에서 50m가량 고도를 높여 435봉(?)을 넘는 동안 날씨가 더워서인지 오른 쪽 가슴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40-50m 높이의 봉우리를 두 개인가 더 넘어 본격적인 오름길에 들어섰습니다. 웃고개를 출발한지 42분 만에 다다른 능선삼거리에서 오른 쪽으로 열미리 길이 갈렸고 관산 가는 길은 왼쪽으로 이어졌습니다. 잠시 내려가다가 다시 오름 길로 바뀐 후 25분가량 계속 올라 표지기가 몇 개 걸려있는 610봉(?)에 올라섰습니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잠시 내려갔다가 13분 후 관산과 앵자봉으로 길이 갈리는 같은 높이의 능선삼거리에 다다랐습니다.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어주고 매미들이 목청 높여 노래를 해주어도 한 여름에 달아오른 폭염의 기세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아 가만히 앉아서 등의 땀을 식히는 데만 15분은 족히 걸린 것 같습니다. 이번 산행에서 처음으로 만난 우산리에서 올라온다는 한 가족은 하루살이공세로 앉아서 쉴 수가 없다며 더 가서 점심을 들겠다고 바로 앵자봉으로 떠났고 저는 남은 산행을 어떤 코스로 마무리할 까 궁리해보았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당초 계획대로 관산을 올랐다가 다시 돌아와 앵자봉을 오른 후 한남앵자지맥을 따라 진행하다 천진암으로 하산하는 긴 코스로 산행하고 싶었지만 그새 자주 쉬며 물을 마셨더니 남은 물이 턱없이 부족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태양이 남중하는 한낮을 맞아 기온이 섭씨30도를 훨씬 웃도는 등 찜통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려 긴 시간 산행을 자제했습니다. 지난번 양자산 산행 시에 올랐던 소리봉까지 가서 일단 양자산으로 가는 능선 길을 연결시킨 후 되돌아와 관산에 올랐다가 무갑리계곡으로 내려가는 보다 짧은 코스로 이번 산행을 마무리 짓기로 했습니다.
14시54분 관산/앵자봉 바로 위 봉우리에 올라섰습니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22분간 푹 쉰 후자리에서 일어나 30분 거리의 소리봉으로 향했습니다. 50m가량 고도를 낮추었다가 로프가 걸린 가파른 길을 올라 송전탑 봉에 오르자 소리봉이 아주 가깝게 보였습니다. 14시15분에 해발 615m의 소리봉에 올라 삼각점을 사진 찍은 후 관산/앵자봉 갈림길로 되돌아가는 중 송전탑 봉 바로 앞에서 앞서 만난 한 분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용인시 김량장리에 산다는 이분이 제게 닉네임을 물어와 시인마뇽이라고 말씀드리자 “한국의 산하”에서 제 산행기를 몇 번 읽었다며 반가워했습니다. 제 글을 읽어준 것만도 고마운데 이렇게 반갑게 대하니 졸필이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이 분은 닉네임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 더 이상 통성명은 못했지만 이 무더운 여름 날 가족들을 산으로 안내한 이 분의 산 사랑도 어느 누구 못지않을 것 같았습니다. 송전탑 봉에서 내려선 안부에서 다소곳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다른 새들이라면 저를 보자마자 다른 곳으로 재빨리 날아가 몸을 숨겼을 텐데 이 새는 어인 일인지 카메라를 켜는 소리를 듣고서도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우선 급하게 한 장을 찍은 후 줌을 당겨 다시 찍는 동안에도 꼼짝 않고 있었습니다. 하도 고마워 모델료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일었지만 달리 감사할 방법을 몰라 손을 흔들어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모처럼 호기를 잡아 찍은 사진이 신통치 못한 것은 순전히 제 미숙한 사진솜씨 때문이었는데 어렵게 모델을 서 준 산새와 통성명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제 뜻을 그 새에 전할 수가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관산/앵자봉 삼거리를 거쳐 올라선 바로 위 봉우리의 해발고도가 제 고도계에 610m로 나타나 비록 이름은 얻지 못했지만 방금 전 올라선 소리봉에 빠질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5시42분 해발555의 관산을 올랐습니다.
무갑산보다 더 높은 좁은 공터의 무명봉에서 7-8분을 쉰 후 관산으로 향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암봉을 왼쪽으로 돌아 내려가는 중 양자산을 오를 때 사진 찍었던 이름 모르는 불그스레한 꽃나무를 만나 반가웠습니다. “관산30분/앵자봉, 무갑산1시간50분”의 이정표가 세워진 봉우리를 지나 “무갑리50분/강동수련원”의 안부사거리로 내려서서 잠시 숨을 돌렸다가 50-60m 가량 고도를 높여 10분 거리의 관산에 올라섰습니다. 나뭇잎에 가려 시야는 막혔지만 긴 의자에 등을 눕히자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이 나뭇잎사이로 빠끔히 보였습 니다. 표지석 옆에 배낭을 세워놓고 사진을 찍은 후 안부사거리로 되 내려가 오른 쪽 무갑리 방향으로 내려섰습니다. 내림 길의 경사가 급하다 했는데 이내 지게곡이 나타나면서 조금은 완만해졌습니다. 지계곡의 시원점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들리는 가 싶더니 3-4분을 내려가자 물 흐르는 소리가 제법 커져 시원함을 느꼈습니다.
17시15분 무갑리계곡 입구에서 승용차에 올라 하루 산행을 마쳤습니다.
계곡으로 내려서자 삼림이 우거져 햇빛을 가릴 수는 있었지만 바람이 안통하고 모기떼들의 극성이 더해져 계곡가로 내려가 편안하게 쉴 마음이 일지 않았습니다. 계곡을 건널 때 마다 수건을 적셔 얼굴을 닦았어도 그 때 뿐으로 후끈거리는 여름더위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양호한 풀밭 길을 지나며 노루오줌(?)꽃을 만나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관산(앵자봉)약40분/무갑리마을 약30분”이라고 적혀있는 이정표에서 낙엽송 숲길을 지나 관산출발 1시간 만에 2층 양옥집 앞에 다다랐습니다. 오른 쪽으로 내려가는 시멘트 길을 따라 2-3분을 내려가 무갑리계곡을 건넜습니다. 멱을 감고 있는 젊은이들에 물은 즉 이 아래로 더 이상 물을 건너는 데가 없다하여 짐을 벗어놓고 얼굴과 두 발을 닦았습니다. 어르신께서 목마르실 텐데 한 잔 드시라며 얼음냉수를 건네 온 한 젊은이에 고맙다고 인사한 후 두 잔을 연신 들이켰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3-4분을 걷다가 10년 전 여기 무갑리에 공장을 세워 가동해왔다는 40대의 남자 한 분이 버스정류장까지 태워주겠다며 차를 세워 땡볕 길을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됐습니다.
무갑리마을회관에서 하차하여 15분쯤 기다렸다가 17시35분경 광주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퇴촌방향의 정지리를 들르느라 지난 천변이 옛날에 집사람과 드라이브하며 지난 적이 몇 번 있어 눈에 많이 익었습니다. 눈에 익은 길은 이 길만이 아니었습니다. 지월리 개천도 35년 전 동료선생들과 견지낚시를 했던 곳이고 개천 옆길도 소풍 길 인솔 차 여러 번 지났습니다. 젊어 한 때 3년3개월을 머무른 곳이 광주 땅이어서 웬만한 명소는 거의 다 들러보았기에 그새 얼마나 변했는가는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그나마 옛 모습이 많이 보존되고 있다는 광주 땅에서도 개천과 산을 빼고는 옛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옛 모습을 잃은 건 광주 땅만이 아닙니다. 그 때는 저도 몸과 마음이 모두 젊었습니다. 그 젊음이 있었기에 집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결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동안 잃은 것은 젊음이고 얻은 것은 점잖음이며 쌓인 것은 추억입니다. 점잖음은 젊지 않음의 한 표현이기에 세월이 젊음과 점잖음을 바꿔놓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세월의 바꿈질이 남긴 흔적을 추억이라 부르며 애지중지하는 것은 설사 그것이 인지상정이라 하더라도 제게는 좀 이르다는 생각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많은 분들에 온정을 베풀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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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무던 날씨에 젊은날의 추억이 담긴 광주의 무갑산578m, 관산555m, 소리봉615m 산행을 7시간이 넘도록 하셨으니 얼마나 고생을 하셨어요 어언 울덜이 어영부영 6학년 나이가 지난 사람들이니 시인마뇽님 나홀로 산행길은 절대로 무리하시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일행들이 있다면 모르지만 요즘같은 날씨 나홀로 산행을 장시간 하시는것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산행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친구가 새벽 산행으로 금정산 산행을 하다 물론 혈압이 있었긴 했지만 나혼자 금정산 오르다 넘어져 영원히 하늘나라로 떠난것을 얼마나 아쉬워 했는지요 대간길도 다 했고 나름대로 산행에 탄력이 붙었던 친군데 늘 안산 즐산 이어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