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한탄강’ 주변을 걷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파주’에서 가장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한탄강’이다. 자유로나 경기도 순환도로를 이용하면 남쪽과 동쪽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갈 수 있는 곳이 많지만 대부분 시간 항상 차량으로 막혀있다. 거기에 비해 북쪽으로 향한 길은 최고 속도를 내며 달릴 수 있다. 속도감을 느끼고 마음의 답답함을 누그러트리기에는 적절한 것이다. 북쪽으로 달려 만날 수 있는 연천의 한탄강은 편안한 공간이다. 전곡 선사유적지를 유유자적으로 한 바퀴 걸은 후 이동하여 한탄강 옆에 조성된 산책길을 걸었다. 한탄강의 풍광과 느낌을 고스란히 경험하면서 걸을 수 있는 곳이다.
한탄강은 특별한 정서를 제공하는 강이다. 남북이 단절된 정치적 상황, 한탄강은 임진강과 함께 인간이 만든 인위적 분열 속을 무심하게 흐르면서 분열 속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자연스런 강물의 흐름처럼 끊어진 것들을 연결하라고 재촉하는 듯하다. 주말에는 휴식을 위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지만 평일에는 간혹 강가를 걷는 동네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없어 조용히 사색하며 걸을 수 있다. 그동안 한탄강을 찾았을 때 강 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시작과 흐름 그리고 연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길 중에서도 한탄강을 바로 접할 수 있는 코스는 전곡 선사유적지 주차장 맞은편에 있는 어린이 교통센터에서 출발하여 한탄강 유원지와 한탄강 물줄기 사이를 지나는 강 길이다. 가을이 만든 유원지 풍경은 사람들이 없어 쓸쓸하기보다는 자연이 준 아름다운 모습 속에서 차분하게 빛나고 있었다. 유원지를 지나면 강 바로 옆에 만들어진 산책길을 걷게 된다. 조용히 흐르는 강물의 편안함과 강 건너 만들어진 주상절리의 강인함은 한탄강이라는 이름이 주는 미묘한 정서와 더불어 약 3시간 정도의 답사를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 강과 하늘 그리고 나무와 억새풀이 가장 화려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가을의 절정 사이를 걸었다. 유원지에서 연천 고탄교까지 걸은 후에 반대쪽 자전거길로 이동했다. 한탄강을 좀 더 높은 위치에서 전체를 조감하여 바라볼 수 있었는데 한 눈에 들어오는 한탄강 의 전경을 보며 걷는 맛 또한 훌륭했다. 하나의 대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접했을 때, 우리는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더욱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오랜만에 익숙하지만 제대로 알 수 없었던 한탄강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유원지 현수막이 캠핑카 ‘장박(장기숙박)’에 관하여 안내하고 있었다. 날씨가 쌀쌀해져 캠핑은 쉽지 않은 계절이 되고 있지만 며칠 한탄강의 물소리를 들으며 밤하늘의 별과 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가 생겼지만, ‘자유’를 향한 용기는 아직 부족하다. 오랜 시간 누적된 일상의 단조로움이 새로움과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어 내는지 모른다. 장년과 노년의 삶은 무모함에서 시작할 수는 없더라도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할 이유 또한 없다. 특히 나와 같이 젊었을 때 성취한 것이 없는 사람에겐 앞으로의 삶은 정리가 아닌 도전이 되어야 한다. 사라짐으로 망각되는 인간의 삶을 고려할 땐, 삶은 철저하게 현재의 나를 위한 순간순간으로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스스로를 확인하는 과정은 육체와 정신이 뒷받침되는 한 할 수 있는 과제를 만드는 것이며, 과제가 제시하는 새로운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삶의 끝은 정지된 상태에서의 소멸이 아닌 움직임 속에서의 폭발이다.
첫댓글 자연이 준 아름다운 모습 속에서 차분하게 빛나고 있다
ㅡ 사라짐으로 망각되는 인간의 삶을 고려할 땐, 삶은 철저하게 현재의 순간순간으로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ㅡ 삶의 끝은 정지된 상태에서의 소멸이 아닌 움직임 속에서의 폭발이다. ㅡ
삶의 시작도 움직임 속에서의 폭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