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그 재미에 쏙 빠져버리게 만드는 학습만화들. 여름방학을 맞아 서점의 아동도서코너에는 아이들을 위한 학습만화서가 수북하다. 이왕이면 좀더 도움이 될 만한 학습만화를 골라주고 싶은데, 과연 어떤 학습만화들이 인기를 끌고 있고, 또 어떻게 보여주어야 확실한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만화’란 어른들에게 여전히 공부와 거리가 먼 장르처럼 생각되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서점을 한번이라도 가본다면 그 생각은 송두리째 바뀐다. 서점가에서 아동서적 부동의 베스트셀러는 모두 만화에 속하며, 아이들이 정신 못 차리고 쏙 빠져 읽는 책도 모두 만화를 잘 섞은, 이른바 ‘학습만화’이기 때문이다. 책은 읽기 싫어하지만, 만화책 읽는 것마저도 싫어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
공부하는 것을 싫어하고, 공부습관이 들지 않은 아이라도 만화책 읽는 시간만큼은 옆에서 불러도 모를 정도로 빠져든다. 그래서 학습만화는 책읽기 싫어하는 아이,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습관이 덜 형성된 아이들 때문에 속 썩는 부모들에게 방학시간을 알차게 보내게 할 수 있는 대안 아닌 대안이기도 하다.
학습만화에 빠져드는 몇 가지 이유
학습만화는 사고력과 적용능력 위주의 대입시험, 수행평가를 중시하는 7차 교육과정이 진행되면서 그 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학습만화의 종류는 물론이고 서점에서 차지하는 매출도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학습만화에 대한 요구 자체도 많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많이 읽히고 있다는 사실.
요즘 서점가에서 불고 있는 학습만화의 인기에 불을 붙인 것은 초등생들의 한자급수 시험 탓도 크다. 초등학생들이 익히기 어려운 한자공부에 좀더 쉬운 방법으로 선택된 것이 바로 만화였는데, ‘마법천자문’ 같은 아주 소프트한 한자급수 교재가 나오면서 학습만화류가 더 풍성해진 것. 지금도 수십 권째를 거듭하며 나오고 있는 ‘마법천자문’은 주인공들이 여행과 모험, 다양한 인물들과 대결을 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한자와 사자성어 등의 표현을 익힐 수 있도록 게임과 비슷한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한자능력검정시험에 출제되는 500자 정도의 생활한자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글자를 보다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한 것이 큰 장점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습만화류는 게임과 유사한 형식과 스토리로 진행되거나 에피소드 위주로 가볍게 상식을 전달하는 과학시리즈 등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학습만화가 인기를 끄는 원인은 공부를 하지만 공부처럼 느껴지지 않는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만화 특유의 표현방식과 다양하고 지루하지 않은 접근방법에 있다. 교과서와 달리 이론과 문제 위주의 구성에서 벗어나 교과서 내용을 재미있는 만화로 풀어놓기 때문에 학습동기가 좀더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이로 인한 학습효과도 커진다. 처음에는 책보다는 만화가 좋아서 읽기 시작하다가 억지로 외우거나 익힐 필요가 없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공부에 재미를 붙인다.
역사, 경제, 과학, 한자 등 다양한 종류의 학습만화
또 한 가지 학습만화가 아이들의 눈을 잡아끄는 이유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고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찾을 수 있는 학습만화는 직접 교과과목을 만화로 풀어 쓴 교과서 학습만화는 물론이고, 다양한 분야의 일반상식이나 교양을 다룬 것 등 매우 다양하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미 학습만화류의 고전이라 할 만하고, ‘조선왕조실록’‘삼국유사’‘세계역사’등의 역사류, 경제교육과 수학 상식 등에 초점을 맞춘 경제만화류, 과학, 한자 등 아이들의 입맛에 맞는 주제를 선택할 수 있다.
교과서에 실린 딱딱한 글로만 읽으면 지루하게 느껴지고,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서 더욱 재미없게 생각되는 국내 역사 이야기는 물론, 세계 위인들의 이야기, ‘명심보감’이나 ‘동몽선습’ 같은 옛날 어린이용 교과서라고 부를만한 주제들도 보다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다. 이들 만화는 따분하게 여기기 쉬운 주제를 극적인 요소를 첨가한 데다가 부드럽고 재미있는 그림과 글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쉽게 읽고 이해한다.
학습만화를 내놓는 출판사마다 고유의 시리즈물을 선보일 정도로 학습만화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데, 이들 시리즈는 대부분 초등학생들이 좋아하는 주제 안에서 역사, 과학 등 여러 영역의 지식을 담으면서도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와 흐름을 이해하고 지식을 확장하도록 유도한다. 이밖에도 영어, 수학, 과학 등 초등학생 수준의 과목을 다룬 다양한 학습만화가 쏟아지고 있으므로, 아이가 좋아하는 학습만화를 선택한다면 어느 한 과목만 유난히 싫어하는 아이에게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는 데 좋은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우리 아이 맞춤용 학습만화, 어떻게 고를까?
책보다 친근감이 있는 학습만화는 책읽기와 학습태도가 아직 불완전한 아이들에게 좋은 도입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공부가 만화로 시작해서 만화로 끝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학, 영어, 과학처럼 분명히 중요한 과목이고 꼭 알아야 할 주제인데 아이가 너무 싫어한다면 그 거부감을 줄여주기 위해서 활용해볼 만한 것이 학습만화일 뿐이다. 수학, 과학 등 아이가 특히 어려워하는 주제나 딱딱하게 여기기 쉬운 분야에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모든 주제를 만화화시켜 이해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위인전, 소설, 시 같은 문학작품은 만화가 아닌 ‘글’로 표현된 것이기 때문에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글’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화로 각색된 경우 원작 자체가 주는 재미와 감동이 변질되고, 아이는 이야기의 줄거리만을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다. 순수 문학작품은 가급적 원전 그대로를 읽도록 도와주되, 다양한 교양을 담은 학습만화, 교과목 위주의 학습만화를 고를 때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1. 아이와 같이 고른다
모든 책을 고를 때 일어나는 일이지만, 학습만화를 고를 때도 아이는 흥미 위주로, 부모는 교육적인 내용을 주로 본다. 아이는 만화체와 컬러 등이 자극적인 책을 고르고, 부모는 얼마나 많은 교과 내용을 담았는지, 이론과 상식은 얼마나 많이 실었는지 본다. 어느 한쪽에 맞춰 구입하다 보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온다. 아이가 책을 고를 때, 옆에서 내용을 보면서 만화 내용과 함께 상식이나 교양이 어느 정도 소화되고 있는지를 살펴서 선택하도록 도와준다.
2. 학습 정보를 알기 쉽게 표현한 책아무리 만화라고 해도 실린 내용은 정확해야 한다. 교과 내용 자체에 집중하려면 아예 참고서나 문제집을 사는 것이 좋다. 교과 내용이 알기 쉽게 정리된 표나 그래프를 활용한 학습만화, 페이지의 구성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기 쉬운 학습만화를 고른다.
3. 책의 분량이 적당한가
초등학생 책은 대부분 어른들이 보는 책보다 크고 활자 크기도 크다. 한손에 들고 보기 쉽도록 두께도 그다지 두껍지 않다. 아이들이 2~3시간에 걸쳐 다 읽을 정도의 분량인지 살펴본다. 많은 양을 실어야 하는 교과 학습만화라면 교과 내용을 압축하고 과목별 분책이 되어 있는 것을 고른다.
학습만화, 읽기만 하면 끝일까?
책을 읽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은 뒤 어떤 것을 새롭게 이해했느냐이다. 이를 위해서는 책을 읽기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독후감’이라는 것을 쓴다. 학습만화도 마찬가지다. 학습만화는 공부를 도와주는 일종의 점화제 같은 역할을 하는데, 여러 권의 학습만화를 읽었다면, 읽으면서 새로이 알게 된 내용을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만화를 읽고 나서 엄마 또는 같은 책을 읽은 아이들과 이야기하기나, 읽은 내용으로 퀴즈대회 등을 해보는 것도 좋다. 학습만화를 다 읽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보도록 한다. 독후감이나 감상평을 쓰라고 하면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으므로 부담 없이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퀴즈대회는 학습만화 자체를 이용하면 되는데, 아예 책 자체에 중간중간 짧은 퀴즈가 나오는 만화가 많다. 아이가 맞춰보게 하고 맞은 개수에 따라 원하는 선물을 주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한다.
만약 아이가 역사 관련 학습만화를 읽고 있다면, 책을 읽는 동안 다음 장면을 연상하며 읽게 한다. 앞에 있었던 일과 뒤에 일어날 일을 아이 스스로 연상하는 동안, 아이의 구성력과 창의력, 상상력과 공간능력 등이 커진다. 다 읽은 후에는 만화에 나왔던 역사적인 사건을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거나 해당 지역을 탐방해보자.
예를 들어 삼국통일에 대한 내용을 읽었다면 아이와 함께 경주를 여행하거나 삼국시대 관련 유물이 전시된 박물관 등을 찾아보는 것도 아주 좋은 연계학습이 된다.
사회나 과학 같은 교과목을 기반으로 한 학습만화를 읽었다면 교과서와 비교하면서 읽어본다. 학습만화는 만화로 풀어서 쓰기 때문에 방대한 교과목의 양을 그대로 옮겨오기가 어렵다. 그만큼 생략된 내용이 많기 때문에 교과서에는 있는데 학습만화에서 빠진 부분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좋다. 학습만화를 읽고 나서 교과서를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학습만화에서 없었던 내용이 무엇인지 표시하고 읽으면 좀더 완벽하게 교과목을 이해하게 된다.
북마스터가 권하는 학습만화 베스트 5
(신민희, 영풍문고 센트럴시티점) 아동도서코너의 베스트셀러 상위는 언제나 만화류가 차지하고 있어요. 특히 아이들 방학 때가 되면 만화서적의 인기가 식을 줄 모릅니다. 아침부터 부모님과 함께 찾아와 학습만화를 고르는 어린이 고객도 정말 많아지고요. 부모님들은 학습만화 중에서도 교육적인 느낌이 강한 ‘삼국유사’, ‘명심보감’같은 역사나 한자 관련 서적류를 선호하고, 어린이 고객은 RPG게임만화류를 좋아하죠. 방학시즌에는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경제 관련 만화, 수학교양 학습만화 등의 수요가 많습니다. 최근 드라마의 영향으로 주몽, 연개소문 같은 고구려 관련 역사만화의 인기가 많은 것도 특이할 만한 현상이지요.
1. 코믹 메이플스토리 (서울문화사)
인기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출판만화로 옮겨온 책. 온라인 게임과 비슷하면서도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캐릭터와 스킬 등을 구사하여 아이들의 환심을 사고 있는 대표적인 시리즈. 흥미 위주의 책이지만 의외로 중간중간의 상식퀴즈가 재미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2. 위기탈출 넘버원 (밝은미래) ‘서바이벌 과학학습만화’라는 다소 거창한 타이틀을 부제로 달고 있는 책으로, 동명의 TV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만화이다. 주인공 아이들이 여러 가지 위기상황에 처할 때마다 과학적인 원리와 안전교육법 그리고 해결방법을 차근차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3. 공룡세계에서 살아남기 1 (아이세움) 평범한 주인공들이 갑자기 극한 상황의 서바이벌 모험을 벌이면서 갖가지 상식과 자연과학 지식들을 배우게 되는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 시리즈 중의 하나. 공룡이 살았던 중생대와 백악기 시대의 각종 공룡과 구체적인 과학상식이 돋보인다.
4. 독일에서 보물찾기 (아이세움) 보물을 찾아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만화로 알아가는 시리즈물. 2006년 월드컵 붐을 타고 나온 독일편으로, 히틀러가 숨긴 어마어마한 양의 금괴를 찾아 독일 전역을 누비며 독일의 역사와 문화, 여러 가지 문화유산 정보를 배운다.
5. 만화 과학교과서 2 -화학생물 (스콜라) 중학교 1학년 과학 교과서를 만화로 옮겼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뛰어넘은 풍부한 예제와 정리표를 담아 혼자서도 쉽게 공부할 수 있게 도와준다. 화학의 역사, 원자와 분자, 상태변화와 에너지, 세포의 구조, 우리 몸의 소화과정, 혈액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