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 포트폴리오 구성 전략
입학사정관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 분야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NIE 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인 권영부 동북고 교사는 "현실에 대해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신문 스크랩만한 것이 없다"며 "신문 스크랩은 입학사정관제 대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권 교사로부터 신문 스크랩 포트폴리오 만들기 방법을 들어본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학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구체적인 증빙 자료를 통해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틈틈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서머리(Summary)형'은 자신이 원하는 전공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고 요약하는 형식이다. 기사를 요약할 때는 내용에 따라 주장과 근거, 사실과 의견, 원인과 결과로 나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빨간색으로 표시하고 따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예컨대 보험경영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관련 기사에서 생소한 부분을 찾아 '예금보험공사'의 '민원상담창구'를 통해서도 해결할 수 있다. 이때 학생과 예금보험공사 사이의 질의응답 내용을 그대로 복사하여 요약한 내용 뒤에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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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를 요약한 뒤 사실과 의견 형식으로 나눈 ‘서머리(Summary) 형’스크랩 방식 의 대표적인 예. 경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인하사범대부속중학교 3학년 조태훈군이 지 난해 스크랩한 결과물이다.
'플로차트(Flowchart)형'은 평소 사고방식이 얼마나 체계적인가를 보여주는 형식이다. 이 형식은 기사를 읽다가 생긴 의문점의 해결 과정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된다. 기사 속의 의문점이 여러 개라면 '궁금증 리스트'를 만들어 정리한다. 예컨대 '추가로 알아야 할 내용 5가지' '기사 때문에 생긴 궁금증 7가지' 등의 리스트를 만든다. 의문점을 한꺼번에 해결하기보다는 시차를 두고 일정에 따라 해결하는 순서도를 꾸며 꾸준히 탐구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좋다.
'초이스(Choice)형'은 판단력과 유연성을 보여줄 수 있는 형식으로 사회적 쟁점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 형식은 사설(社說)을 활용하면 좋다. 사설은 신문사의 의견이므로, 동일한 쟁점을 두고 차이를 보이는 두 편의 사설을 스크랩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다. 정치학이나 사회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은 이 활동을 반복하면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게 되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스펙업(Specification-up)형'은 '인맥(人脈) 스펙'을 중심으로 성취 스토리를 작성하는 형식이다. 신문을 읽다가 생긴 의문점이나 자신의 취약점을 타인의 도움으로 해결한 과정을 서술하는 것이다. 예컨대 자동차 관련 기사를 읽다가 의문점이 나오면 해당 회사의 담당자에게 문의해 해결한 과정을 작성한다. 글을 쓴 기자에게 문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이 '인맥 스펙'이 된다. 성취 스토리를 쓸 때는 얻은 지식이나 정보와 함께 조언자를 통해 느낀 점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고, 자신의 취약점을 어떻게 강점으로 만들었는가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오피니언(Opinion)형'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형식이다. 일단 관심 기사를 스크랩한 뒤에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되, 가정형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정리한다. 예컨대 '서울 광장을 경찰차로 막지 않았다면' '환율 상승이 계속된다면' 식의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쓰는 것이다. 스스로 의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내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있는 학생임을 강하게 어필할 수 있다.
신문은 입학사정관제의 지상(紙上) 훈련장으로 적격이다. 하지만 반드시 종이 신문을 매일 꾸준히 읽고 스크랩하여 자신의 강점이 드러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꺼번에 찾아 정리하는 것보다 성실성이 입증되기 때문이다.
자기주도 학습에 가장 적합 통합 사고능력 키울 수 있고
전공할 자료모아 미래 준비 안성 가온고(高), 전교생이 참여
대학 입학사정관제가 교육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010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49개 대학으로 이 제도가 확대 적용되고, 얼마 전 서울대가 2011학년도 입시에서 신입생의 39%(약 1200명) 정도를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다는 입시안을 발표하면서, 학교와 학부모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교육 시장도 들썩인다. 서울 강남의 유명학원들에선 1시간에 30만원짜리 입학사정관제 컨설팅을 실시하고,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준다는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챙기는 '입학사정관제 강사'들이 공공연히 활동한다. 실제로 지난해 A학생은 대치동의 한 강사에게 800만원을 내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서울 유명 대학에 합격했다. 고2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대치동 엄마들은 다 안다"며 "학생 이름으로 기부를 대신 해주고 봉사점수까지 받아줬다고 해서 나도 아이를 보내볼까 잠시 망설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교육 없는 공교육'을 지향하는 일선 학교들은 교사들이 직접 나선다. 안성의 가온고등학교에서는 교사 전체가 전교생을 대상으로 '세상읽기 신문읽기'라는 NIE 노트나 'Essay Writing'를 만들어 매일 작성하게 하고, 서울 재현고 교사들도 직접 만든 '사설 칼럼 노트'를 전교생에게 적용한다. 자발적으로 'NIE' 동아리를 만들고 포트폴리오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용인외고 2학년 학생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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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학사정관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안성 가온고처럼 학교 전체가 NIE를 도입해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학교들이 생겨나고 있다. 가온고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직접 ‘세상읽기 신문읽기’등의 NIE 노트를 만들어 수업에 적용, 포트폴리오 구성에 활용한다.
울산과학기술대 1학년에 재학 중인 박지애(19)씨는 부산 대덕여고 시절 학교 동아리 'NIE 경제탐험대' 활동을 한 것을 인정받아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합격한 경우다. 박씨는 "기사를 읽고 재해석하고 관련 단체를 견학한 활동까지 꾸준한 노력을 보인 점이 입학사정관에게 좋게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들이 이렇게 NIE에 열중하는 것은 입학사정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선별 기준, 즉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 '전공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 하는 것이 NIE의 교육 철학과 제대로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종호 건국대 입학사정관은 "방대한 신문 자료를 모아 생각을 정리하는 NIE를 하다 보면 미래 진로까지 준비할 수 있다는 점, 비교과 영역을 융합하는 '통합 사고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 편협한 시각이 아닌 다양한 영역을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NIE는 입학사정관제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입학사정관제의 키워드도 이제 NIE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