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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겨울이 시작되나요?
배추를 보면....
산뜻하고 노란 고갱이를 보다 보면
어머니 속고쟁이 생각난다는
호소향님의 고은글이
가슴에 와 닿는 계절이기도 하구요.
서로 서로를 사랑하는 주말이 되소서
배추를 보면
작가: 호소향
배추를 보면 어머니의
속고쟁이가 생각난다.
나일론 속치마는 헛것이라며
노상 걸치고 아끼시던
넉넉하고 촌스런 어머니의
속곳들이 떠오른다
거칠거칠 풍겨오는 어머니의
손등 냄새처럼 배추 잎마다
한잎 한잎 속속들이
고향 흙 냄새가 배어온다
꼭 우리 어머니처럼
맵시라곤 전혀 없이 불룩한
속고쟁이를 속곳 위 단속곳 밑에
겹겹이 걸쳐 입은 통배추
그 넉넉한 속살 속엔 세상살이
슬픔이며 아픔이며 인고의 물기가
아리아리 배어서
오히려 입동의 아침이 싱싱하게 다가오는 것인가
속속들이 품안으로
노오란 고갱이들을 자식처럼 아껴 품고
이 추운 세상 견디기 위해
여러 겹 다독여 입은
어머님의 속고쟁이
땀땀이 누빈 고쟁이
그 속에 단내음으로 숨겨 있던
어머니의 속살 냄새
그것이 바로 배추 냄새인지
어머니 삶의 향기인지
나이 사십이 넘어 이제
겨우겨우 알 것만 같다
Music: Mozart - Clarinet Concerto in A KV 622(2악장)/Ada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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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화려한 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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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sck928
첫댓글 아주 먼 저멀리 용문산이 보이고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수리(두물머리)를 보면 그리운 고향이 떠오릅니다. 이맘 때면 시 낭송회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 배추를 보면 " 되뇌곤 합니다.
김용사 고향이 어디신데? 좋은 시 즐감했습니다.
쉼 박사님 저의 고향은 위 그림에 보이는 오른쪽 강줄기인 남한강의 한 갈래 최 상류 중에 하나인 속리산 과 화양 구곡 중간에 위치한 산골입니다.
딱 붙는 내복 하나보다 헐렁한 속곳 두개가 훨씬 편합니다. 저도 딱 달라 붙는 내복은 안 입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