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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경차 대우 티코 1991년 출시된 대우의 경차다. 1988년 출시된 일본 스즈키의 경차 알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차다. 3기통 796cc엔진을 장착했다. 유럽으로 수출도 했는데 루마니아, 불가리아, 폴란드, 체코 등으로 팔려나갔다. <출처:Stahlkocher at en.wikipedia.org> |
1991년 5월 우리나라 첫 경차 대우 ‘티코’가 나왔습니다. ‘작고 편리하고 기분 좋은 동료’라는 영어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이름처럼 작은 배기량 800㏄의 티코는 차량무게가 불과 640㎏으로 24.1㎞/ℓ의 연비를 자랑했습니다. 가격도 당시 300만~400만 원 정도로 저렴해 출시된 해에 3만대가 판매됐습니다.
경차의 분류는 어떻게?
경차(輕車)는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가벼운 차’입니다. 가격, 크기, 배기량 등 모든게 가벼운 차를 말합니다. 세계 각국은 경차를 구분하기 위해 기준을 정했는데 주로 엔진 배기량과 차체의 길이, 폭, 높이로 구분합니다. 우리나라는 배기량 1000㏄미만, 전장 360㎝, 전폭 160㎝, 높이 200㎝ 이하를 경차라고 합니다. 2008년부터 조금 커진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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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차크기 일본의 경차는 전장 3400mm, 전폭 1480mm, 높이 2000mm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또 엔진 배기량은 우리나라의 1000cc보다 낮은 660cc를 경차로 정했다. <사진=(일)전국경자동차협회연합회> |
경차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은 배기량 660㏄미만, 전장 340㎝, 전폭 148㎝, 높이 200㎝ 이하를 경차로 규정했습니다. 유럽도 1000㏄미만에 전장 338~370㎝, 전폭 146~156㎝, 높이 135~146㎝로 규정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일본은 배기량이 660㏄로 낮고 유럽은 높이가 최대 146㎝로 낮아 우리나라의 경차가 배기량과 차체 모두 가장 큰 규정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차 사이즈의 차를 세계 각국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부릅니다. 일반적으로는 ‘미니 카’ 혹은 ‘시티 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좀더 전문적인 구분으로 일본에서는 ‘K-카’라고 부르고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카’라고 하며 영국에서는 ‘마이크로카’ 또는 ‘버블카’라고 부릅니다.
유럽에서는 ‘A세그먼트 미니카’라고 분류합니다. 유럽에서는 경차보다 조금 더 큰 차를 ‘B세그먼트 스몰카’라고 구분합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잘 아는 ‘푸조 207’ ‘폭스바겐 폴로’가 속합니다. 보통 유럽에서는 B세그먼트 스몰카보다 작은 차를 경차로 구분합니다.
세계 최초의 경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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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경차 1940년 미국 인디애나에서 첫 모습을 보인 ‘Crosley’. 최초의 경차로 불린다. 당시 250달러에 판매됐으며 2인승 컨버터블 타입이다. 무게는 1000파운드로 약 454kg이었다. 2기통 공랭식 엔진과 3단 변속기를 탑재했다. <사진=wikipedia> |
그렇다면 경차는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요? 최초의 경차는 미국 인디애나에서 1940년 ‘Crosley’가 만든 2인승 컨버터블 차입니다. 454㎏의 무게로 무척 가벼웠습니다. 가격은 당시 250달러로 저렴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경차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립니다. 1949년 영국에서 오토바이와 같은 형식의 1기통 2행정 122㏄ 엔진을 얹은 삼륜차 ‘Bond Minicar’를 시작으로 1953년 Iso Isetta가 만든 ‘Isetta’가 등장했습니다. 1955년에는 똑같은 차를 BMW가 만들기도 했습니다. 뒷바퀴가 하나뿐인 삼륜차로 100㎞를 가는데 3ℓ의 연료만 소비하는 3리터카로 탄생했습니다. 일본에서도 1955년 스바루의 ‘Subaru 360’을 시작으로 경차가 탄생했습니다. 이어 1960년에는 마쯔다의 ‘R 360’, 1967년에는 혼다의 ‘N 360’이 출시됐습니다. 당시 일본 경차의 이름에 ‘360’이 들어가는 것은 1951년부터 1975년까지 적용된 경차의 배기량 기준이 360㏄였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는 경차 붐이 일어나면서 차종은 다양해지고 크기도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경트럭, 경승합차가 나왔고 2인승 중심에서 4인승 경차가 대세를 이뤘습니다. 우리나라도 1983년 경차 기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상공부가 에너지 절감을 목적으로 800㏄ 소형차에 특소세 면제를 비롯한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자동차 회사의 호응이 없어 사장됐습니다. 이후 1988년 대우조선공업이 참여해 1991년 일본 스즈키사의 경차 ‘알토’를 기반으로 한 ‘티코’가 탄생하게 됩니다.
경차에도 유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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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초의 경차 1958년 출시된 일본 최초의 경차 스바루 360이다. 이름의 360은 당시 경차의 배기량 기준 360cc에서 비롯한 것. 시티카 혹은 케이카라고 불리는 경차로 408kg의 무게와 2990mm의 전장, 1300mm의 전폭, 1380mm의 높이를 가진 작은 차다. 일본 만화 포켓몬스터에도 나와 친숙한 모양을 가졌다. <사진=wikipedia> |
경차도 시대에 따라서 유행이 있습니다.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작은 차가 삼륜차를 거쳐 승용차를 대체하는 차로 변화했습니다. 경차의 유행은 경차왕국 일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949년부터 경차 관련 규격을 정리하고 세금을 비롯한 경차 혜택으로 꾸준히 발전해 일본은 세계 최대의 경차 시장으로 꼽힙니다.
지난해 일본에서 팔린 차 가운데 30.3%는 경차였습니다. 일본은 1949년에 경차 규격을 정했습니다. 1966년에는 41만대의 경차가 보급됐고 1975년에는 284만대의 경차가 보급됐습니다. 1980년대 소위 ‘버블경제’ 시기에는 경차에도 스포츠 바람이 불었습니다. 1991년에는 혼다 ‘비트’, 스즈키 ‘카푸치노’ 같은 2인승 스포츠 경차가 탄생했습니다. 이후 1990년대에는 트렌드가 바뀌면서 경차는 좀 더 실용적인 밴 타입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최근에는 높은 연비를 기본으로 하고 안전성을 갖춘 경차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또한 미쓰비시의 전기 경차 ‘아이미브’처럼 하이브리드 혹은 전기차도 경차의 새로운 트렌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2010년 기준으로 일본에는 1748만대의 경차가 있습니다.
한국의 경차 대결
20년의 경차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14만여 대의 경차가 팔려나갑니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중·소도시나 출퇴근 목적의 차로 인기가 높습니다. 일본 경차의 66%가 여성 운전자인 것처럼 우리나라도 여성 운전자의 경차 비율이 높습니다. 따라서 최근의 경차 시장은 여성 운전자를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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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카푸치노 일본 경차가 1990년대에 들어와서 스포츠 모델을 내놓기 시작했다. 사진은 2인승 로드스터 형태를 가진 스즈키의 경차다. 배기량 657cc에 63마력이다. <사진=wikipedia> |
7년 만에 새롭게 출시한 기아자동차의 ‘모닝’과 GM대우에서 ‘쉐보레’로 이름을 바꾼 ‘마티즈 크리에이티브’가 대결하고 있습니다. ‘모닝’의 풀 옵션 가격은 1450만원,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1338만원입니다. 업체에서는 안전을 위한 에어백과 중형차 못지않은 편의사양을 적용해 가격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반면 소비자들은 경차의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한 경차 회사의 자료에 의하면 소비자들은 풀 옵션에 가까운 차를 가장 선호한다고 합니다.
1990년대 호황기를 맞이했던 경차 시장은 2006년 39만230대까지 판매가 급감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활기를 찾으며 2009년 13만5743대, 지난해에는 약 14만대로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고유가와 높은 물가로 인해 점차 빡빡해지는 서민들의 경제 속에서 경차가 어떤 역할을 할 지 지켜볼 일입니다.
<디지털뉴스팀 이다일 기자 cam@kyunghyang.com>
경향신문 ‘오늘의 핫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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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차 번호판 일본의 경차는 번호판이 다르다. 개인용으로 사용되는 경차는 노란 바탕에 검정 글씨로 사업용을 사용되는 경차는 검정 바탕에 노란 글씨로 됐다. 1974년까지는 번호판의 사이즈도 가로 230mm의 소형을 장착했으나 1975년부터 가로 330mm의 중형 번호판으로 교체됐다. <사진=wikiped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