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서울 은평구에 특별한 센터가 문을 열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예술 기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울창의인성교육센터. 문화 예술 체험을 바탕으로 인성과 창의 요소를 기르는 게 목표다. 무대 분장, 점토 공예, 마임 등 알찬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전문 강사진과 학생들의 호흡이 돋보인다. 노란색 페인트로 외관을 환하게 꾸민 서울창의인성교육센터에 들어서자, 창의적 체험 활동에 몰입한 서울 서연중 2학년 학생들의 열기가 뜨겁다. |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ver.com 사진 오병돈 도움말 최재광 장학관(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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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은 모든 이들의 바람. 하지만 아이들이 자기 꿈을 찾고 끼를 발산할 만한 교육 프로그램은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서울창의인성교육센터를 찾는 학생들이 끊이지 않는 건 자신이 선택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도적으로 활동을 즐길 수 있기 때문. 창의·예술·교육 기부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최재광 장학관은 "서울창의인성교육센터는 직업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 강사가 질 높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보다 소통하고 호흡을 맞추려고 힘쓴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마음껏 표현하도록 이끈다" 고 말한다. 창의와 인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두 가지 키워드는 미래형 인재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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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분야에 흥미 느끼는 기회 |
서울 서연중 학생들이 참여한 프로그램은 종이공예, 점토 공예, 마임, 무대 분장, 타악, 인형 만들기, 무대의상, 스마트폰 사진 교실, 소리와 장단, 미디 밴드, 아카펠라, 즐거운 비보이 댄스, 그룹사운드 등 총 16개. 프로그램마다 적게는 3명, 많게는 20명이 참여했다.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현장 경험이 많은 전문 강사의 진행으로 교실마다 활기가 넘친다.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뭔가 있는 듯 행동하는 걸 팬터마임라고해. 잘 봐." "진짜 벽이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밧줄을 진짜 끌어당기는 것처럼 보여요." "근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신병자인 줄 알겠어요. 하하하." "자, 이제 손으로 새를 만들어보자.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선생님이 만든 새는 뭔가 달라 보여요." "당연하지. 난 마임 샘이니까."
강사의 시연에 이어 학생들이 마임을 선보이는 시간. 서로 어떤 상황인지 맞히면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연극을 선택한 학생도 적지 않다. 강사의 설명에 모두 조용히 귀 기울이는 모습이다. "배우는 무대에서 다른 배우와 호흡하는 게 중요해. 그러려면 상대에게 집중하고 배려할 필요가 있어. 이제 거울 놀이를 할 거야. 마주 보고 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 해봐. 난 어떻게 움직일지 최대한 친절하게 알려줄 거고, 넌 나에게 집중하는 거야." 연극실에서는 거울 놀이가 한창이다. 마주 보는 것만으로 웃음이 터지고 어색하지만, 학생들은 금세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진지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소리와 장단 프로그램도 인기.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그림으로 그린 뒤, 손과 채로 장구를 두드려 나타내는 활동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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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최재광 장학관(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학생 위한 문화 예술 네트워크 필요" |
서울창의인성교육센터는 어떤 곳인가? 학생들이 예술 창작 활동을 통해 자신을 알고, 협업을 통해 창의 인성을 기르도록 교육을 하는 곳이다. 인성이 풍부한 창의적 인재를 키우려면 교육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머리에 집어넣느냐'보다 '어떻게 밖으로 끄집어낼까' 로 바꿔야 한다. 센터 어느 곳에도 정형화된 책상이나 의자, 칠판을 볼 수 없다. 교실 벽면을 보드처럼 만들어 자유롭게 썼다 지울 수 있도록 했고, 어디서든 창의 예술 분야를 접하고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공간 구성에 신경 썼다.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체험이 가능하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최근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과 강사들이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활동이 활성화되면 무대 분장과 조명, 의상, 밴드 등 여러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연을 선보이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지역별로 창의인성교육센터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센터별로 뮤지컬과 음악, 영상 등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해 탄탄한 문화 예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싶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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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친구가 내는 소리를 잘 들어보라" 는 선생님의 주문. '톡톡 또르록 또르록' '띵띵 띵띠띠' '드르럭드르럭' '쿵쿵쿵쿵쿵' 소리 퍼레이드가 펼쳐지자, 아이들의 대답이 이어진다. "뭔지 모르겠어요." "처마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아니에요?" "절에서 나는 소리" "부엌에서 도마 두드리는 소리" "개가 문 긁는 소리?" "모기에게 물려 긁는 소리"… 상대방이 내는 소리에 집중하고 이해하면서 아이들은 소리 하나에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
색다른 경험은 창의적 사고의 자양분 |
"트라이앵글 모르는 친구 없지? 이 악기는 초등학생도 무시하더라. 그런데 절대 쉬운 악기가 아니야. 얼마나 다채로운 소리를 내는지 들어볼래?" 아이들은 노래방에서 자주 봐서 탬버린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지만, 동유럽에 가면 탬버린 연주자가 있을 정도로 인기 악기. "웬만한 리듬은 표현이 가능하다" 는 설명과 함께 전문 강사가 연주를 시작하자, 학생들의 감탄과 탄성이 잇따른다. 말 그대로 탬버린의 재발견이다.
고정관념과 선입관을 깨는 것은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는 첫걸음. 비보잉을 배우는 시간도 아이들에겐 도전이나 다름없다. 즐거운 비보이 댄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유명훈 강사는 "비보잉 동작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엄마들은 자녀가 흙이나 바닥을 만지지 못하게 '지지'라고 말한다. 종전 생각을 깨고 이런 행동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색다른 경험, 시도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서인지 학생들이 호기심을 보이고 굉장히 즐거워한다" 고 말한다.
체험을 마치고 운동장에 모인 서연중 2학년 아이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소통한 뒤여서 표정이 한결 밝다. "학교에서 벗어나 색다른 경험을 한 게 재미있었어요. 아직 확실한 꿈이 없는데, 이런 경험을 자꾸 하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무대의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승연 학생의 마지막 말은 자유 학기제 전면 실시를 앞두고 고민이 많은 엄마들에게 짧고 강한 메시지를 건넨다. '경험이 모여 사고력이 되고, 생각하는 힘이 쌓여 진로를 찾는 자양분이 된다.' |
Tip 서울창의인성교육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학기 중 평일에 학교와 학급 단위로 진행되는 상시 프로그램, 매주 토요일 오전에 실시하는 토요 특화 프로그램, 방학 특화 프로그램 등 교육 내용이 알차다. 공연과 전시, 인문학 특강도 진행한다. 초등 4학년부터 고등 1학년까지 무학년제로 운영하는데, 특화 프로그램은 6차 시부터 30차 시까지 깊이 있는 체험이 가능하다. 재료비와 수업료는 무료. 서울창의인성교육센터 홈페이지(http://crezone.sen.go.kr)에서 신청 가능하며, 특강은 어른도 들을 수 있다. 주소 서울 은평구 가좌로 208 문의 02-3151-1620~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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