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대파당하며 완전히 침체되어 있던 한국축구를 떠안고, 어느 때 보다도 일찍 본선진출을 확정지으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차범근 감독....
스타플레이어 출신이긴 하지만, 과연 감독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말끔히 해소하며, 온 국민의 추대를 받기까지 했던 차범근 감독....
그러나, 네덜란드에게 5대0의 충격의 패배를 당한 후 전쟁중에는 장수의 목을 베지 않는 다는 통례를 깨고, 월드컵 기간 도중 전격 경질이라는 충격과 함께, 온갖 시련을 겪다가 MBC해설위원으로 돌아온 세계적 스타 차붐....
그와 히딩크를 나름대로 비교분석해 본다...
차범근과 히딩크의 공통점을 들자면, 둘 다 유럽의 선진축구를 경험해 보았고,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진축구를 한국축구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차범근또한 지금의 히딩크처럼 전, 후반을 쉴 새 없이 뛸 수 있는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또한 선수선발에 있어서 감독에게 전권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너무나 닮아있다....
기존의 스타플레이어의 명성에 의존하기 보다, 나름대로의 소신을 가지고 선수를 발굴해 낸 것도 두 사람은 너무나 닮아있다....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며, 축구에 과학을 접목시키며, 정확한 통계수치와 데이타에 의한 축구를 시도한 것도 두 사람은 너무나 닮아있다...
또한, 두 감독은 모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기도 했다... 히딩크에게 박지성, 김남일, 이천수, 이을용....등이 있다면, 차범근에게는 고종수, 이동국과 같은 선수들이 있다...
네덜란드전 이후, 이왕에 본선진출에 실패한 만큼, 벨기에전에서는 젊은 선수들을 중용해서 경험을 쌓게하겠다는 차범근감독에게 무슨소리냐며 질타를 했던 것이 우리 언론의 현주소이다... 멕시코전에서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자 최용수를 왜 넣지 않느냐며 선수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며 매도했던 우리의 언론앞에 차범근감독은 고개를 떨구어야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두 사람을.... 한사람은 역적, 한 사람은 영웅으로 만들어 놓았는가?
물론, 월드컵 16강 진출과 강팀과 만나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플레이라는 눈에 보이는 실력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에 앞서.... 이 두사람의 국적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세계적 명장으로서 축구협회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카리스마로 자신의 뜻대로 자신이 원하는 축구스타일을 만들어 갈 수 있었던 히딩크에 비해, 차범근은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었다....
그가 아무리 자신의 소신대로 하고 싶어도, 그는 축구협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또한 한국의 뿌리깊은 학연, 지연의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실력에 의해 선수를 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연찮게 고대출신이 대표팀에 많으면, 당장 파벌주의라고 몰아부쳤을 것이며, 그렇다고 연대생들이 많으면, 역차별이라고 난리였을 것이다....
실제로 차범근이 국내 프로리그에서 감독을 하던 시절, 그의 선진축구를 한국 선수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평이 있었다고 한다... 차범근 감독은 경기가 끝나면 반드시 선수들과 미팅을 통해 그 경기를 분석하고 대화를 시도했으나, 선수들은 "차라리 빠따를 때리세요..."이런 반응이었다고 한다... 그당시만 해도 기술보다는 빠따로 무장한 정신력과 투지가 전부인 시절이었으니까....
한국인들에게는 우리도 모를 병이 있다...
같은 한국인이 조금 잘 나가고, 똑똑하고, 소신있으면 잘낙 체이고, 그럴싸한 외국인이 그러면 마이웨이란다.....
난 감히 주장하고 싶다...
히딩크가 한국을 떠난 후 한국팀을 맡아서 지금의 전력을 이어갈 수 있는 한국 내에서의 감독은 오직 차범근 뿐이라고.... 히딩크에 의해 선진축구의 맛을 본 선수들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차범근 뿐이라고....
또한, 독일에서의 명성을 뒤로하고 지금도 꾸준히 유소년 축구에 투자하며, 한국 축구에 누구보다도 큰 애정을 갖고 있는 차범근만이 한국축구를 살릴 수 있다고...(외국물 먹은 사람이 외국의 좋은 자리를 마다하고, 귀국하기가 정말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나사에서 일하는 우리 한국인 과학자들한테 울나라 와서 연구하라고 하면 선뜻 누가 올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차범근의 한국축구에 대한 사랑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직까지 한국은 합리적인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교사를 하면서도 정말 뼈져리게 느끼는 것이 많다.... 관료주의와 파벌주의.....
오직...실력 하나만으로 평가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만이 우리나라도 발전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이런 시스템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정말 대통령도 외국인을 뽑아 한 번 크게 뜯어 고쳐야 하지않나하는 자조감 섞인 분석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