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cha)는 왜 티(tea)로 읽히는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궁금한 질문이 아니다. 차(cha)는 한국어이고, 티(tea)는 영어니까. 라고 생각해 버리면 호기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또 맞는 말이다. 우리가 학교라고 부르는 것을 영어권 사람들은 스쿨이라고 부르며, 우리가 "엄마"라고 부르는 대상은 미국으로 건너가면 "마더"가 되어 버리는 것처럼, 차는 한국말이고, 티는 영어다. 그런데 우리에게 있어서 "차(茶)"는 외국어다. 중국에서 건너온 말이기 때문이다. 영어권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티(tea)"는 외국어다. 역시 중국에서 건너온 말이기 때문이다. 그럼 조금 이상하게 생각되어질 수 있는 문제다. 같이 중국에서 건너온 말인데 왜 우리에게는 "차(cha)"고 영어권 사람들에게는 "티(tea)"란 말인가? 이건 넓디 넓은 중국의 사정 때문에 생긴 차이다. 중국의 복건성 쪽에서는 차를 테(te)라고 부른다. 광동성 쪽에서는 우리처럼 차를 차(cha)라고 부른다. 이쯤에서면 눈치 빠른 사람들은 대강 알아 챘을 것이다. 복건성에서 해로를 통해 유럽쪽으로 전파된 차는 "테(te)"로 부르고, 광동성에서 육로를 통해 전파된 차는 "차(cha)"로 불리는 것이다. 복건성에서 전파된 "테"는 각 나라 사정에 맞게 발음이 변형되어 유럽에 전파된다. 영국과 미국은 티(tea)로, 그외의 나라들은 모두 테로 바뀌어 퍼져 나간다. (우리가 들었을 때나 테지, 사실은 테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독일은 테(tee), 프랑스는 테(the)로, 핀란드는 테(tee)로..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스페인,이탈리아,체코는 (te)로.. 같은 테지만 들어보면 전혀 다른 테다.) 광동성에서 전파된 차는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전파되고, 몽골로 전파되고, 러시아로 퍼지고, 티벳으로 퍼진다. 이들 나라는 따라서 차를 차(cha)로 발음한다. 이외에도 이란, 터키 등이 차를 차로 발음한다. 이들 나라의 발음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어 러시아와 몽골은 차이(chai)라고 발음하며 티벳은 자(ja)로 발음한다. 그런데 차의 본고장인 중국에서 "차"를 cha로 발음한다면, 왜 유럽쪽에서 굳이 복건성의 발음을 따라갔던 것일까? 중국의 공식 발음이 차(cha)라면, 굳이 한 지역의 사투리의 발음을 차용해 사용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궁금증이 생긴다. 이건 차가 유럽에 전파되기 시작한, 대항해시대 유럽의 국제정서와 연관이 있다. 당시는 포르투갈과 네델란드가 아시아에서 치열한 교역 싸움을 벌이된 시대였다. 먼저 차를 수입하기 시작한 포르투갈에서 차를 차(cha)로 부르자, 라이벌 국가인 네델란드에서는 포르투갈과 같은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일부러 차를 테(te)로 부른 것이다. 이름 하나를 짓는데 포르투갈을 염두에 두었던 것은 교역의 라이벌이었던 까닭도 있지만, 구교도 국가였던 포르투갈을 미워한 네델란드 신교도인들의 종교적 자존심도 크게 한몫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유럽에서는 포르투갈만 유일하게 차를 차(cha)로 부르고 있는 나라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차(cha)와 티(tea)의 발음 차이에는 이처럼 유럽의 해게머니 싸움과 종교적 갈등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유럽인들이 차를 수입했던 복건성은 발효차가 유명한 곳이었던 탓에, 유럽인들이 먹는 차는 홍차가 되어 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