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다란 방음벽 너머 올림픽대로로 쉼 없이 자동차들이 쌩쌩 질주하지만 공원 안은 딴 세계처럼 아늑하다. 족구장을 비롯해 농구장, 배드민턴장 등의 체육 시설이 즐비한 이곳은 강서구 가양동의 공암나루근린공원이다. 이곳을 근거지 삼아 똘똘 뭉친 주민 스포츠 동호회 또한 다양하다. 10년간 한결같이 나와 족구를 즐기는 '스카이 족구클럽'도 그중 하나다.
‘강서구 최강’을 자랑하는 스카이 족구클럽 회원들. 왼쪽부터 이재우, 김경욱, 박동현, 오성은, 진전환, 김전옥, 채영범, 김영근, 김영천, 이진호, 전동준, 양찬영씨.
◇생활체육대회 3연패 석권한 실력파 동호회
오후 7시의 공암나루근린공원엔 자귀나무 향이 은은했다. 족구장 내 방음벽에 걸린 강서구 생활체육 족구대회 3연패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먼저 시선을 붙든다. 4명씩 팀을 이뤄 숨 가쁘게 경기를 벌이는 이들, 3연패의 주인공인 '스카이 족구클럽' 회원들이다. 경기 진행이 한창인 듯 이마엔 쉴 새 없이 땀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공중에서 비스듬히 한 바퀴 회전하며 공을 내리 꽂는 날쌘 동작이 예사롭지 않은 실력을 가늠케 한다. 받아 치는 쪽도 만만찮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넉넉한 몸매의 중년 '아저씨'들도 보이지만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날쌘 몸놀림은 한창 때 젊은이들의 그것 못지않다.
스카이 족구클럽은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5년, 이곳 공암나루근린공원 족구장에서 공을 차던 주민들이 뜻을 모아 결성했고 현재는 20대부터 60대까지 4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제법 규모 있는 족구 동호회다. 회원들은 매주 화·목·토요일 저녁 시간을 이용해 3시간 정도 연습 게임을 하고 있다. 공과 작은 공간만 있으면 경기가 가능한 족구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고 운동 효과도 좋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안축차기, 날아차기 등 묘기에 가까운 화려한 킥을 볼 수 있는 것도 족구의 묘미 중 하나다.
◇주 3회 연습… 실력·친목 쌓아가는 회원들
아내의 권유로 족구를 접하게 됐다는 김경욱씨는 스카이 족구클럽 활동 3년차에 접어들었다. 김씨는 "축구도 좋아하지만 족구를 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박진감 넘치고 부상의 위험도 적다"며 "주 3회 이상 족구와 살다시피 해도 아내가 봐주는 건 아마 그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조금 전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하며 강하게 공을 내리 꽂는 '넘어차기' 기술을 보여준 회원은 공격수 진전환씨다. 팀 경기력의 주축이라는 40대 선수 중 한 명인 진씨는 띄움수(토스)와 수비수들의 협동이 있어야 승리로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행복플러스의 인터뷰 중에도 회원들은 짬 날 때마다 제기차기 하듯 서로 공을 주고받는다. 진씨는 "경기 전 긴장감을 해소하고 볼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틈틈이 기본기를 익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씨가 보여준 족구화를 보니 축구화와는 또 다르다. 바닥에 스파이크가 없는 대신 안축이 다른 부위에 비해 두툼하다. 족구 경기에서 주로 신발 안축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10년 족구 사랑, "족구 매력에 빠져보세요"
강서구 생활체육 족구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이항섭씨가 뒤늦게 족구장에 나타났다. 스카이 족구클럽의 창단 멤버인 이씨는 "족구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동호회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씨는 오랜 시간 족구와 인연을 맺은 만큼 족구에 대한 애착도 남다른 듯 공암나루근린공원과 황금내공원에 산재한 족구 동호회 10여 개를 열거하기도 했다. 스카이 족구클럽의 회장 전동준씨는 "팀을 이끌면서 성적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회원들의 화합과 친목을 팀 운영의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시원한 냉수에 목 축이며 땀을 식힐 즈음 족구장을 환히 비추던 조명등이 꺼졌다. "제아무리 족구가 좋다고 해도 그만 접어야 할 시간이죠." 공원 가까이에 사는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공원 안 모든 체육 시설의 조명은 오후 10시면 자동으로 꺼진다고 감독 이진호씨가 귀띔을 해준다. 하지만 회원들의 연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이씨의 구령이 울려 퍼지고, 회원들은 일사불란하게 구령에 맞춰 손목도 흔들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동작을 하고 있다.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피로 해소에도 좋은 마무리 운동"이라는 이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지난 6월 28일로 예정됐던 강서구 생활체육 족구연합회장기 대회가 메르스로 인해 연기된 상황이지만 회원들은 너나없이 4연패 도전을 꿈꾸고 있다. 2015.07.0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