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난 곳에 남는 것은 싸늘한 시체와 그들의 무기뿐... 그리고 그들의 한 맻인 영혼들뿐... 이곳 황산에서의 전투에서는 도저히 쳐다볼 수 없는 살육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소년이 푸른빛이 나는 창을 들고 한 마리의 야수와 같은 모습으로 관군을 베고 있었다.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이 어린 소년의 근처엔 오직 시체만이 널려있을 뿐... 그의 눈은 왠지 모르게 슬픔으로 가득 찬 듯 이 세상의 그 무엇도 그의 슬픔을 표현할 수 없을 듯 하였다. 이곳에서 들리는 것은 오직 관군의 처절한 비명소리와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뿐... 그 무엇도 그 이상도 존재하지 않았다. 5시간 정도 지난 후 이 싸움은 끝이 난 듯 해 보였다. 창을 든 어린 소년은 숨이 찬 듯 헉헉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1000여명의 사람들의 시체가 널려져 있었다. 소년은 시체의 냄새에 견딜 수 없는 듯 구토를 하였다. 그 후 소년은 한 중년남자의 시체를 등에 실은 다음 질질 끌며 산을 내려왔다. 그 소년의 표정은 없었으며 오히려 근처에 있었다간 심장이 얼어붙을 듯 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마을로 천천히 내려갔다. 사람들은 그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너도나도 한마디씩 던졌다.
소년은 이러한 사람들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관을 파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관을 주문하였다. 그러나 어린 소년에게 무엇이 남아 있겠는가? 그는 지불할 돈이 없었다. 그의 초라한 행색과 처절한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한 노인이 말하였다.
"이보게 돈은 내가 지불할 테니 어서 장례를 치르게"
소년은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노인은 관을 파는 가게로 들어가서 금자를 한 개 꺼내더니 말하였다.
"이보게 주인 가장 좋은 것으로 주게"
주인은 금자를 보고 기쁜 듯이 허리를 굽실거리며 대답하였다.
"네 네 알겠습니다..."
소년은 관에 중년남자의 시체를 넣고 관을 등에 지고 다시 산으로 향하였다. 어린 소년은 지친 기색이 보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산으로 향하였다. 그는 좋은 자리를 찾아서 땅을파기 시작했다.
"헉 헉...."
소년은 피로했지만 관을 묻고 다시 흙을 덮은 다음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선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소년은 절을 하면서 대성통곡을 하였다.
"아버지... 아버지"
어리다 어린 소년의 입에서 퍼져 나오는 절규는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찢어지게 하는 듯한 소리로 들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소년은 기절하였다.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른다. 소년은 으음... 하는 소리를 내더니 일어났다. 소년은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누군가가 소년을 옮겨 놓았던 것이다. 소년은 급히 자기의 창을 찾았다. 창이 옆에 있는 것을 보고 소년은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고 일어나려 했다. 누군가가 방문으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공자님 이 약을 드세요"
한 하녀가 약그릇을 들고 말하였다. 소년은 자기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약을 받아먹으면서 말했다.
"누가 저를 이곳에 데려왔나요?"
소녀는 미소하며 말하였다.
"저에게 묻지 않으셔도 나중에 자연히 알게될 것입니다."
"이곳은 어디인가요"
"나중에 자연히 알게 될 것입니다."
"좀 가르쳐 주실 순 없으십니까?"
"고집이 센 분이시군요. 할 수 없군요. 여기는 점창파이며 장로께서 당신을 이곳에 데려오셨습니다."
소년은 놀랐다. 점창파라면 요즘 유명한 정파이기 때문이다. 소년은 사태를 깨달았다.
'누군가가 내가 기절한 것을 알고 나를 이곳에 데려왔구나 그런데 그는 무슨 생각으로 나 같은 사람을 이곳에 데려온 것일까?'
소년이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 노인과 여러 명의 남자들이 들어왔다. 그것을 보고 소년은 경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