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에 담긴 물은 그릇이 깨지거나 대기로 증발하면 없어진다. 지구의 물그릇인 호수가 어떻게 깨지고 말라가고 있는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몇 번에 걸쳐 연재한다.
[물의 순환]
물을 물쓰듯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인구의 증가와 환경파괴, 기후변화로 물이 부족해지자 물을 귀중한 자원으로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물 부족 자체로도 생명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물 부족은 기아로 이어지고, 때로는 전쟁으로 발전하기까지 한다. 46억년 전 지구가 처음 태어났을 땐 물이나 대기가 없었다. 운 좋게도 태양계의 여러 행성 중 지구는 유일하게 물이 있는 행성으로 알려져 있다. 물의 생성 기원은 지구 내부에서 일어난 가스 방출, 혹은 물이 풍부한 소행성이 끊임없이 지구에 충돌해 바다가 생겨났다는 설도 있다. 소행성에 있는 원소구성비율은 지구 바닷물과 거의 일치하다는 데서 이유를 찾는다. 지구는 축복 받은 행성임에 틀림없다.
생명은 바다에서 시작되었다. 바다는 수많은 생명의 보금자리요, 심지어 바다는 우리 피 속에도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사람 체액의 화학적 성분은 바닷물과 놀랄 만큼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 몸속의 수분 비율도 지표면의 바다 비율과 같은 70%이다. 사람 4명 중 3명이 해안에서 80km 이내의 지역에서 살고 있다면 사람은 근본적으로 물과 유리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그렇게 광대한 바다도 이제 각종 쓰레기와 오염물질 투척과 기름유출로 망가지고 있어 앞으로 사람들이 과연 해안을 끼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지구가 크긴 하지만 지표면의 30%만이 육지이고, 30% 가운데 24%가 쓸모없는 땅, 즉 사막ㆍ툰드라ㆍ얼음 등이어서 나머지 6%만이 사람이 경작할 수 있는 땅이므로 사람은 제한된 곳에서 살 수밖에 없다.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구에 있는 물의 총량은 14억km³으로 추정한다. 지구를 공으로 생각할 때 지구 표면을 2.7km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물이 인간이 마실 수 없는 바닷물, 즉 염수라는 점이다. 이는 14억km³의 97.5%를 차지한다. 나머지 2.5%만이 민물, 즉 담수인데, 이것은 지표면 70m 깊이를 덮을 수 있는 양이지만 문제는 또 있다. 담수의 69.55%는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빙하이고, 30.06%는 지하수로 존재하므로 사실 우리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호수나 하천의 물은 전체 담수 가운데 0.39%에 불과하다. 이 가용 지표면수는 큰 키 정도인 182cm 깊이에 해당한다.
호수나 하천의 물과 지하수까지를 모두 합한다 해도 지구에 존재하는 14억㎦의 1%가 안 된다. 이는 물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 또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지구상의 물은 모양을 바꿔가면서 계속 움직인다. 하늘과 땅, 지하와 바다 속 등을 순환한다. 증발해서 기체 상태로 평균 8일 정도 대기 중에 머물다가 물은 땅으로 떨어져 약 65%는 바다까지 흘러가 보지도 못하고 태양열에 의한 증발 혹은 식물이 수분을 내보내는 증산작용을 통해 다시 대기로 올라가고, 약 11% 정도는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며, 나머지 24%만이 강이나 하천을 통해 바다로 여행을 한다.
[육지와 바다]
흔히들 우리가 사는 세계를 5대양 6대주라고 부른다. 여기서 5대양이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북극해, 남극해를 말하고, 6대주는 유라시아, 아프리카, 북중미, 남미, 오세아니아, 남극 대륙을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5대양에서 지구상에 남극해라는 바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극은 북극과는 달리 바다가 아니라 대륙이기 때문. 남극해는 본래 3대양과는 자연적 경계가 없으며 단지 인위적으로 위도를 경계로 삼았을 뿐이다. 그러므로 4대양으로 호칭해야 마땅하다. 한편 6대주는 말 그대로 여섯 개의 큰 대륙을 말하는데, 상기 6대주 중 유라시아를 유럽과 아시아로 나누면 7대주가 된다. 대륙에 북극이 포함되지 않는 것은 육지가 아닌 북극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구 표면적은 5.1억km²이다. 태평양은 1.8억km²의 면적을 갖지만 전체 물의 46%를 차지한다. 바다와 육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지구는 탄생부터 그동안 매년 수 cm씩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로는 지진이나 화산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오지만 이런 것도 지구 운동의 일환이다. 물이 대류 순환을 하듯 지구 내부도 대류 순환을 한다. 지구의 겉 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두께 100km 안팎의 암판(巖板)이 10여개의 모자이크 모양을 이루고 있다. 판은 지구 내부의 맨틀이 대류하면서 그 위의 거대한 땅덩어리가 조금씩 움직인다. 유라시아대륙과 아프리카대륙은 분명 붙어있는데도 따로 구분하는 것은 바로 판의 경계가 다른 까닭이다.
오세아니아를 섬으로 부르지 않고 대륙으로 부르는 것은 면적의 크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섬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옆에 위치한 그린란드(217만km²)이다. 이를 기준으로 해서 보다 큰 육지는 대륙으로, 보다 작은 육지를 섬으로 부르기로 한다.
대양의 기원과 발달에 대해서 대양영존설(大洋永存說)과 대륙이동설(大洋移動說)이 있으나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점이 많다. 독일의 지구물리학자인 알프레도 베게너(Alfredo Wegener)는 1915년 대륙이동설을 제시했다. 현재의 대륙은 판게아(Pangaea)라고 이름 붙인 초기의 커다란 하나의 대륙에서 갈라져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그 증거로 남아메리카 대륙의 동쪽 부분과 아프리카대륙의 서쪽 부분의 해안선 모습이 비슷하고, 남미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에서 공통적인 생물 화석이 발견되며, 북미 대륙과 유럽에서 같은 구조와 암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후 몇몇 학자들이 대륙을 이동시키는 힘은 맨틀의 대류라 제시하며 대륙이동설을 판구조론으로 발전시켰다.
[뜨거운 물전쟁]
핵전쟁보다 더 무서운 게 물전쟁이라고 한다. 요르단강뿐만 아니라 나일강,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다뉴브강, 메콩강 등 전 세계적으로 물분쟁은 가열되고 있다. 21세기 전쟁은 물 때문에 일어날 것이라고 했던 1995년 이즈마엘 셀라젤딘 전 세계수자원위원회 회장의 전망이 현실화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불길한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2025년쯤 물 부족으로 인한 전쟁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이 촉발된 것도 시리아가 요르단강에 댐 건설을 계획했기 때문이었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을 통해 갈릴리 호수로 흘러드는 물의 발원지 골란고원을 점령한 후 지금까지 시리아에 되돌려 주지 않고 있다. 또 2000년 레바논을 반환하기는 했지만 상수도 파이프라인을 통해 아직도 이 지역의 수자원을 쓰고 있다. 이스라엘 상수도 매설지도가 핵시설 다음으로 중요한 국가기밀이라고 알려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탄자니아, 부룬디, 르완다, 케냐, 우간다, 콩고,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수단, 이집트 등 중동 및 아프리카 10개국을 통과하는 나일강도 이미 수십년째 긴장 속에서 잠잠히 흐르고 있다. 상류에 있는 수단이 댐 건설 계획을 밝혔을 때 이집트는 폭격 위협으로 맞섰다.
이라크, 터키, 시리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티그리스ㆍ유프라테스강 유역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최상류국 터키의 유프라테스강 유역 개발로 시리아와 이라크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터키는 이미 1990년 아타튀르크 댐을 완공했고, 서너 개의 댐을 더 지을 예정으로 있어 하류 유역국의 반발이 뻔하다. 티그리스 강의 경우 많은 지류가 이란에서 시작해 이라크로 흘러 들어가고 있어 이란-이라크 간 충돌도 예상된다. 과거 기름전쟁이 미래 물전쟁으로 성격이 바뀔지 모른다.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물 부족도 심각하다. 중국 칭장(靑藏)고원이 발원지인 메콩강은 동남쪽 방향인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으로 흐르며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메콩강의 수위가 20여년 만에 최저치인 33㎝까지 낮아져 메콩강위원회(MRC)를 구성한 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가 상류에 11개 수력발전용 댐을 건설한 중국을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물은 전쟁의 불씨로 변하고 있다.
[호수의 탄생]
바다와 호수의 구분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염호를 바다, 담수호를 호수로 부르곤 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실제와는 다르다. 미국의 솔트레이크(Salt Lake)는 소금물이지만 호수로 부른다. 이스라엘에 갈릴리 바다가 있지만 이는 담수호일 뿐이다. 아랄해도 원래는 담수호였으나 바다로 부른다. 결국 염수와 담수를 감안하고 크기를 고려한 구분을 취한다.
호수는 다양한 원인으로 탄생한 것을 알 수 있다. 카스피해와 아랄해는 원래 지중해의 일부였으나 지각변화로 융기하여 바다와 분리돼 호수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물의 유입만 있고 유출이 없게 되었고 호수의 물은 증발에 의해서 감소한다. 오대호는 빙하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빙하호에 해당한다. 바이칼호, 탕가니카호, 빅토리아호, 사해 등은 지각의 갈라진 틈에서 물이 나와 지구대에 괴인 호수이다. 화구에 형성된 호수로서는 백록담, 천지 등이 있다.
지표면 담수량(빙하 제외)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다양한 인간 활동이 이뤄지는 호수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탄생하지만 또 사라지기도 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호수는 상류의 댐 건설, 관개수로 변경, 기후변화로 인한 다량 증발 등의 원인으로 호수가 작아진다든지, 일부는 사막화된다든지, 혹은 아예 없어지기도 한다.
순위 |
이름 |
위치 |
면적(km²) |
최대수심(m) |
1 |
카스피해 |
러시아ㆍ이란 등 |
371,000 |
1,025 |
2 |
슈피리어호 |
미국ㆍ캐나다 |
82,360 |
406 |
3 |
빅토리아호 |
우간다ㆍ탄자니아 등 |
69,480 |
82 |
4 |
아랄호 |
카자흐ㆍ우즈베키스탄 |
66,460 |
68 |
5 |
휴런호 |
미국ㆍ캐나다 |
59,570 |
229 |
6 |
미시간호 |
미국 |
58,020 |
281 |
7 |
탕가니카호 |
자이르ㆍ탄자니아 |
32,890 |
1,435 |
8 |
그레이트베어호 |
캐나다 |
31,790 |
82 |
9 |
바이칼호 |
러시아 |
31,500 |
1,620 |
10 |
니아사호 |
아프리카 동부 |
30,040 |
374 |
11 |
그레이트슬레이브호 |
캐나다 |
28,440 |
163 |
12 |
차드호 |
중앙아프리카 북부 |
25,760 |
7 |
13 |
이리호 |
미국ㆍ캐나다 |
25,670 |
64 |
14 |
위니펙호 |
캐나다 |
24,520 |
62 |
세계의 호수들(면적 크기순)
<계속>
그린닥 johnyks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