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질환 치료 가이드] 봄철 불청객 꽃가루와 강력한 황사 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그리고 갈수록 악화되는 환경오염에 의한 미세먼지 농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알레르기 질환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의학계 저명인사들을 지상 초빙, 봄철 빈발하는 알레르기성 질환을 중심으로 전반적 개요와 질환별 대처방안 등을 7회에 걸쳐 소개, 일선 의사들과 국민들에게 알레르기 질환의 진단과 치료, 예방법에 대해 도움을 주고자 소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자 註>
○ 글 싣는 순서 ○
▷ 알레르기질환 종류와 관리 (아주의대 내과 박해심)
▷ 알레르기성 비염 (서울의대 이비인후과 이재서)
▷ 아토피 피부염 (중앙의대 피부과 김명남)
▷ 기관지 천식 (순천향의대 내과 박춘식)
▷ 알레르기와 눈 질환 (연세의대 안과 서경률)
▷ 소아 알레르기 질환 (한양의대 소아과 이하백)
▷ 만성 기침 (가톨릭의대 내과 권순석)
- 박해심 교수 <아주의대 내과>
국내 알레르기 질환 유병률 20% 보고
화분·황사·집먼지 진드기 등 악화 인자
조기진단·치료로 통년성 진행 막아야
1819년 'Brostock'이 처음으로 알레르기비염을 기술할 때는 9년 동안 28명의 환자를 관찰하였으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선진국에서의 알레르기질환의 유병률은 약 30%에 이르며, 국내에서는 전 인구의 20%에서 각종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으로는 천식, 알레르기비염, 아토피피부염, 두드러기, 약물 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 등이 있는데, 이들 중 봄철에 특히 악화되거나 새로이 발생하는 천식, 알레르기비염 및 결막염, 아토피피부염 등을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원인 및 악화 인자
알레르기 질환의 발생에는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 중 최근 알레르기 질환 유병률의 급속한 증가는 환경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봄철에 알레르기 질환의 대표적인 악화의 요인은 꽃가루(화분)이다. 봄철에는 주로 수목화분이 알레르겐으로 작용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오리나무, 참나무, 자작나무, 개암나무, 소나무의 꽃가루들이다<그림 1>. 봄철에 비가 오지 않아 건조하고 바람이 부는 날이면 꽃가루의 양은 증가하여 천식, 비염, 결막염 및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유발하거나 기존의 질환들을 악화시킨다.
또한 산업화와 자동차의 증가로 인한 가스배출이 태양에너지와 광화학반응을 하여 오존을 비롯한 여러 오염물질이 생성되는데, 이러한 요인과 알레르기 질환의 유병률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있음이 알려져왔다. 한 예로 일본의 Ishizaki 등에 의하면 심각한 교통정체가 있는 곳의 거주민에서 그렇지 않은 군보다 삼나무 화분증의 경우 그 발생률이 더 높았다(13.2% & 5.1%).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도 천식의 유병률이 198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소견을 보이는데 이 시기와 일치하여 국내의 아파트와 자동차 수도 급격히 증가하였다.
이러한 대기 오염은 연중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특히 오존의 경우 동절기에 감소하였다가 봄을 기점으로 해서 5∼6월에 최고의 농도를 보이며, 일교차가 심한 봄철에 자동차 매연이 심한 도시에서 스모그 현상이 심하여 알레르기 질환의 발생 혹은 악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봄철에 천식 악화 요인으로 황사가 중요한 물질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부터 황사는 매년 봄철에 불어왔지만 최근의 중국의 공업화와 이로 인한 대기오염 물질이 황사와 함께 우리나라로 이동하여 피해를 준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 외에 봄철에는 일교차가 심하고 건조하여 감기에 걸리기 싶고 이러한 감기는 기존의 천식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노약자나 어린아이의 경우 폐렴으로 발전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알레르기비염은 일교차가 심한 봄철에 더욱 심해지는 것이 일반적인 비염과 차이이며, 봄철의 급격한 온도변화와 건조한 기후는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키거나 재발 시킬 수 있다.
그 외에 집먼지 진드기, 곰팡이, 애완 동물 털, 바퀴, 음식물, 그리고 작업장에서 노출되는 물질 등이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 물질이 될 수 있으며, 담배연기, 자극성 냄새, 운동, 약물(특히 아스피린 계통), 식품 첨가물, 스트레스 등이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 상
흔한 알레르기에 나타나는 증상은, 원인 알레르겐이 눈과 코점막, 기관지로 흡입되면서 주로 피부, 눈, 호흡기 증상이 생긴다. 피부는 대기가 건조해지면 아토피피부염이나 두드러기가 악화될 수 있고, 눈 알레르기 증상은 눈이 충혈되고 가렵거나 붓기도 하고, 이물감이 생긴다. 코 증상으로는 콧물, 재채기, 코막힘의 3대 증상 외에, 코끝, 입천장, 목안 혹은 귀속이 가려울 수 있다. 콧물은 주로 맑은 콧물이 아침에 심하며, 재채기가 수없이 반복된다. 또한 알레르겐으로 인한 코점막과 눈점막에 비특이적인 과민증이 생기면 냉기나 자극성 공기, 온도 변화에 동일한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환자들은 열감, 피로감, 전신통증과 같은 감기, 몸살 증상과 흡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건초열'이라 한다. 기관지 알레르기 증상으로는 마른 기침과 심한 경우 가래가 동반되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찰 수도 있으며, 진행되면 가슴에서 천명음(쌕쌕거리는 소리)이 나고, 이러한 증상들은 야간에 심해진다. 그 외에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 중에 과일이나 채소를 먹을 때 입천장이 가렵고 입안이 붓거나 이물감이 생기기도 하고(구강 알레르기 증상), 배가 아프거나 설사 또는 구토가 나기도 하며, 숨이 답답하거나 혈압이 감소하기도 한다. 이는 꽃가루 항원과 음식물 항원간 교차반응 때문에 나타난다.
▲진 단
알레르기 질환은 대부분 특징적인 증상을 호소하기 때문에 환자의 병력을 자세히 청취하면 문진에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콧물이나 마른 기침만을 호소해서 단순한 감기로 여겨 진단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기침이 3주 이상 계속되거나, 콧물이 특별한 원인 없이 반복적으로 흐른다면 알레르기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세한 문진과 검사가 필요하겠다. 원인 물질을 찾기 위한 검사로는 대표적으로 알레르겐에 대한 피부반응검사와 혈청검사를 통한 특이 항체를 측정하는 CAP system이 있다.
▲치료 및 예방
치료에는 원인 물질이나 유발 요인을 제거하거나 회피하는 회피요법, 약물요법 그리고 면역요법이 있다.
꽃가루가 심하게 날리거나 황사 및 오존 주의보가 있는 날은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외출을 하더라도 안경을 쓰거나 마스크를 하며, 집에 돌아왔을 때는 옷과 신발을 털어 주는 습관을 기르고 손과 얼굴, 눈을 물로 깨끗이 씻어준다. 약물 치료로는 경구용 약제뿐 아니라 최근 코, 기관지, 눈 점막에 직접 투여하는 국소요법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는 효과적이며 부작용도 적다. 알레르겐 면역요법은 원인 꽃가루에 노출이 되더라도 증상이 경감되거나 소실되게 하는 것으로 원인 물질이 확실한 경우는 효과가 좋으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대부분 3∼5년 이상의 면역요법이 필요하다.) 방법은 초기치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주사하고, 그 후 유지치료는 매달 1회, 총 약 3∼5년 이상이 소요된다. 계절성 알레르기 질환의 예방으로 꽃가루가 날리기 2주전부터 눈, 코, 혹은 기관지 점막에 국소스테로이드 제제를 뿌리면 노출이 되더라도 증상이 거의 없거나 소실되는 경우가 많다. 아토피피부염의 치료 및 재발 방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욕 습관과 보습제의 사용이다. 간혹 아토피피부염은 목욕을 적게 해야 한다는 그릇된 상식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목욕은 하루에 한번 정도 해서 피부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다만 목욕 후 수분이 증발되지 않도록 보습제를 충분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제에 있어서는 국소 스테로이드는 부작용 때문에 가능한 낮은 농도의 연고를 사용해야 하며, 국소 면역조절제인 tacrolimus나 pimecrolimus의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알레르기성 질환은 치료를 게을리하면 점차 악화될 수 있다.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에만 증상이 있다가 차츰 일반적인 원인물질에 의해서도 증상이 나타나서 계절과 상관없는 통년성 알레르기 질환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그림 1> 봄철 알레르기 질환의 주요 원인 화분
△개암나무 화분 △참나무 화분 △오리나무 화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