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금년의 성탄절 축하음악회는 벧엘 찬양대 순서라 예루살렘 찬양대는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우리도 축하음악회를 하게 되었고 날짜는 24일로 결정되었다. 나는 우리도 성탄축하음악회를 한다는 대장 집사님의 광고를 듣고 내심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예루살렘 찬양대는 저력이 있는 찬양대가 아닌가! 우리는 한다고만 하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기에 괜한 걱정은 접어두고 찬양 연습에 몰두하기로 했다.
날짜가 결정되고부터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지휘자는 요즘 교회음악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영국의 작곡가 John Rutter의 곡을 중심으로 악보도 만들고 총무는 주중연습 날짜도 광고해 열심히 연습에 임했다.
원래 지휘자의 의도는 캐롤을 원어(영어)로 부르는 거였는데 세월이 흘러 자의반 타의반으로 영어를 손에서 놓은 지 꽤 되는 대원들이 혀가 꼬여 당황할 것을 염려한 서영환 집사님은 밤을 새어가며 번역 작업을 끝낸 덕분에 모든 대원들은 편하게 연습할 수 있었다.
교회설립 이래 가장 맛있었다는 떡국으로 배를 채운 대원들은 복장을 통일했는데, 복장은 남자대원들의 경우, 검정색 양복에 검정 벨벳 나비 넥타이와 자주색 행커칩이었고, 여자대원들은 검정 드레스에 자주색 허리띠였다.
시간에 쫓겨 본당에 올라간 우리는 제대로 연습할 시간도 없이 성탄절 전야 예배에 참석하였다. 성탄 축하음악회의 시작은 우리 교회의 자랑인 핸드벨 연주였다. 이건 여담이지만, 20여 년 전에 우연히 강남의 C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는데 그때 담임목사님이 “예배 후에 핸드벨 연주가 있겠습니다”라고 광고해야 할 걸 “예배 후에 핸드볼 연주가 있겠습니다”라고 광고하여 연주자들은 물론이고 교인들도 어리둥절한 일이 있었다. ㅋㅋㅋ
핸드벨 연주 후의 여명학교 학생들의 연주는 새로운 분위기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남한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새터민들의 자녀들이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아가면서도 이렇게 밝은 얼굴로 인사하고 연주하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한참 연주 도중에 교인들의 박수를 침으로써 좀 어색하게 연주가 끝났다. 교인들은 학생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박수를 보냈는데 여명학교 학생들은 교인들이 노래가 끝난 것으로 알고 박수 친 것으로 받아들여 그만 어중간하게 연주를 그만 두었다는 후문이 있다.
이어서 예루살렘 찬양대가 캐롤 네 곡을 불렀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당나귀 캐롤’이 입에서 뱅뱅 돈다.^^) 캐롤 후에는 성도교회의 자랑인 Trio 연주와 지휘자의 찬양 그리고 지휘자의 솔로가 이어졌다. 다들 알다시피 지휘자의 연주는 단연 압권이었다. 앞에서 보니 교인들은 어디서 저런 멋있는 소리가 나오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대원들은 물론이고 교인들도 숨을 죽이며 찬양을 들었다.
참! 나는 벧엘 찬양대의 신웅섭 집사님은 당구만 잘 하는 줄 알았다. 사실 신 집사님은 박영선 목사님 이후로 현재 우리 교회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당구의 달인’이다. 조만간 SBS의 ‘생활의 달인’에서 촬영 협조문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ㅎㅎㅎ
세간에는 신 집사님이 당구에 있어서는 ‘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말하는데 이번 성탄음악회에서 손으로는 기타를 치면서 입으로는 컨트리풍의 하모니커를 연주하는 걸 보고는 참 다재다능한 집사님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예루살렘 찬양대의 마지막 세 곡의 캐롤이 이어졌는데 한 마디로 이번 연주는 대성공이었다. 사실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이번 연주는 날짜도 촉박했을 뿐만 아니라 연습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대원들은 한 곡 한 곡 집중하여 지휘자의 손끝의 움직임과 얼굴 표정에 따라 곡을 만들어 나갔다. 처음에는 틀릴까봐 조바심이 났지만,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저절로 감사의 기도가 나왔다.
이번 연주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곡은 맨 마지막에 ‘Merry Christmas’를 외치는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였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우리의 돌출행동(?)에 교인들마저 함께 기뻐하며 즐거워하였다. 앵콜을 준비하지 못한 게 좀 아쉽지만, 돌아보면 사실 24일 연주는 오직 ‘하나님의 은혜’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연주회를 무사히 마치고 총회로 식당에 모인 대원들은 일 년 동안 헌신적으로 수고한 분들의 수고에 감사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나는 총회가 굉장히 불편한 시간이었다. 왜냐하면, 저녁 식사로 떡국을 먹을 때 학교로부터 2학기 학생들의 성적이 미입력되었으니 자정까지 입력하라는 문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찬양 연습에 몰두하다보니 그만 성적을 입력하는 것도 다 잊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총회를 마치자마자 카레이서처럼 자유로를 달려 집에 도착하였다. 그리고는 옷 벗을 새도 없이 즉시 컴퓨터를 켜고 성적을 입력해 자정 3분 전에 모든 입력을 다 마쳤다. 휴~ 이것도 하나님께 감사할 일이다.
하여간, 올해를 돌이켜 보면 하나님께 감사할 일 뿐이다. 다시 고백하건대, 모든 게 다 하나님의 은혜였다.
(금년에 수고한 분들과 내년에 수고할 분들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