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오전 8시. 자연팀의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었다.
구름이 많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일기예보는 일기예보일 뿐,
강원도의 맑은 하늘과 눈부신 아침 햇살이 앞으로의 일정에 청신호를 알리는 듯 했다.
6일간의 여정에 첫 발을 내딛는 만큼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태백으로 향했다.
태백역에 도착! 무거운 배낭에 괴로워하는 이동수 열기.
어깨를 단단하게 단련시켜줄 거대한 배낭,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낼 카메라, 노트북, 우산 등.
앞으로 우리와 함께할 준비물이다.
강원도 태백에는 구문소, 검룡소, 용연동굴, 황지연못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특히 매봉산 정상에 위치한 ‘바람의 언덕’은 뛰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으로 손꼽힌다.
자연팀의 첫 결과물을 화려하게 장식할 바람의 언덕으로 가기 위해 태백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했다.
태백역에서 2분 거리에 위치한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불안한 기운이 엄습했다.
정수리를 내리쬐던 따스함이 사라져 하늘을 쳐다보았더니, 갑자기 생겨난 먹구름사이로
숨바꼭질을 하듯 태양이 고개를 내밀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툭’
버스에 오르기 전 차가운 액체 한 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설마 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희망을 버릴 수 없었던 이유는 조금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금방 그칠 듯 했고 먼 산을 바라보니 날씨가 맑았기 때문이다.
결국 밀고 당기기를 하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기로 결정하고 버스에 올랐다.
시골 마을버스 느낌이 물씬 나는 판문행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달렸을까.
‘바람의 언덕이요!’ 버스를 멈춘 버스 기사 아저씨가 큰소리로 외쳤다.
정류장 안내 방송이 없던 조용한 버스에서 기사 아저씨의 외침에 승객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의 언덕이 명소로 잘 알려진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매봉산풍력발전단지(바람의 언덕) 팻말이 보였다.
이미 한차례 빗방울이 떨어진 듯 아스팔트는 젖어 있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바람의 언덕까지는 3.6km를 걸어야 했다. 건강히 군 생활을 마친 우리에게
처음에 별 것 아니라고 느껴졌지만 매봉산의 경사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다보니 저 멀리 풍차가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풍차에 점점 가까워지자 생각보다 거대한 풍차의 크기에 감탄했다.
멀리서는 듣지 못했던 풍차 돌아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으며,
더욱 가까이 다가가자 우뚝 솟은 풍차의 위용에 압도 당했다.
해발고도 1,222m에 이르는 매봉산 정상에 다다르자 고령의 이동수 열기는 다리가 풀려 제대로 걷지 못했다.
계속된 경사로 다리가 약간 저려왔지만 바람의 언덕의 경치는 저린 다리를 치유해주었다.
구름에 끼어 잘 보이지 않던 여러 개의 풍차는 마치 케이크에 초를 꽂아놓은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답게 시원한 바람은 땀을 식혀주었다.
한여름 피서로 바닷가, 계곡을 가는 것도 좋지만 한적한 바람의 언덕에서 시원함을 만끽하는 것도 좋을 듯 했다.
푸르른 잎사귀가 인상적이었던, 흐트러짐 없이 일렬로 정렬된 고랭지 배추밭은
바람의 언덕의 경관에 시원함을 더했다.
토속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푸르른 배추밭과 이국적인 새하얀 풍차가 돌아가는 모습이
바람의 언덕에서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날씨 때문에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오히려 구름이 낀 모습은 마치 판타지 영화에 나올 법한
신비로움을 연출했다.
광각렌즈가 없어 바람의 언덕의 광활한 장관을 카메라에 담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두 사진을 합친 뒤 포토샵을 이용해 파노라마 사진을 연출해 보았다.
땀 흘리며 어렵사리 올라갔던 매봉산 바람의 언덕.
숨을 탁 트이게 하는 경관을 보며 시원한 바람을 쐬고나니 발걸음이 한껏 가벼워졌다.
날씨 문제로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던 태백에서의 첫 여정이 마무리 되었다.
[태백 바람의 언덕 Tip]
교통 - 태백역에서 2분 정도 걸어나온 후 버스터미널에서 매봉산행 탑승
삼수령목장에서 하차, 바람의 언덕까지 도보 약 1시간
매봉산행 버스는 1일 8회 운행(10분 소요)
바람의 언덕 입장 요금은 없다.
산간 지역이라 밤 길은 어둡기 때문에 낮 시간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