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중 동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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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호는 석동(石童)으로 1911년 5월 25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양정 고보를 거쳐 1941년에는 일본 조치대학을 졸업하고, 13세 때인 1924년에는 어린이 잡지 《신소년》에 동요 「봄」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1932년에는 첫 동시집 |
윤석중은 13세 때 동요 「봄」을 발표하면서 아동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생을 마치기 전까지 1200여 편의 동시, 동요를 발표하였고, 그 중 800여 편이 동요로 만들어졌다.
3·1문화상(1961), 문화훈장 국민상(1966), 외솔상(1973), 막사이사이상(1978), 대한민국문학상(1982), 세종문화상(1983), 대한민국예술원상(1989), 인촌상(1992)을 받았고 2003년에는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어 꾸준히 문학적 업적을 인정받았다.
달 따러 가자 : 윤석중 동시집
이 책은「퐁당퐁당」,「기찻길 옆」,「우산」,「맴맴」 등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동요와 우리말의 리듬감과 아름다운 말의 멋을 잘 표현한 동시를 중심으로 총 56편을 골려 엮었다. 일제 강점기의 힘든 상황 속에서도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와 상상력을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했던 윤석중은 아이들에게 더욱더 소중한 친구로 다가서는 동시를 지었다. 또 1900년대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아온 모습, 생활 관습과 풍속이 싱싱하게 담겨 있어 오히려 오늘을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신선함을 준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은 시대를 담고 있지만 시류를 타고 있지 않아 삶의 본질, 시대를 뛰어 넘은 동심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쉬운 말로 씌어 곱씹어 읽을수록 흥이 나고 가슴이 따뜻한 시들이 윤석중의 시이다. 또 이 시들은 흥과 아름다움을 넘어서 생각하는 힘과 상상력, 어려운 낱말도 쉽게 익히는 학습력, 삶에 대한 지혜까지 녹아들어 있다.
맑고 따뜻한 그림으로 보는 동시
딸아이와 함께 늘 대화하며 그림책 작업을 하는 민정영 씨의 맑고 가벼우면서 귀여운 그림이 시와 잘 어우러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묻어 나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식물들이 등장한다. 또 엄마와 아빠, 친구들 간에 일어나는 일들을 그림으로 잔잔하게 잘 풀어 더욱 정겹다. 연필 선이 비치는 맑은 수채화는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안정감 있고 밝은 색으로 채색되어 시처럼 따뜻한 느낌을 준다.
달따러 가자/ 윤석중
얘들아! 나오너라 달따러가자.
장대들고 망태매고 뒷동산으로
뒷동산 올라가 무등을 타고
장대로 달을 따서 망태에 담자.
저 건너 순이네는 불을 못켜서
밤이면은 바느질도 못한다더라
얘들아 나오너라 달을 따다가
순이 엄마 방에다 달아드리자
먼길
아기가 잠드는 걸
보고 가려고
아빠는 머리맡에
앉아 계시고,
아빠가 가시는 걸
보고 자려고
아기는 말똥말똥
잠을 안 자고
흙 손
흙 묻힌 손
뒤에 감추고 오다가
영감님을 만났네.
"어른 앞에 뒷짐을 지다니,
허, 그놈 버릇 없군."
흙 묻힌 손
뒤에 감추고 오다가
뒷집 애를 만났네.
"얘
먹을 거냐? 나 좀 다우."
흙 묻힌 손
뒤에 감추고 오다가
삽살이를 만났네.
"뒤에 든 게 돌멩이지?
달아나자 달아나."
환합니다
방안이 방안이 환합니다.
하얗게 도배를 했어요.
마당이 마당이 환합니다.
활짝 꽃들이 폈어요.
울 아기 얼굴이 환합니다.
두 번이나 세수를 했어요.
<엄마 손 · 1960년>
한 개 두 개 세 개
한 개, 한 개, 머이 한 개.
할아버지 쌈지 속에 부싯돌이 한 개.
두 개, 두 개, 머이 두 개.
갓난 아기 웃을 때 앞니빨이 두 개.
세 개, 세 개, 머이 세 개.
아빠 화내실 때 주름살이 세 개.
<잃어버린 댕기 · 1933년>
연못 속
연못 속으로
사람이 거꾸로 걸어간다.
소가 거꾸로 따라간다.
나무가 거꾸로 쳐다본다.
연못 속에는
새들이 고기처럼
헤엄쳐 다닌다.
구름이 방석처럼 깔려 있다.
해님이 모닥불처럼 피어 오른다.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
얼마만큼 자랐나
밤 새에 꽃나무가
얼마만큼 자랐나,
아기가 아장아장
꽃밭으로 가보네.
밤 새에 병아리가
얼마만큼 자랐나,
아기가 갸웃갸웃
닭의 어리 엿보네.
밤 새에 우리 아기
얼마만큼 자랐나,
해님이 우리 마당
밝게 비춰 보시네.
<어린이를 위한 윤석중 시집 · 196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