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KBS 2TV ‘TV는 사랑을 싣고’. |
|
|
“세상에 언니, 너무 반가워.” “어머 이렇게 됐구나.” “언니 덕분에 이렇게 건강해져서 감사해요. 제가 먼저 찾아야 되는 건데….”
지난 11일 낮에 방송된, KBS 2TV ‘TV는 사랑을 싣고’. 탤런트 신신애가 연예계 데뷔 전, 간호사로 일하며 극진히 보살폈던 환자 이은옥씨를 스튜디오에서 다시 만났다. 두 사람 눈에는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번쩍거리는 분홍색 옷차림으로 “이제는 정신차려라, 사랑에 속지 마, 세상에 속지 마…”라고 노래하며 막춤을 추던 신신애의 20여분 전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교통사고로 입원했던 은옥씨는 불확실한 병명에, 5~6시간씩 심한 발작을 일으켰던 장기입원 환자였다. 신신애는 “진통·진정제가 듣지 않아 괴로워하던 그녀를 붙잡고 몇 시간씩 기도를 하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제작진은 병원에 머물렀을 당시 은옥씨 나이가 16~17세쯤이었고, 수원시 조원동에 살았다는 정도의 허술한 정보만으로 ‘사람찾기’에 성공, 작은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
|
|
▲ MBC '꼭 한번 만나고 싶다' |
|
|
지난 93년 첫발을 뗀 ‘TV는 사랑을 싣고’가 18일 500회를 맞는다. 유명 인사의 ‘추억 속 인물’을 찾아 ‘상봉(相逢)’의 순간을 ‘중계’해주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 12년간 기본 포맷에 변다른 변화가 없었다. 보는 이들은 식상할 법도 하건만 시청률은 꾸준히 10% 안팎. ‘의뢰인’이 일반인인 MBC TV ‘꼭 한번 만나고 싶다’, KBS 1TV ‘아침마당―그 사람이 보고싶다’도 비슷한 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허구(虛構)가 전해주는 감동에 익숙한 사람들은 수십년 간 떨어져 살던 친구·가족들이 부여안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 쉽게 채널을 돌리지 못한다. 연출·각색을 기본으로 하는 TV가 꾸밈없는, 날것 그대로의 감동을 주기 위해 이만한 소재를 찾기란 쉽지 않다. 1983년, 453시간 45분 동안 전파를 타며 남한 땅을 눈물로 적셨던 ‘이산가족찾기운동’은, 앞으로 내닫기만 하는 세상이 야속한, 추억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과 함께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9일, ‘꼭 한번 만나고 싶다’. 평생 두 차례밖에 만나지 못한 오빠를 찾아나선 정준경씨는 시종 흐르는 눈물에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가출로 한 살 때 고아원으로 보내진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오빠의 존재를 알게 된다. 하지만 오빠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 “오빠가 큰 집에서 호강하는 동안, 난 항상 이렇게 살아왔어. 내 인생에 오빠 같은 건 없어”라고 말한 뒤, 연락이 끊겨 미안함·원망이 뒤섞인 심경으로 살아왔다고 했다.
‘만남의 문’을 통해 오빠 정준한씨가 나타났다. “미안하다” “내가 미안하지 오빠한테…. 너무 심하게 해서 안 나올 줄 알았어요” “어릴 때부터 오빠 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대화는 듬성듬성 이어졌지만 눈물과 포옹만으로도 두 사람의 감정은 이해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작진에 따르면 이런 식의 감격적 만남이 이뤄질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이들은 매주 10~20여건의 일반인 의뢰 내용을 갖고 ‘추적’에 들어가지만, 상대방이 출연을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특히 이혼으로 인해, 아버지 쪽에서 자랐던 자식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머니를 찾아달라고 부탁하곤 하지만, 재혼한 어머니가 만남을 거부하는 비율이 80% 안팎에 이른다고 했다. 하지만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한 어머니가 브라운관 뒤편에서 조용히 자식들을 만나는, 흐뭇하지만 안타까운 풍경도 종종 연출된다.
이 프로그램의 작가 이정은씨는 “처음 시작할 때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더 간절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자식들이 어려서 헤어진 부모를 찾아달라는 의뢰가 전체의 50%에 이를 정도로 많다”며 “일단,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가족들은 꾸준히 인연을 이어가고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TV는 사랑을 싣고’의 안희구 프로듀서는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두 가지 추억을 다 갖고 있지만 막연한 기대와 희망만을 품은 채, 그저 묻어두고 살아가는 것 같다”며 “세상살이가 각박해질수록, TV의 ‘사람찾기’ 포맷이 이런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첫댓글 좋은 프로지요.. 저도 즐겨 본답니다. 고맙습니다 은물결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