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8일,29일 이틀간 경북 봉화 일대로 떠난 첫소풍^^
설레임이 많았던 여행.역시 나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시간이었다. 6명에서 4명으로 인원이 축소되긴 했지만, 참여자 모두 어찌나 자리매김을 정확히, 적절히 하는지 그 신묘함에 감탄할 정도였다.
마냥 고고고!를 외치며 시간과 기회의 살을 바르고 뼈를 추리며 뽕을 뽑는 명숙님,
자자,이제 ~~합시다, 우와,멋지다,행복하다 를 연발해 분위기정리 및 흥 담당한 윤희님,
언니, 이건 이렇게 해야 하잖아요, 저건 ~~하니 비정상이예요 라며 우리 소수파(?)에게 도전적 질문을 던지던 진이님
그리고 총무와 운전을 하며 이렇게 분석 정리하는 나, 소영.
여성학 공부 멤버인 김란주님이 봉화 권진사댁 숙박권을 기증하며 시작된 이번 여행은 나 자신에겐 새로운 시도였다. 사적으로 만나본 적이 없는 타인들과 1박을 함께하며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것. 그리고 나와 멤버들이 돌발상황을 포함, 여러 상황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선택하는지가 무척 흥미로울것같았다.
28일 오전 : 울산출발, 의성 휴게소에서 더치커피를 한 잔씩 드링킹하고,영주 도착. 이어서 국도를 달려 봉화 분천역 도착. (산간오지에 위치한 분천역이 '백두대간 협곡열차'란 이름으로 새로운 갈곳으로 떠올랐는지 출발전엔 그 지역만의 노선인 V Train기차표는 예약이 안되었다. 그래서 서울서 연계되어 내려오는 O Train을 예약해두었더랬다.) 출발전 사정으로 늦게 출발, 탑승시간이 촉박하여 분천역관광은 뒤로한채 일단 기차를 타고 종점인 --->철암역으로 출발. O Train 기차는 창문이 넓직~하고 마주보는 좌석, 창문을 향하는 좌석, 둥근 칸막이가 둘러진 좌석 등 앉는 좌석모양이 다양했다. 우리가 앉은 테이블은 폴딩으로 넓이조절이 가능했다. 팔걸이에도 선반이 들어있었다. 종아리 쪽에는 220 V 콘센트가 똻 !!
건너편에 서있는 빨간색 V Train은 몸체가 투명하여 밖이 더 많이 내다보일 디자인이었다. 여름엔 햇볕으로인해 덥다는 ^^:
기차안에서 삼각김밥을 먹으며 내다본 협곡은 바위와 물이 보였고, 교통수단을 떠올려보면 무척 힘들겠다는 짐작, 따라서 이 지역 주민들은 바깥과 어떻게 소통했을까 궁금했다. 분천->양원->승부->철암 으로 이어지는 노선으로 탄광촌이었던 철암에 내렸다. 그 지역 문화해설사가 안내해준 철암 역사박물관(지금은 문을 닫은 그 지역 가게들을 박물관으로 활용)으로 걸어가서 탄광촌에 인구가 많았던 예전 생활상을 재현한 여러 자료들을 관람하고, 신산했을 그들의 삶을 떠올려보고, 다시 분천역으로 되돌아왔다.(관광열차는 표가 없어서 돌아올때는 예약해둔 무궁화호 탑승) 분천역 그 자체는 정감어린 풍경이었다. 그 주변은 '산타 마을'이라는 컨셉으로 꾸며져있었다. 좋더냐고? 음.....먼산.
분천역을 출발, 영주 부석사로 이동했다. 황혼무렵의 부석사를 마음속에서 그리워하는 나는 밝은 낮, 뜨거운 열기라는 기대와 다른 풍경에 약간 실망했으나,등과 배로 흐르는 땀을 느끼며 측면으로 난 야트막한 돌담길을 따라 부석에 도달, 이어서 대웅전으로 갔다. 불상이 정면이 아닌 왼쪽에 위치한 이유는 서방정토 추구라는 뜻이라는 무려 '사학과'출신의 김윤희님의 해설을 듣고, 경내를 돌아봤다. 층층이 지어진 누 마루들을 지날때마다 뒤돌아서면 보이는 절집의 모습이 다르다는 (역시 무려 '사학과'출신의 ㅎㅎㅎ) 김윤희님의 설명에따라 가끔 뒤돌아보며 주차장으로내려왔다.
숙박지인 권진사댁에 도착. 곱게 연세드신 주인장 노부부에게 인사하고 바로 허기진 속을 채우러 인근 추천식당인 동궁회관으로 이동, 평소의 3배속으로 식사. 엄나무돌솥비빔밥을 먹었다. 꿀맛. 이어서 가게문들이 (시간이 늦어서)많이 닫힌 현대화된 봉화시장을 돌아보고 숙소로 귀환. ㅁ자 구조의 옛 대가댁을 둘러보고, 씻고, 내어주신 차를 한 잔하고,여성학 공부를 하고, 이어지는 토론과 와인 타임.
29일 날이 밝자 10분 명상을 하고, 차려주신 아침상을 맛나게 감사히 싹 비우고, 버춰 카드로 그날의 덕목-감사,협동,청결,존중-을 초간단 이야기하고, 짐챙겨 닭실마을로 이동. 금탉이 알을 품는 지형(금계포란)이라는 안동 권씨 집성촌을 방문, 박물관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지금은 관광객에게 훼손ㅠㅠ되어 마루 보수공사중인 바로 옆 청암정을 곁에서 관람했다.
그리고 계곡으로 이동, 소나무 숲길을 산책해 계곡으로 들어가니 마치 신선의 집 같은 정자 누각이 나타났다. 하지만 사유지인듯 문이 잠겨 개울 건너에서 볼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천둥소리가 여러번 들려서 다시 차로 걸어오는 도중 소나기가 세차게 내렸다. 비가 그치고 다시 부석사 인근 마애석조여래불상(생각나는대로 적었음, 정확치않음)을 보고, 도산서원으로 이동,인근 경치에 감탄! 선생의 삶과 학문의 흔적을 잠시 관람. 하행길에서 식사를 하려는 중 안동시내를 통과하게 되었다. 구시장에서 찜닭을 먹으려 했으나 주차를 못해 돌다가 통과.
권정생 선생의 생가를 방문했다. 집이라 하기에 너무나 단촐하고 허술한 모습에 가슴이 찡 했다. 그리고 그 환경에서 쓰신 소박하고 울림이 있는 글을 생각하니 선생의 인생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울산으로 와서 김란주님을 만나 식사를 하고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가벼운 걸음으로 귀가.같이 가볼곳이 벌써 여러곳 물망에 올랐다. 경북 북부 지방은 가을에 강원도에 못지않을 어쩌면 더 신비로운 비경을 자랑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게 했다.
함께 동행해서 시간을 공유한 일행들에게 감사한다. 달콤한 노곤함이 있는 행복한 1박2일 이었다.
첫댓글 짱님의 재능기부, 우리모임의 밑거름이되고 있어요.
감사해요^^
정상,비정상을 유난히 가르던 진이가 생각나서 토요신문 책소개에서 골라낸 책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