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지도 그렇다고 춥지도 않은 화창한 휴일 오후.
밖을 내려다 본다.
한결 푸르른 앞바다에는 하얀 요트가 평온하게 물위를 흘러가고 그제 끝난 '세계여자요트선수권대회'가 열렸던 동백섬 선착장에는 한동안 자리를 잃었던 낚시꾼들이 길게 대열지어 자리잡고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따사로움을 즐기고 있다.
허리에 느껴지는 통증을 참아가며 운동을 한 탓일까?
어제의 정기모임 라운딩은 나를 깊은 잠으로 끌어 당겼고 간밤에는 엄청 잘잤다. 한숨 몰아쉬면 한꺼번에 대여섯시간씩 지나가
버렸으니 말이다.
이젠 義務感마저 느끼는 정기라운딩 後記를 컴퓨터의 자판으로 한자 한자 심어가면서도 연신 졸립다.
그윽한 헤이즐넛 커피향마저 졸음을 더해준다.
컴퓨터가 없던 19세기의 어느 주말 오후라면 글쓰기가 싫어져서 그냥 퍼질러 잤을텐데 이놈의 컴은 참 편리하게도 멍하니
자음과 모음을 잘 섞어 누르면 그냥 글이 되니 참 편리하다. 반쯤은 눈감고도 손가락 관절만 잘 움직여주면 된다.
이것 저것 어제의 장면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는 라운딩하면서 석운을 심한 해져드 트라우마에 빠지게 했던 죤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 를 조용히 다시
불러본다. 흐흐흐. 또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재미있다. 경기도우미 (캐디)도 턱이빠져라 웃어댔으니...
조금 긴 파3홀에서 - 170미터쯤 되나 부다 – 석운의 드라이버 빈 스윙이 ( 속칭 가라스윙이라고한다만 이젠 다들 '빈스윙'이라고
호칭하자 ) 공기가르며 내는 소리외는 바람도 없고 그린앞의 연못도 잠잠한데….
내옆에 서있던 안석의 브라운 오리지날 가죽색 골프화를 보고 이전에 외국영화에서 본 한 시골뜨기가 생각나 조용히, 아주
나즈막하게 이 노래를 불렀던 건데 ( 내 목소리는 조금 큰 편이지만 이 수준이하로는 거의 조정이 안될 만큼 작게 불렀다.
데시벨로는 40-50수준일 것 같은데... All most heaven, west Virginia ~~ ) 넉넉잡아 7-8미터 떨어진 티샷셋업중이던 석운이
귓가에 맴돌았던 모양이다.
방향을 잘못잡은 석운의 타구는 通度淵 용왕님의 間食床으로 올려지고. 석운의 원망어린 불만이 퍼질러진다.
평생 공치면서 노래로 태클은 처음 받아 받는다나. 그래. 내가 핑계거리를 만들어 줬쟎아...
이후에도 석운은 긴 파3홀에서도 트라우마를 극복치 못했다.
그리고 나는 영어노래 (석운이의 표현인데 팝송보다는 상당히 토속적이다) 보다는 우리노래를 해달라는 석운의 주문에 10월초에
열린 함양 ‘지리산 천왕제’의 산신제에서 여러번 듣던 창부타령으로 바꿨다.
‘아~니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말이 나왔으니 석운이는 참 멋있고 솔직하다.
왠간한 거리는 혼마 드라이버를 꺼내들고 예의 풍차돌리기 타법을 구사하지만 한조가 되어 같이 라운딩하는 친구의 입장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열심히 대응하는 모습이 참 좋다. 가끔 한번씩 미네랄이 가득한 콩된장 배급도 주고 맛집도 추천해주고..
요즘은 드라이버 비거리도 제법 늘었다. 200야드를 훌쩍 넘게 내지른다.
예전에는 숏 어프로치와 퍼팅이 일품이었는데 이번엔 나랑 버금가게 Topping을 많이 해서 만족할 만한 스코어가 안 나왔다.
이날 나는 꿋꿋한 허리덕택에 30-40미터 숏 어프로치에서 찍어치다 光速으로 그린을 지나 시야를 벗어나 OB로 연결되는 3번의
Topping 으로, 석운이는 유사하게 2-3번의 Topping이 있었다.
이날 나의 OB는 5개인데 나머지2개는 우측 도그레그홀에서 드라이버로 페이드샷을 구사하다가 산신령한테 공을 押收당했고 ( 나는 원래 드로우성 구질인데 무리하게 페이드를 저질렀다 ) 또 하나는 제일 긴 파5홀에서 3우드로 길게 갈긴게 힘이 들어가 발란스가
무너지면서 역시 산신령에게 새공을 獻納했다
10월의 셋째 금요일.
예정대로 12명의 동기들이 모여 통도CC에서 정기 모임을 가지는 날이다.
해운대에서는 약 50분 거리이니 그리 멀지도 않다.
이번달부터 서클 등록을 해놔서 이젠 죽으나 사나 일년간은 통도에 들락거려야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 나이들에 ( 다들 환갑을 넘었지만 마음만 청춘이다 ) 기를 쓰고 朝鮮八道 골프장 찿아다니면서 산천즐기고
맛집 찿고하는게 쉬운일 만은 아닐진데, 어김없이 셋째 금요일이 되면 출근하듯 통도로 간다는 게 또 뭔가에 줄에 메인듯해서
좀 그렇다.
시간을 보니 좀 여유가 있다. 티엎까지는 한시간여… 조심스럽게 속도를 낮추어 통도IC를 빠져나와 통도사로 향한다. 통도사
일주문까지라도 차로가서 목례라도 하고 갈 참이다.
통도사. 오래전 조계종 종정과 통도사 방장스님이시던 月下스님을 謁見하고 큰 스님이 入寂하신 후로는 조금은 뜸하게 방문했던
이곳 . 대한민국의 5대 적멸보궁중 내가 쉽게 쉽게 마음먹으면 갈 수 있는곳인데 이젠 적어도 한달에 한번이라도 이곳에 와서
조용히 마음을 다스리고 精進할 수 있게 되었다.
12명의 마음만은 청춘의 친구들이 채 모이기도 전에 카메라 셧터를 눌렀다. 9명.
이들은 제대로 시간을 지켜왔다. 티옾 ( Tee-off ) 타임 10분전. 최소한의 시간이다. 매너백점.
아주 반가운 모양이다. 얼마나 반가운지 재국은 바로 옆의 상열과 서로 뽈때기라도 물어뜯을 기세다.

이후 늦게 도착한 3명을 위해 전원이 다시 자리고쳐 찰칵. 모두 밝은 얼굴이다. 홍조를 띈 안석. 시골精氣를 듬뿍받은 종찬.
주먹대신 마치 시건방 말춤이라도 출 듯한 형복. 제일 키큰 병록. 그리고 또 그리고…

모자를 뒤집어 쓰고 찍으니 나이티는 상당히 숨겨지는데 다음번엔 벗고 찍자! 우리 모임은 생각보다는 스님들이 많다.
다들 머리하나가지고 몇십년을 벌어 먹고 살아 왔으니 머리숱이 제대로 남아들 있겠냐마는…
예외도 있어 안석과 한 그리고 종경을 제외하면 다들 修行者부터 큰 스님까지 계층별로 다양하다.
하여튼 다음번에 모자벗고 한번 찍자고……
첫조부터 첫홀티샷에 들어간다.
북코스 10번홀 (인코스 첫홀). 그동안 많은 라운딩을 해온 통도CC 이지만 첫홀의 우측 경사면이 마치 競輪場의 벨로드롬 (Velodrom) 같다. 채 풀리지도 않은 몸뚱이들을 위해 우측으로 밀리는 타구가 이 경사면을 타고는 한참이나 앞으로 진행하다가 운동에너지가
다할 쯤이면 경사면을 타고 내려온다.
첫조의 재국이가 그랬고 둘째조인 우리조 지한이도 그랬던 것같다.
골프장설계자의 엄청난 배려가 아닐 수 없다.

한타 한타 정성들여 집중해서 라운딩을 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정말 아릅답다.
아니 아름답다보다는 존경스럽기까지하다. 이토록 인생을 열심히 살아왔고 또 마지막 순간까지도 한점 한점 노력을 다하는
이들이 또 있을까?
아이언으로 풀숲을 헤칠 때 나는 풀내음.
카트에서 내려 페어웨이 잔디를 걸어도 보고 뛰어도 보고 모래방카에 들어가 모래먼지도 만들어보고.
짧게 깍인 그린위에 짐승 발자국 처럼 찍혀지는 골프화 징의 스탬프들도.
홀컵에 떨어지는 하얀 골프공이 만들어내는 청량한 소리도.
워터 해져드로 들어가면서 둥그런 에너지 파문을 그려내고 물속에 자리잡고 누워있는 형형색색의 골프공들.
모든게 좋다.
전반 나인이 끝나고 지한은 역시 막걸리 타령이다. 만나면 좋은 친구 우리 막걸리 그리고 두부김치.
그래 한잔하고 농부처럼 또 땅파러가자.
전반 나인에 실회한 걸 만회하려고 후반들어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는다. 드라이버는 조준했던 방향대로인데 ( 페이드샷을
구사하려고 날려버린 OB하나를 제외하면 ) 아이언이 長短을 불문하고 제대로 고장이다.
퍼팅도 그만하면 됐는데…. 빌어먹을 아이언. 게다가 페어웨이 우드까지.
18개홀을 다 돌고 나니 아쉬움천지다.
실수에 대한 후회가 아닌 이 멋진 자연을 뒤로하고 산을 내려가야하는 마음에...
점점 내려놓고 사는게 맞는가 보다. 우리네 인생이…
사우나에서 나온 친구들의 모습들이 더 훤해졌다.
알몸影幀사진이라도 한장 찍어주면 좋을텐데....
만찬과 곁들여 一杯 一杯하니 흥은 더욱 높아지고 클럽하우스밖의 어둠은 더욱 짙어만 가고…
이번 라운딩에서는 스크린골프계의 스타인 상열이 핸디보다 엄청 잘쳐서 우승을,
준우승은 에브리 스마일 종만이 차지했다.
두 친구들에게는 다시한번 축하를 보낸다.
시상식 사진은 직접 찍지 못하고 석운이 폰카로 찍었는데 아직 공유받지 못해 올리지 못합니다. 나중에 '카페앨범' 코너에서
참조바라며 이후 본 후기에 연결하겠습니다.
내주에 떠날 본인의 結婚33周年記念旅行 준비관계로 이번 후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들 建康하고 家內平安하길....
뚜벅이 영욱
첫댓글 금삼회 글지기 뚜벅이 결혼 33주년 축하하고 기념여행 잘 다녀오시요
감사합니다.
추카추카~ 참말로 세월 빠르네여. 항상 건강하세요.
감사해여. 다른 모든 친구들도 건강들하기를... 11월 정모에서도 밝은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