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내 숨겨진 은둔의 섬, 서검도 갯벌
바다라인 곡선이 한 폭의 그림같다.
햇살이 쏟아져 내려 윤슬이 보석처럼 빛난다.
서검도는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에 속한 섬으로 석모도에서 서쪽으로 2㎞, 강화도에서 서쪽으로 10.2㎞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민통선 내 외딴 섬이다. 면적 2.19㎢, 해안선 길이는 6.0㎞, 최고높이 56m 정도의 낮은 구릉이 남쪽해안 양끝에 솟아 있을 뿐 대체로 평평하다. 서검도는 중국에서 사신이나 상인들이 황해로부터 한강 입구로 진입할 때 선박을 검문하던 검문소가 있었던 섬에서 유래하였다고 전해진다.
서검도에 가려면 강화도에서 석모도로 건너가 석모도 하리선착장에서 다시 서검도 가는 배를 타야한다. 석모도 하리항에서 서검도 가는 여객선은 하루 세 번(08:30, 13:00,15:50) 운항한다. 여객선은 삼보해운의 강화페리호로, 중간에 미법도를 경유한다.
저수지 해안을 지나 서검도 서남해안을 걷는다. 군부대 막사를 지나면 숲길로 들어선다. 사람이 별로 다니지않아 길이 거의 보이지않는다. 풀섶을 헤치고 가야 한다.
군부대 정문에서 10분 정도 가니 집 한 채가 보인다. 반갑다. 야산 허리에 터를 잡고 있는 집. 앞이 확 트인 바다 건너 남쪽 멀리 주문도와 볼음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절경이다. 이곳 집주인은 윤광로 씨(81). 오래전에 이곳 야산 5천평을 사서 산관리 겸 쉴 수 있는 농막을 지었다고 한다. 부인과 함께 노년을 그림처럼 살고 있다. 온돌방으로 만들어 장작불을 지피고 계신다. 전기는 직접 설치한 태양광을 이용하고 있다.
마침 썰물 때라 집앞 바다에는 갯벌이 광활하게 드러나 있다. 끝이 보이지않을 정도로 펼쳐진 갯벌. 윤광로 할아버지는 걸어서 직선으로 편도 두시간 정도는 걸리는 거리라고 소개한다.
갯벌도 대부분 단단해서 경운기가 다닐 수 있다고 한다. 바로 건너 섬 볼음도 갯벌이 생각난다. 볼음도 역시 직선거리로 편도 7km정도의 갯벌이 펼쳐져 있다. 몇 년 전 그 갯벌에서 백합도 채취하고 건강망으로 물고기도 잡아 현장에서 회쳐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다음 트레킹 코스는 당산. 마을을 지나 섬 남동쪽 능선 끝단까지 간다. 당산은 남동쪽 능선 초입, 첫 번째 철탑 쯤에 위치하고 있다. 능선숲길은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지만 당산에서 당집이나 당제를 지냈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철탑을 따라가면 세 번째가 마지막이다. 바로 발 아래에는 괴리섬이 지척으로 내려다 보인다.
괴리섬은 미법도에서 서검도로 가는 항로 중간에 있는 무인도다. 지금은 한전 송전탑이 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서검도 앞 바다로 침투한 남파간첩이 그 섬에 숨었다가 도주한 뒤부터 섬의 이름이 괴뢰섬으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다. ‘괴뢰’란 호칭은 북한정권을 소련의 꼭두각시로 보던 시대의 산물이다. '삼산면지'에 따르면 괴뢰섬은 본래 귀아리섬이었다. 한자로 옮기면서 귀하도(歸下島)가 됐고 그것이 괴뢰섬으로 바뀌었다가 남북관계가 유화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다시 괴리섬으로 부르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을 주민들은 고사리섬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능선에서 내려다보는 갯벌이 장관이다. 특히 갯벌이 끝나는 곡선 바다라인이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다. 햇살이 쏟아져 내려 갯벌 윤슬이 보석처럼 빛난다.(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