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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준비를 갖춰 마당에 내려서는데 가을의 아름다운 밤하늘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약간 쌀쌀함을 느끼게 하는 날씨, 맑고 푸른 하늘,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듯한 별무리....유난히 밝은 저 별은 우리를 인도하려나 봅니다.
우리의 대간길은 더도 덜도 말고 오늘밤만 같아라 라고 말하고 싶군요.
약간의 버스 알바(?)가 있은 후 문경의 어느 파출소 순경의 안내와 지나가던 택시의 에스코트를 받아 힘겹게 오늘의 산행 깃점인 문경군 동로면 안생달 마을에 도착합니다.
아직 만물이 깊은 잠에 빠져있는 새벽 시각이라 조심스레 어둠속에서 산행을 준비합니다.
추수기라 하루 일과로 인해 고단했을 육신을 누인 동리 사람들과 특히 개들 깨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마을을 지나칩니다.
그러나 마을에서 왼쪽으로 난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직진하는 바람에 이 또한 알바가 되고 맙니다.
이십여분 계곡길을 따라 올라 지난번에 내려온 작은 차갓재의 백두대간 마루금에 우뚝섭니다.
안생달마을에서 이곳까지는 꼭 필요하긴 하지만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 어프로치 구간입니다.
오늘 갈 황장산쪽을 응시하며 호흡을 고릅니다.
주먹이 가볍게 쥐어집니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어두움 속으로 빨려듭니다.
[오늘의 대간 깃점인 작은 차갓재 - 잠바는 벗어 넣고 본격 산행에 들어 갑니다]
조금 지나니 헬기장이 나옵니다.
처음엔 경사가 별로 급하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암릉지대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돌변합니다.
경사가 장난이 아닙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기를 몇 번 반복한 뒤, 잠시 쉬었다 일어나면서 선두가 오른쪽으로 돌아 간걸 꼬리를 놓치고 왼쪽길로 접어 드는 바람에 몇몇은 황장산 미아가 될뻔하였습니다.
다행히 운해대장님께서 마중을 나오는 바람에 자리를 찾긴 했습니다만 이 또한 알바였지요.
이어 황장산 정상을 이루는 능선머리에서 밧줄을 잡고 커다란 바위에 올라섭니다.
이제부터는 암릉을 타고 정상으로 향합니다.
암릉의 양쪽으로는 수십, 수백길 깎아지른 낭떠러지의 연속입니다.
내려다보니 끝없는 시커먼 어두움만이 아득합니다.
온몸이 짜릿짜릿합니다.
이 산이 황장산이라 불리게 된 것은 춘양목과 쌍벽을 이루며 좋은 목재의 상징처럼 여겼던 황장목이 많기 때문이었답니다.
송진이 베어 나무 속이 누렇다고 해서 이름붙은 황장목은 목재의 균열이 적고 단단해 대궐이나 임금의 관, 선박 등을 만드는 데 쓰여졌다 합니다.
[벌재에 황장목으로 쉼터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좋았기에 일제 시대에 전쟁 물자로 쓰느라 마구잡이로 베어져 이제 황장산엔 황장목이 없답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거랑은 다르지요.
역설적으로 곧고 굵은 소나무는 없고 조령산에서처럼 바위 틈새에서 둥지를 틀어 기형적으로 자란 소나무들만 간간이 눈에 띕니다.
그래서 고향 뒷산은 굽은 나무가 지킨다는가 봅니다.
[황장산을 지키는 황장목은 이렇습니다]
굽고 뒤틀린 나무를 보면서 악조건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그 끈질긴 생명력에 그저 감탄할 뿐입니다.
모진 풍상을 이겨내느라 뒤틀리다보니 더 멋있고 운치가 있게 되었다고 위안을 삼습니다.
용하다고 해야 할련지요.
[산사랑님 단체 사진에 또 빠졌다고 여성회원들이 특별 배려를 하십니다]
06:05 드뎌 황장산[1077m] 정상입니다.
그러나 아직 동트기는 좀 이른가 봅니다.
시야가 어슴프레 합니다.
그래도 지난번에 지나온 대미산이 웅장합니다.
[황장산에서는 대미산과 함께 월악의 영봉도 조망됩니다]
대미산은 문경 지역 조산의 의미보다 대간종주자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산입니다.
백두대간 남한구간의 꼭 절반이 되는 지역이기 때문이죠.
대간을 시작한 지 10개월이 되었습니다.
이제 반을 왔습니다
그러니 이제 또 10개월을 꼬박 타야되지요.
허나 앞으로 남은 구간이 훨씬 어려운 구간이 많고 겨울 산행이 기다리고 있어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간싸움이 시작된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간 몇몇 멤버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빠졌습니다.
이 시간 갑자기 그들의 근황이 궁금하네요.
특히나 산사나이님의 건강은 어떠신지?
[청산에 살으리랐다]
백두대간 종주대원들이 달아 놓은 표지기에 또 한번 감사합니다.
새벽 산행이나 안개로 시야가 흐릴 때, 또 여러 갈래길로 인해 위험할 수도 있으나 그럴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선답자들의 표지기.
환경 오염을 강조하는 의견과 이제 웬만큼 달려 있으니 더 필요치 않다고 하는 주장에 갈등했었으나 꼭 필요한 곳에 붙인다는 조건으로 이번에 표지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 누구에게 단 한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985m봉에서 암릉을 오르내리며 1시간 정도 가면 치마바위에 닿습니다.
능선 오른쪽으로 100m는 족히 되는 바위 비탈이 시원스레 펼쳐집니다.
치마바위와 족두리 봉이 연상됩니다.
그날 삼각산의 빼어난 경치와 함께하셨던 분들의 우정이 새삼 고맙습니다.
이곳에서 10여 분 내려서면 귀신이 어슬렁거린다는 폐맥이재입니다.
운해님이랑 동리 사람을 비롯 여러사람이 보았다는군요
특히 할머니 귀신은 혼자다니는 미남 산객을 보면 친구하자고 한다하니....ㅋㅋ 바위솔님 어쩌지요?
그러나 해꼬지는 안하는 착한 귀신인가 봅니다.
[요거이 귀신 퇴치용 도깨비 망방이 입니다. 이거 있으면 괜찮다는데....]
폐맥이재에서 20여분 차고 오르면 바위쉼터가 있습니다.
아픈 다리를 풀어주기에 좋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몇 번의 길을 휘돌아 벌재로 내려 갑니다.
약간의 기복이 있지만 이미 한구간의 마무리인것 같은 느낌을 받는 그런 길입니다.
단풍과도 어쩌다 마주 칩니다
[참나무가 많아 아름다운 단풍을 기대하긴 힘듭니다만, 가을을 알리려고....]
그러나 이곳에서 방심은 금물입니다.
거의 내려 왔다 싶은 지점에 참나무 그루터기 세그루가 넘어져 길을 막고 있습니다.
밟고 넘어 가기에 큰 불편은 없지만 여기를 선점한 주인이 있습니다.
독이 오를대로 오른 말벌들이 겨울 준비를 하는듯 합니다
모두의 접근을 금하고 있고, 남녀노소나 미추의 구별이 없나 봅니다.
천태가 말벌의 습격을 받고 말았으니까요.
그렇다고 차갓재까지 되돌아 갈 필요는 없습니다.
한산님과 바위솔님을 위해 좌측으로 돌아가는 길을 만들어 놓았답니다.
거기도 대간길이니 걱정마시구요.
[아담하고 귀여운(?) 천태의 귀를 공격 부처님 귀 만해 졌습니다]
천태가 도망쳐 오느라 두고온 스틱을 허니님께서 주워오는등 수습을 하고 보니 바로 아래 벌재로 뚝 떨어집니다.
해발 625m의 벌재엔 문경에서 단양으로 가는 975번 지방도로가 닦여져 있습니다.
벌을 조심하라고 선조들은 예전부터 벌재라고 이름을 지어 주의를 주었건만....
[이제 절반왔는데 망울님 힘들어 보여요]
고갯마루 부근에는 졸졸졸 흐르는 샘이 있습니다.
대간길상의 물맛은 다 보고 싶습니다.
물맛이 상큼합니다
물병을 비우고 새로 채웁니다.
길을 건너면 문복대 오름길입니다
공식적인 우리의 산행은 벌재에서 저수령입니다.
차갓재에서 벌재까지는 입산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막 올라서면 원두막과 묘가 한기있고, 경운기길을 지나 또 한기의 묘가 있습니다.
여기가 바람이 좀 약해 밥상을 폅니다.
여러 사정으로 좀 지체하다 보니 아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꿀맛이었지요.
식사를 마치고 참나무 숲길과 화강암 바윗길을 따라 1시간쯤 오르면 1,000m봉 위에 닿습니다.
우리가 산행시 오다가다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서로 위로하고 동질감을 느낍니다.
특히나 대간상에서는 서로 힘들다는 걸 알기에 인사가 더 정겹지요.
그러나 도시 근교의 산에 오르는 그 많은 사람들과 다 아는 체 할 수도 없고 또 구두에, 정장 차림에 산보나온 그네들에게는 인사를 해도 답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인사 나누고 싶지 않기도 하더군요.
산행 예절에 익숙치 않아서겠거니 하면서도 그 일로 내가 불쾌해 질 필요는 없지요.
그래서 나름대로 정한 기준이 백두대간과 1,000m 이상 산행시 만난 사람들과만 인사를 하려 합니다.
그런데 정말 딱 1,000m인 대간 봉우리에서 역종주하는 대간꾼을 만납니다.
반갑다고 인사했더니 좋은 산행되라고 답해 옵니다.
12:20 門福臺입니다.
간단하게 각자의 소원을 빌고 복을 기원합니다.
저는 벌에 쏘인 천태가 걱정이 되어 저수령까지 무사히 갈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안나님과 각시님이 문복대를 접수 진부령까지의 무탈산행을 기원했습니다]
이 후로는 일사천리입니다.
이제 탄력받은게지요.
이쯤에서는 우리팀 못 말립니다.
장구재를 지납니다.
[저수령인줄 알고 내려갔더니 아직 한 블록이 더 남았습니다]
13시 40분 드뎌 저수령[低首嶺,850m]에 도착합니다.
저수령은 경북 예천군 상리면 용두리와 충북 단양군 대강면 올산리를 경계로 한 도계가 됩니다.
그래서 귀염둥이들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대강까지 찾아가 두부전골에 막걸리로 피로를 씻어 봅니다]
저수령이란 이름은 지금길은 포장도 되고 시원합니다만 도로가 개설되기 이전에는 험난하고 경사가 급한 오솔길로, 지나다니는 길손들의 머리가 저절로 숙여진다는 뜻으로 불리워졌다고 합니다.
코가 땅에 닿는다는 화엄사에서 노고단 오름길의 코재와 비슷했었나 봅니다.
이제 문경과 괴산 지역을 벗어났습니다.
참으로 오랫동안 문경과 괴산땅을 밟고 돌았었는데....
가은 시내를 돌아돌아 백화산에서 또 만나고, 은티마을을 지척에 두고 한참을 돌았지요.
주흘산은 아예 한바퀴 돌았나 봅니다.
이번 구간까지도 주흘의 영봉을 볼수 있었으니까요.
오늘은 투구봉이 하루 종일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진행 구간내내 약간씩 바뀐 모양을 보여주며 일정 거리를 유지한 투구봉입니다]
뒤풀이후 여유가 있어 단양팔경의 하나인 舍人巖을 들릅니다.
[강변을 따라 깍아지르게 치솟아 있는 바위 절벽입니다]
[뭘 보셨기에 똑같이 가리키고 있는지요]
[물과 소가 어우러져 사인암이 되었습니다]
[아마 여고 동창생들이 놀러와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돌아 오는 길에 삼도봉 - 우두령 구간 땜방하려는 산사랑님과 밀양 영남 알프스 산행에 동참하는 운해님과 동승하여 김천역앞에서 소주 각 1병씩 (술 못마시는 천태도 같이 있었으나 음료수 대신 소주를 시켜....ㅋㅋ 그래서 네병) 하고 헤어졌습니다.
첫댓글 산행기 자
알 읽고 갑니다. 땜방하시는 바위솔님과 한산님

말벌 조심하세요
첨엔 열이 좀 많이 나서 119를 부를까
생각도 했었는데.... 아마도 말벌보다 천태가 더 강한가 봐용

말벌집이 길 가운데 있는가 봅니다..얼마전 북한산 가는길에 알밤을 줍다가 친구 녀석이한방 쏘였는데 하루 왼
일 죽는다구 엄살을 떨던데 천태님은 벌에 강하신가 봅니다.


더덕 케느라 표지기도 못본데다, 꽁댕이로 가는 바람에 장구재에서 하산 할뻔...만태님 아니 었으면 알바 할뻔
감칠맛 나는 후기 잘 보
습니다.천태님 말벌의 약효 때문에 5년은 보약 안드셔도 무난 할듯합니다.
산행기 잘 보왔읍니다.대간길 다시 가는 기분입니다.
쉽지 않은 구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나도 가야할 구간,,,
대간 하면서 사인암 까지

만태님 산행기 따라 미답지를 먼저 가봅니다.
컴능력이 점점 향상되시나 봅니다. 구수한 산행기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