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 범천1동 중앙로 뒷길,귀금속 상점들이 즐비한 골목길에 들어서면 3층 빌딩 규모의 '원조 할매집'이 나타난다. '원조 할매집'이라는 상호보다는 '조방 낙지집'으로 부산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오전 11시만 되면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해 저녁시간까지 북새통을 이루는 집.
빈정순(71)할머니가 지난 60년대초 문을 열어 4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기도 하다. 원래 여러 음식을 내놓으며 식당을 운영하던 할머니가 손맛에 반해 찾아온 단골들로부터 그 때까지 데쳐먹기만 하던 낙지를 더 맛있게 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낙지를 양념장에 볶는 낙지볶음을 선보이며 4~5테이블의 규모로 식당을 시작했다고 한다.
메뉴라고 해봐야 낙지와 새우,곱창이 전부. 40여년이 넘게 인기를 끌어온 비결이 따로 있을 법한데 할머니로부터 식당을 물려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는 딸 이민길(42)씨가 전하는 맛의 비결은 '싱싱한 재료'와 달큰한 양념장으로 단순하다. 말하자면 '맛의 기본기'에 충실한 셈. 이 곳의 낙지는 매일 아침마다 자갈치 시장에서 공급받는다. 그 날 구입한 재료는 그 날 이용하는 것이 원칙. 낙지도 맛있기로 소문난 남해산 만을 고집한다.
싱싱한 재료만으로 그렇게 소문이 날 정도일까. 낙지볶음을 얹어 내놓을 때 육수는 조금만 들어간다. 싱싱한 낙지일수록 거기서 우러나온 맛이 좋고 낙지 자체에서 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육수를 많이 넣을 필요가 없단다. 양념은 곱게 빻은 고춧가루에 진간장과 마늘,참기름,설탕을 넣어서 이용하고 낙지를 볶을 때 넣는 육수는 새우와 멸치,다시마가 고루 들어간 해물 육수가 이용된다. 양념은 그다지 맵지 않으면서도 깔끔한 뒷맛으로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다. 051―634―9618. 김진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