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축일(12월 15일)
푸림절은 유대인들의 축일로 아달월 열나흩날과 열닷샛날에 지낸다. 축일로 제정된 이유는 유다인 에스텔 왕후의 기지와 중재로, 아각 사람 함다다의 아들 하만의 유대인 박해와 몰살 음모에서 유다인들을 구해낸 것을 경축하고 기념하는 것이다. 아달월은 바빌론 유배 기간 이후, 유대 종교력으로 열두째 달의 명칭이다. 당시 통용되던 세속력으로 여섯째 달이며, 현대 달력상으로는 2월 중순에서 3월 중순에 해당한다.
수련을 거쳐 서원을 앞두니 수도명을 정하라고 했다. 나의 세례명은 세실리아이다. 부모님이 낳아주신 생일 가까이 있는 축일을 찾다 보니 노래를 잘하셨다는 세시리아 성녀를 본받아도 좋겠다고 판단했다. (나도 한때는 수도 많은 초등학교 총대표로 학예회에 뽑혀 노래할 정도의 실력이기도 했었다. 커서는 통기타를 배워 대성공할 능력과 배경은 안 될 것 같아 포기하고, 대신 뒷골목에서라도 노래 부르며 사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다.) 대선배 수녀님 중에 성씨와 수도명이 같은 분이 계셔 세시리아는 자동 탈락되었다. 자주 접하고 돌아서서 후회되지 않는 좋은 성인을 찾다가 성경에 등장하는 에스테르 성녀가 생각났다. 유딧 성녀도 마음에 들었지만 미모와 담력 그 외 여러 자질이 너무 턱없이 하수라 포기했다. 또한 적장이지만 목을 벴다는 것도 걸렸다. 물론 에스테르 성녀도 인물로는 비교 불가이지만 아무튼. 그런데 그 시절 나는 성경에 상 무식이었다. 공동 번역 성경을 보니 아달월은 십이월로 번역되어 있었고, 에스델 왕후가 유다인을 구출한 날 14일과 15일을 축일로 지냈다고 하여 ‘에라~12월 15일’로 정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유대인의 푸림절 축일은 12월이 아니고 ‘2-3월’이라고 했다. 성경무식이 확인되어 부끄러웠지만, 나는 궂이 축일 날짜를 고치지 않았다. 나의 성경 무지를 고이 간직하면서, 실제로는 조금씩 공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였다.
오늘은 나의 그 잘못 공부되고 계산된 축일...아침에 선후배 동기 수녀님들의 푸짐한 ‘허그 축하’를 받았다. 그리고 갑자기 원로 수녀님께서 “왜 에스텔 축일이 오늘이냐고 물으셔서 실토를 했다” 수녀님은 ‘에스텔아....하하하..에스텔아’ 라고 웃어주셨다.
오늘 목요 성서백주간 비타반에서 황공스런 축일 세레머니를 해주셨다. 만남도 나눔도 충만한데 축하까지...
"정말 고맙습니다 비타반 벗님들!"
첫댓글 마리 에스텔 수녀님
영명축일을 축하드립니다
주님의 사랑과 자비하심 안에
복된 수도생활 되시길 기원합니다
(하루 늦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