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서태지..그시건방짐을 계속간직 해주길..
서태지의새음반이 정식발매되기도 전인 9월8일이른새벽부
터 MP3파일이 인터젯에떠돌았고, 동이트기도 전에 여러건
의 표절시비가 붉어졌다. 거의 전곡이 콘, 림프 비즈킷,
크레이지 타운, 데프트원즈, 나인인치 네일스, 마릴린 맨
슨.. 등의 표절이라는 주장들. 이젠조용하면어색할 지경이
다. 하지만 정작이제껏 한번도 들어본적없고 그누구와도
비교될수 없는 음악을 발표했다면 그러면 그렇지, 이게 무
슨 하드코어냐, 집어치워라 소리를 들었을게 뻔하다.
어떻게 해도 서태지는 욕을 먹는다. 그것도 너무나 치졸한
이유로, 저졸한 방법으로 욕을 먹는다.
서태지는 동네북이다. 숨으면 숨는다고, 나대면 나댄다고
욕을 먹는다. 4년 7개월만의 귀국, 공항에서 내려 문이 열
리자 마자 기자로부터 제일 처음들은 말이 "야이xx야 거기 다시 서!"였다니 할말없다.
서태지는 차라리 표절얘기가 고마울지도 모른다. 그나마
표절시비라도 없다면 그의 '음악'자체에 대한 논의는 도무
지 찾아 볼수도없다.(여기 들어온 양님을 비롯한 대부분의
안티역시 음악외적인 부분으로의 비평이 대부분이었죠..아
니, 욕이라 해야하나?)연일 신문을 메우는것은 상업적 신
비주의, 고도의 술책, 억대 광고수입, 팬들을 저버린 공인
신분 망각, 왜색 울트라맨, 일본해상 자위대깃발과 유사
등과같은 수준이하의 딴지걸기뿐이다.
명색이 평론가라는 이들도 수박겉핥기 식의 감상비평의 범
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음반판매량에만 집착을 한다
이다지도 세상이 변하지 않을때 방법은 단 한가지다.
스스로가 먼저 달라지는것. 세상이 변함으로써 내가 발전
하는게 아니라 내가 먼저 달라짐으로써 세상을 견인하는
방법. 그래서 서태지는 달라졌다. 이제 그 어떤 상황에도
직접 '친히'대응하지 않는다.솔로 1집때는 아예 국내에 없
었다지만, 전국투어와 남북한평화콘서트까지 계획중인 이
번엔 언론과의 공존시스템이 불가피할텐데도, 언론에 대한
고자세가 솔직히 아니꼬울 정도다. 은퇴번복에 대한 서태
지의 코멘트는 그의 변화를 가장 집약적으로 정리해 준다
기자들탓에 공항에서의 귀국 소감발표가 부산되어버린 이
후 컴백쇼까지 언론과의 직접 접촉은 단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귀국날밤 자신의 개인사러함에 음성녹음을 하는것
은 잊지 않았다. 그이후로도 모든 스케쥴은 사서함으로만
통보되었고기자들역시 전화사서함에만 매달리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기자들은 괴씸죄를 적용시킬 꼬투리를 찾
아 헤맷고, 팬들은 마냥 행복했다
드디어 컴백쇼 당일, 2시로예정되었던 기자입회 리허설은
특수효과 최종점검을 이유로 3시로 미뤄졌다. 1시부터 프
레스 카드를 발급받아 카메라 설치까지하고 기다리던기자
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그러나 어쩔것인가.
서태지가 무대에 없는데. 별수없이 기자들 전원은 체육관
밖으로 다시 나올수 밖에 없었다. 반드시 지키겠다던 3시
리허설은 3시반이 되어서야 입장이 허용되었고 4시가넘도
록 시작되지 않았다. 슬슬 분을삭이는 한숨과 담배연기,욕
설히 튀어나올 참에"5분뒤에 서태지씨가 나오십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밴드 멤버들이나와서 자리를 잡고 조
명이 모두 꺼졌다. 그로부터 몇분, 수십대의 카메라들이
숨죽이고 서태지를 기다리는 가운데 어두운 무대 뒤편에서
빨간 털실뭉치 하나가 찰랑거렸다.
빨간 레게머리의 서태지였다. 서태지와 그의 밴드들은 인
사도, 리허설이 2시간이상 늦어진데 대한 사과표시의 가벼
운 목례한번 없이 곧바로 90도로 꺾어지는 헤드뱅잉으로
첫인사를 대신했다. 타이틀곡'울트라맨이야'였다.
저자식, 저난리를 치고싶어 어떻게 5년을 참았나 싶은 생
각이 절로드는 리허설이 한순간에 몰아쳐 지나고 기자석에
선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솔직히 나를 포함한 몇
몇기자들은 기자의 본분을 잃고 혼이 빠져있었다.>
딱한곡 딱 한번만의 촬영을 허락한다는 일방적 통고에당황
하던 기자들은 한번만 더를 애절하게 외쳤다<마이클 잭슨
도 공연시작후 2-3곡까지는 촬영을 허락했었다>
그러자 서태지는 양현석을 통해 울트라 맨이야를 다시하겠
다고 전했다. 하지만, 서태지는 전혀 미안한 표정이 아니
었으며 은총을 베푼다는 식의 표정이었다. 차라리 조소에
가까운 무표정. 아까보다 더 역동적인 리허설이 이어졌고
끝나자마자 간단한 질문조차 할 틈도 주지 않은체 뒤도 안 돌아보고 태지들은 무대뒤로 빠져나가버렸다.
-공연에 대해선 너무 잘 아실테니 생략 하겠습니다-
서태지가 시도했으니 핌프락이 우리대중음악의 주류로 올
라설 것이라는둥 서태지와 조성모의 싸움이 아니라 제작
시스템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리라는 등의 어렵고 잘난 분석
같은건 난 잘 모른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것은 하드코어라
는 말 자체가 장르에 앞서 attitude의 개념인것처럼, 서태
지의 새 앨범이 우리대중음악계에 던지는 화두는 바로 이
땅의 뮤지션들이 견지해야 할 '태도의 문제'가 아닐까싶다
서태지는 이제 그 누구의 눈치도 안 본다. 필요하다면 적을 만드는 일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치없
는 싸움에 자신의 에너지를 낭비하지는 않을 생각인것같
다. 그는 아이돌 스타가 아닌 '뮤지션 서태지'의 평가를
당당하게 요구하고 나선것이다. 그리하여, 불가피하게 싸
워야만 한다면 그 창과 방패도 '음악'이어야 한다고 결론
을 내린것 같다. 뮤지션이 음악이외의 일로 피곤할 이유
는 없는것이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는 그게 먹히질 않았다. 그래서 서태지는 떠났
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서태지는 음악이외의 그 모든
조잡한 싸움의 가치를 전면부정하고 일방적인 휴전을 선
포한듯하다. 적이 너무 비루해서 맞서 싸우기가 비루하게
느껴질 정도라면 무시해주는것이 기본적인 예의이며, 스
스로의 기품을 지키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다 정말 임
자 만나면 피터지게 싸워주는게 진정한 하드코어의 태도
다. 하지마, 또 그게 이나라 상황에서 호락호락한 일일
까. 그래서 많은 팬들이 감동과 기쁨을 눈물을 흘렸다는
히든트랙 '너에게'의 핌프락 버전이 사실내겐 너무 가슴
아팠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정작 제 손으로 십자가를 찾
아지는 어리석은 태지 이면서도 기자회견에서는 '저에게
너무 큰 십자가를 짊어 주려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하며
밝게 웃어보인다. 그해사한 웃음이 명랑발랄한 보컬에 이
어 지는 절규.'다 잔뜩 힘든일이겠지'와 겹쳐질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메인다.
그러나 믿는다. 살면서 허약한 믿음으로 수없이 상처를
주고 받을 지라도 버릴수 없는 한마디가 있다.
'믿음이 힘이 된다' 이또한 얼마나 무모하도록 아름다운
태도인가.
-이글은 패션잡지 BAZZAR에 실린 이건 기자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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