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 연고를 뒀던 여자 농구단과 배구단이 연고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 세이버스 여자프로농구단이 연고지를 충북 청주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인천으로 이전할 전망이다.
청주시는 최근 “국민은행 여자프로농구단이 연고지를 청주로 이전키로 했다”고 밝혔다. 남상우 청주시장은 “국민은행 관계자와 프로농구단 유치와 관련해 청주실내체육관 등 시설 사용에 대해 협의된 데다 천안시장과도 의견이 교환됐다”며 “9월부터 12월까지 모두 10경기가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 시장은 “국민은행 농구단이 청주시와 직지마크를 달고 경기를 진행할 경우 침체된 지역 체육계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데다 우리 고장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2010년 1월부터 3월까지도 10경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주시는 국민은행 농구단의 청주실내체육관 활용을 위해 4000만원을 들여 농구대 3세트를 신규로 구입했다. 또 샤워실 2곳과 대기소 1곳 등을 마련해 줄 계획이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농구단은 “체육관 사용 일정과 해결되지 않은 몇 가지 문제에 대해 합의점을 찾는다면 연고지 청주 이전에 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흥국생명 여자배구단의 인천 이전도 탄력을 받고 있다. 흥국생명 여자 배구단의 연고 이전을 제안한 인천시는 “연고지를 인정해주고 남자 배구팀인 대한항공과도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천안에 연고를 뒀던 두 개의 프로구단이 올 시즌부터 천안을 떠나 다른 지역 연고팀으로 경기를 치르게 됐다.
◆천안시 “두 팀 공동사용 어려워”=국민은행 농구단은 5월 28일 천안시로부터 ‘10월 개막 예정인 2009-2010시즌부터 천안 유관순체육관 사용할 수 없다’는 공문을 받았다. 여자농구연맹(WKBL)도 같은 공문을 받았다. 국민은행이 유관순체육관을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사실상 연고지 이전을 통보한 것이다. 체육관을 현대배구단과 공동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문 통보로 국민은행이 홈구장으로 사용해온 유관순체육관은 천안시와 체육관 지원협약을 맺은 현대캐피탈 남자배구단이 사용하게 됐다. 사실상 국민은행 농구팀이 천안에서 떠나주기를 통보한 것이다. 천안시가 국민은행 농구단에 유관순체육관을 제공할 뜻이 없음을 밝힌 것은 시즌에 경기가 겹치면서 공동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돼 관중이 많은 현대 프로배구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시는 국민은행 농구단 측에 천안 홈경기 장소로 유관순체육관 대신 남서울대 체육관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남서울대 체육관의 관중수용 규모가 2500명으로 여자농구단 관중 수(지난 시즌 1일 평균 517명)를 소화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농구단 측은 “천안에 정착한지 9년이나 됐다. 우리는 선수들 모두 천안에서 먹고 자며 생활했다”며 “여자농구팀 중 국민은행처럼 생활하는 팀은 없다. 천안시가 시민을 내치는 것과 같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배구팀은 국민은행과 달리 용인에서 생활하며 경기만 있을 경우만 내려오는 팀”이라며 “애써 함께 동거 동락한 농구단을 외면하고 흥행위주의 배구단을 잡기 위해 안면몰수하고 내치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 사실상 연고지 이전을 밝혔다.
한편, 지난 시즌(2008년 10월~2009 3월) 관중 수는 현대배구단 경기 7만2163명, 국민은행 농구단 경기 9832명으로 배구경기 관중수가 농구경기 관중 수보다 7배 이상 많다.
◆여자 배구단도 인천 이전 추진=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도 연고지를 인천으로 옮기는 것을 검토 중이다. 최근 한 언론은 “흥국생명이 올해까지 인천을 연고지로 했던 GS칼텍스가 서울로 옮겨 연고지 이전을 검토했고 인천으로 가는 것이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흥국생명 측은 언론을 통해 “인천시에서도 좋은 조건을 제시해왔다. 인천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 이전하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고 이사회에서도 승인이 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가 흥국생명 측에게 제안한 것은 연고지를 인정해주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