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시장
최재용
번개는 예고없이 온다
서울가는 열차를 기다리다
가지않은 시간을 떠밀면서
대구역사 옆에 붙어있는 번개시장에 갔다
십칠팔만원 하는 테니스 신발
여기는 일이만원에 파네..
수십만원 하는 페딩 몇 만원이면 되네...
비록 한번 훌쩍 건너 뛴 것이지만
신발이, 옷이 사람을 사리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 옆 푸주간엔
곱상한 아주머니
양고기 쇠머리 고기를
석봉이 어머니 떡국을 썰듯이
빛깔나게 고기를 매만지며 한 눈으로
수육을 권한다
한 팩에 얼마예요?
만원인데 두개 사면 천원 빼줍니다
두개를 잡았다 하나를 놓으며..
혼자는 많을것 같아서요...
혼자보다는 둘이 좋지 않나요?
홀연히 번개 치는 소리에 놀라
그만, 둘 주세요! 라고 말하고 말았다
검정봉지 들고 돌아서는 데,
아저씨 잠깐만요 소리에
뒤돌아보니 흰 비닐봉지 건내며
양고기 곰국인데 고기 넣어 드시란다
달리는 열차 차창밖으로
산 마루에 거울처럼
노을이 붉게 걸리는 어디 쯤에
몽고 초원에 양떼 치던 더벅머리 총각,
담배 한 갑에 답례로 양 한마리
몰고 오던 헤맑은 목동의 얼굴이 떠오른다
세상사 어느 것 하나,
배경 없는 것이 있으랴
쇠고기 말고기는 어느 것이 무거운가
양고기 개고기는 어느 쪽이 귀한가?
세월따라 풍속따라 만사가 천변하니
남장미인 활개치던 그 날이
어찌 풍속을 해친다고 탓하리요
성인과 현인은 저자에 숨으며
미인과 영웅은 변방의 별무리속에 탄생하고
정과 사랑은 번개속에 피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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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최재용 시인의 <번개시장>에 푹 빠졌습니다.
"정과 사랑은 번개속에 있더라"가 끌어 당기는 여운을 줍니다.
오일장 또는 그 번개시장에 최 시인과 언제 함께 가고접네요.
'헤맑은 목동'은 '해맑은' 오타인 듯합니다.